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제작업체와 기영이·기철이 등 주요 캐릭터 저작권 놓고 4년 이상 재판
12일 인천 강화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께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의 한 주택에서 "이 씨가 방문을 걸어 잠근 채 기척이 없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유가족들이 "이 씨가 최근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 했다"고 진술한 것을 바탕으로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숨진 이 씨와 동생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필명 도래미) 작가가 글을 쓴 '검정 고무신'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연재되며 최장수 연재 기록을 보유한 총 45권짜리 아동·청소년용 만화다. 1960년~197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가족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아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애니메이션도 4기까지 제작됐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등과의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서 이 씨는 최근까지도 주변에 고통을 호소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형제는 2020년 11월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추억의 검정 고무신'이 원작자인 자신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작과 공개를 강행했다고 주장했고, 당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형설앤 측은 이 씨 측이 극장판 제작과 상영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이후 같은 논란이 '극장판 검정 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2022)에서도 발생했다.
'검정 고무신'의 저작권 문제로 불거진 이 씨와 형설앤 간 법적 분쟁은 약 4년 이상 진행돼 왔다. 이 씨 측은 저작권 등록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이 이뤄졌고 이에 따른 정당한 대가 지급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형설앤 측은 "'검정 고무신'을 원작으로 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원작을 수정 보완해 엄연히 다른 것이며 당시 관행에 따라 맺은 계약을 최근 나온 문체부 표준계약서와 비교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
이 씨는 2022년 8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검정 고무신'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상품 제작을 지적하며 "현재 저는 '검정 고무신' 캐릭터 대행회사로부터 저작권 위반으로 피소당한 상태로 4년째 피고인으로 소송 중이다. 상대방이 원작자에 대한 비용 지불 등으로 캐릭터 소유의 합당한 권리가 있으니 원작자를 상대로 소송을 한 게 아니겠느냐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돈을 받고 캐릭터를 넘기지 않았다"며 "1심 전까지 사실 적시 명예훼손 상황을 피하라는 피드백 때문에 참고 있으나 곧 상황을 설명한 만화 등으로 지금까지의 사연을 알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열심히 저작 활동하시는 작가님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반드시 작가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1972년생인 이 씨는 공주대 만화예술학과를 중퇴한 뒤 1992년 소년챔프에 '검정 고무신'을 연재하며 만화계에 데뷔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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