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 지불 불능” 브린 호버트의 뉴스레터 이후 벤처투자업계서 SVB 재정 상태 경계령 발동
이런 가운데 SVB 사태가 한 장의 뉴스레터에서 촉발됐으며, 이미 지난해 말부터 위험 징후가 감지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주장한 사람은 IT 칼럼니스트인 에반 암스트롱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어쩌면 이 모든 사태는 IT 칼럼니스트인 브린 호버트가 쓴 뉴스레터에 의해 야기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버트가 어떻게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렸는지에 대해 설명한 글에서 암스트롱은 “내가 아는 거의 모든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은 호버트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벤처캐피털 임원들이 그의 편지를 읽고 SVB의 재정 상태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이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호버트가 운영하는 ‘더 디프(The Diff)’의 웹사이트에는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IT 애널리스트들이 그의 통찰력을 칭찬하는 내용이 다수 소개돼 있다. 이 가운데는 “호버트의 글은 진정으로 차별화된, 그리고 깊게 생각한 결과물들이다”라고 칭찬하는 글도 눈에 띈다. 그만큼 월스트리트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뢰받는 인물이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대체 호버트는 편지에서 뭐라고 했던 걸까. 지난 2월 23일, 약 5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호버트는 “SVB의 부채 대 자산 비율은 185 대 1이며, 이는 지난해 4분기가 ‘기술적으로 지불 불능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이 담긴 뉴스레터를 발송했다.
그러면서 또한 그는 “IT 업계는 예전보다 더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무엇보다 SVB가 막대한 금액을 ‘프리미엄 와인’ 업계에 대출해온 점을 위험 요소로 지적했다. 실제 SVB는 와인 산업을 상대로 규모 있는 대출을 해왔으며,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지인 나파에 본사를 둔 ‘프리미엄 와인 부서’도 두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총 743억 달러(약 97조 원)의 대출 포트폴리오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11억 60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를 프리미엄 와이너리와 포도밭을 보유한 고객들에게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암스트롱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결국 SVB의 잠재적 붕괴 징후는 지난해부터 드러났던 셈이다. 통제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몇몇 VC가 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됐었다”고 주장했다.
호버트는 SVB의 막대한 부채 비율에 대해선 언급했지만, 붕괴 가능성까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그는 “회사의 유동성을 실제로 손상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뱅크런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사실 낮다”고 오판했다. 다만 그는 “설령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개인들의 예금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치가 마련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생각할 충분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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