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으로 탈모 받아들인 회원들 다양한 이벤트 개최…팬데믹으로 중단됐다 3년 만에 대회 부활
[일요신문] 일본 아오모리현 쓰루타 마을에서는 매년 독특한 대회가 열린다. 다름 아니라, 탈모인 동호회에서 개최하는 ‘흡착판 줄다리기’다. 흡착판을 매단 줄을 마주앉은 두 사람의 머리에 붙인 뒤 당겨서 상대방의 흡착판을 먼저 떼낸 쪽이 이기는 경기다. 당연히 머리가 반들반들 매끈할수록 흡착력이 좋아 유리하다.
니혼TV에 따르면 탈모인 동호회 ‘하게마스’는 1989년 발족했다. 흔히 탈모로 고민인 사람은 자존감이 떨어진다든지, 심하면 우울증 같은 심리적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쓰루타 마을에 사는 다케나미 마사조 씨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딱히 손질할 머리카락이 없다시피한데, 일반 손님과 동일한 이발 요금을 내야 하는 것조차 불만스러웠다.
탈모 동호회 ‘하게마스’는 사진 찍을 때 플래시가 따로 필요 없는 친환경 집단이다. 사진=공식 페이스북계속 우울함에 빠져있던 중 다케나미 씨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옛말에 ‘대머리치고 악인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긍정적으로 탈모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주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후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로 세상을 밝게 비추자’라는 표어 아래, 탈모 동호회가 탄생했다. 쓰루타 마을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신청이 들어와 약 60명의 회원이 모이게 됐다고 한다.
이 동호회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한 회원은 “사진 찍을 때 플래시가 따로 필요 없는 친환경 집단”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발모제 정보를 공유한다든지 가발로 애써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민머리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소개한 ‘흡착판 줄다리기’다. 머리에 흡착판을 붙이고 서로 잡아당기는 간단한 게임으로, 매년 2월 22일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가 개최된다. 언뜻 우스꽝스럽지만 진지하고도 격렬하게 승부를 펼치는 모습에 회장은 시종일관 환한 웃음으로 휩싸인다.
‘흡착판 줄다리기’는 머리에 흡착판을 붙이고 서로 잡아당기는 간단한 게임이다. 사진=니혼TV 뉴스 캡처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잠시 중단됐다가 올해 3년 만에 부활했다. 니혼TV는 “반들반들 민머리를 자랑하는 27명이 참가했으며 홋카이도와 도야마 등 타지역에서 온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챔피언은 히로사키시에 거주하는 오타 마모루 씨로, 통산 3번째 우승이다.
오타 씨는 빛나는 금빛 트로피를 들올리며 “우승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스킨케어를 잘해 반들반들한 두피의 윤기를 유지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