시범경기 초반 저조한 타율에 마음고생…첫 멀티히트 치며 개막 로스터 진입 꿈 이어가
3월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레콤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시범경기 전 잠시 만난 배지환은 자신의 현 상황을 ‘살얼음판’에 비유했다. 2020년부터 초청 선수 신분으로 빅리그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빅리거로 자리 경쟁을 펼치는 스프링캠프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비시즌 동안 근육량을 늘리고 순발력과 스피드를 좀 더 키우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스프링캠프를 준비했던 배지환은 시범경기 초반 저조한 성적으로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구단에선 시범경기 초반이고, 지금 나오는 숫자에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제가 15타수 무안타를 치는 맥커친과 같은 레벨이 아니잖아요. 그 선수는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않아도 자리가 보장된 베테랑이지만 전 여러 선수들과 생존 경쟁을 벌이는 터라 전광판에 보이는 숫자들이 안보려고 해도 자꾸 눈에 들어와요.”
오랜만에 만난 기자와 잠시 대화를 나눈 배지환은 경기 후 다시 인터뷰를 이어가기로 한 다음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 가볍게 몸을 풀며 경기 준비에 나섰다.
이날 배지환은 유격수 겸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처음 나온 멀티 히트였다.
배지환은 1회말 첫 타석에서 디트로이트의 선발 투수인 마이클 로렌젠과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체인지업에 헛스윙하는 바람에 삼진으로 물러나야만 했다. 기다리던 안타는 두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3회 무사 2루에서 마이클 로렌젠 상대로 유격수 방면으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빗맞은 타구였지만 배지환의 빠른 발 덕분에 1루 세이프가 이뤄졌다. 5회말 세 번째 타석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배지환은 디트로이트의 윌 베스트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날려 두 번째 안타를 성공시켰다. 1-2 카운트에서 4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냈던 것.
수비에선 다소 아쉬운 장면이 연출됐다. 팀이 1-3으로 뒤처진 5회초 무사 1, 2루에서 안드레 립시우스의 타구를 2루수 투쿠피타 마르카노가 잡아 배지환에게 송구했고, 배지환은 1루로 던졌지만 송구가 짧아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2루 주자한테 득점을 허용한 것이다.
배지환은 7회초 수비 때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최지만은 결장했고, 피츠버그는 7-10으로 디트로이트한테 패했다.
경기 후 만난 배지환은 “안타 2개만 챙기고, 실책은 잊고 싶다”며 미소를 보였다.
“경기 전 말씀드린 것처럼 아직 결과를 신경쓸 시기가 아닌데 빅리그에선 ‘루키’이고, 팀내 입지가 없는 터라 무조건 잘해야만 한다. 살아 남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숫자로 보이는 게 만족스럽진 않다.”
배지환은 이날 안타로 출루하면서 주루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는 “주루 플레이에 배가 고팠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신의 빠른 발을 경기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어했다.
“오늘 첫 번째 안타도 유격수 방면으로 향한 거라 발이 느렸다면 안타가 될 수 없었을 텐데 다행히 빠른 스피드 덕분에 안타로 기록돼 기분이 좋다. 시범경기 동안엔 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하나씩 다 보여주고 싶다.”
배지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 타율이 0.071(14타수 1안타)로 부진을 거듭했다. 자리 경쟁을 하는 그로선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 그러나 현재 아픈 데도 없고, 안타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시범경기에서의 타구 질이 상당히 좋았다는 점, 그리고 가장 좋은 몸 상태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점 등은 배지환한테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했다.
배지환은 “오늘 기자님 오셔서 안타 2개 쳤으니 다음에 오실 때 3개 치겠다”며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배지환은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는 등 팬 서비스를 마친 다음에 클럽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배지환은 시범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피츠버그의 2023시즌 개막 로스터(26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로 꼽혔다. MLB닷컴은 시범경기가 개막 로스터를 정하는 오디션 역할을 한다면서 각 구단의 유망주들을 소개했는데 피츠버그에선 배지환을 언급했다. MLB닷컴은 “배지환은 2루수, 유격수, 중견수를 모두 맡을 수 있다”면서 “유틸리티 선수로 팀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26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배지환은 지난해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6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단 10경기에 출전했지만 빠른 발과 내•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수비 등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피츠버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배지환은 오는 21일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개막 로스터 진입과 선발 출전을 노린다. 아직 팀 내 입지가 견고하지 않은 그로선 말 그대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일 터. 배지환의 생존 경쟁이 개막 로스터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미국 플로리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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