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상속 비정상” 세 모녀 (주)LG 지분 분배 뒤늦게 문제 제기…LG “집안 어른들 양해 속 경영권 승계”
구광모 회장의 (주)LG 지분율은 현재 15.95%에 불과해 소송에서 패소하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 구본무 회장 같은 '본'자 항렬 인물들이 보유한 지분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법무법인 간 다툼도 관전 포인트다. 구광모 회장은 율촌을, 김영식 씨 등은 로고스를 각각 선임했다. 유사시에는 지분 확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구연경 대표의 남편이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LG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집안 어른들 마음은 어디로…
소송을 제기한 세 모녀는 구본무 회장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구본무 회장은 유언장을 남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건강하던 구본무 선대회장이 급작스러운 뇌종양 투병 이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유언장을 남기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이 남긴 (주)LG 지분은 11.28%다. 이 중 구광모 회장은 8.76%를 상속 받았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 씨는 각각 2.01%, 0.51%를 받았고, 김영식 씨의 몫은 없었다.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간 4 대 1에 가까운 비율로 주식 상속이 이뤄진 셈이다. 대신 구본무 회장이 기거하던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금융투자상품, 미술품 등을 더해 5000억 원 규모의 유산이 세 모녀에게 상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의 상속 내용을 살펴보면 장자 승계를 위해 구광모 회장이 지분을 몰아받고, 다른 재산은 세 모녀가 받은 구도다. 세 모녀는 소송을 통해 구광모 회장이 몰아 받은 주식을 다시 분배하기를 원한다. 현행 상속법은 고인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에게 1.5 대 1로 분할하도록 한다. 구본무 회장의 (주)LG 주식 11.28%를 이대로 배분하면 김영식 씨는 3.75%를, 구광모 회장,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 등 세 사람은 각각 2.51%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주)LG 지분율은 △구광모 회장 9.71% △김영식 씨 7.96% △구연경 대표 3.42% △구연수 씨 2.72%가 된다. 세 모녀 합산 지분율이 14.1%로 구광모 회장을 넘어선다.
이 경우 범 LG가 인물들이 보유한 지분의 향방이 중요해진다. 현재 (주)LG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 인물은 구본식 LT그룹 회장(4.48%),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3.05%), 구본준 LX그룹 회장(2.04%) 등이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 형제들의 지분율이 10%에 달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장자 승계 원칙을 강조하며 분가한 형제들이 이제 와서 구광모 회장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구본능 회장은 구광모 회장의 친부이므로 구 회장으로서는 ‘우호지분’으로 분류될 수 있다. 다만 구본준 회장이나 구본식 회장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구미정 씨(0.69%), 김선혜 씨(0.69%), 구형모 LX홀딩스 부사장(0.60%) 등 적지 않은 LG가 인물들이 (주)LG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앞날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김영식 씨 등이 상속이 끝나고 4년 후에야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뒷배’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에서는 구연경 대표의 남편 윤관 BRV캐피털매니지먼트(BRV)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윤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사모펀드 블루런벤처스에서 20년가량 활동한 인물이다. 윤 대표의 부친인 고 윤태수 씨는 알프스리조트 회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세 모녀 소송을 대리하는 강일원 케이원챔버 대표변호사와 윤관 대표가 용산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도 이러한 심증을 키운다. 강일원 변호사는 고 윤태수 회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국회와 법무부의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 심판'에서 법무부 측 소송 대리를 담당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하고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혼소송으로 이름을 알린 법무법인 로고스의 배인구·조영욱·성주경 변호사도 세 모녀 측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구광모 회장은 상속소송 전문인 법무법인 율촌의 강석훈 대표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윤관 대표가 사모펀드 출신인 만큼 외부 자금을 수혈해 지분 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LG 주가는 지난 3월 9일 8만 600원에 마감했지만 이후 장중 9만 2600원까지 오르는 등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LG 시가총액은 14조 원을 밑돌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6을 하회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세 모녀 측은 현재 지분만으로도 구광모 회장과 지분율 차이가 10%포인트(p) 안쪽”이라며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물론이거니와 패소하더라도 현재 지분만으로도 ‘백기사’를 영입하고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 경영권을 충분히 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자 승계 원칙의 그늘 깊었나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 씨는 김영식 씨의 친딸이지만 구광모 회장은 양자다. 재계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LG가의 가풍이 경영권 분쟁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한다. LG가는 ‘장자 승계’ 원칙을 내세우며 여성의 경영 참여를 제한해왔다. 소송에 앞서 구본무 선대회장의 여동생인 구훤미 씨가 중재에 나섰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구훤미 씨는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로,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후 집안 좌장 역할을 맡고 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장자 승계는 합의가 돼 있던 만큼 집안 ‘어른들’ 간 논의로 상속안이 결정됐지만 2019년 구자경 전 LG그룹 회장, 2022년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 등 큰어른들이 별세하자 ‘본’자 항렬 3세 경영인들의 중재가 통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LG그룹 본가에서 재산분쟁이 일어난 것은 75년 만이다. 하지만 범 LG가로 시선을 넓히면 남매간 경영권 분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현 아워홈 부회장의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은 구지은 부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 등 오너리스크를 자초하며 스스로 기업을 이끌 능력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성을 경영에서 배제하던 보수적인 가풍에 여성 가족 구성원들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LG그룹의 입장은 강경하다. LG그룹 측은 “구본무 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은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의 수차례 협의를 통해 법적으로 완료됐다. 4년이 넘어 이미 제척기간(3년)이 지났고,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며 “1947년 창업 이후 LG가의 일관된 원칙과 전통을 바탕으로 집안 어른들의 양해와 이해 속에서 경영권을 승계해 왔다.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LG의 전통과 경영권 흔드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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