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고은은 장재용 대표 소개로 정지우 감독의 눈에 들어 <은교> 여주인공에 발탁됐다. |
한 10년차 매니저의 푸념이다. 최근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매니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 이 매니저는 “최근 여자친구의 집에 인사를 다녀왔는데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연예기획사 설립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매니저가 활개치고 다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매니저들은 자신이 담당한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바쁘게 움직인다. 오히려 매니저의 이력과 유명세 덕에 연예인이 주목받고 좋은 기회를 얻기도 한다.
영화 <은교>의 헤로인인 신인 배우 김고은이 대표적인 매니저 덕 본 연예인이다. 생짜 신인이었던 김고은을 <은교>의 주인공으로 만든 이는 그의 소속사 장인엔터테인먼트의 장재용 대표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연극과 2기 졸업생인 장 대표는 한예종 후배인 김고은을 눈여겨보다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과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김고은은 “장재용 선배님은 총동문회 회장이기 때문에 자주 학교에 오셔서 후배들을 챙겨주신다. 후배들의 공연도 자주 보러 오신다. 공연 후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선배님을 처음 만났다. 나는 과 부대표였기 때문에 더 연락할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김고은이 <은교>의 오디션을 볼 시점에는 소속사가 없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소개로 당당히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후 장인엔터테인먼트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장재용 대표는 당초 한예종 1년 선배인 이선균의 매니저로 일했다. 함께 일하던 때인 지난 2007년 장 대표는 인기 드라마 <하얀거탑>에 출연한 이선균을 스타로 발돋움시켰다. 이후 장 대표는 역시 한예종 출신은 배우 김동욱의 매니지먼트에 집중해 그를 주연급 배우로 성장시켰다. 배우 출신인 만큼 배우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장 대표의 강점이다.
김고은은 “장재용 선배님과는 말이 잘 통한다. <은교>를 만나게 해준 것도 고맙지만 일을 할 때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주는 분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방송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신기생뎐>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배우 성훈 역시 매니저가 만든 스타다. 그는 <신기생뎐> 이전까지는 연기 경험이 전무했지만 <신기생뎐>의 주인공 아다모 캐릭터와 성훈의 이미지가 딱 맞는다고 판단한 매니저의 권유로 오디션을 봤고, 무려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 자리를 꿰찼다.
성훈이 속한 스탤리온엔터테인먼트는 용인대 사회체육학과 출신들의 모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훈과 소속사 김규식 대표, 그리고 성훈의 담당 매니저는 모두 용인대에서 수영을 전공했다. 한때는 전국 기록을 보유할 만큼 유망한 수영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수영을 그만둔 후 방황하던 성훈을 잡아준 사람이 김규식 대표였다.
성훈은 “수영을 할 수 없게 된 후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당시 평소 절친했던 김규식 대표님이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운동을 그만둔 후 184㎝인 성훈의 몸무게는 90㎏ 넘게 불었다. 이때부터 성훈은 김규식 대표의 관리 하에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3개월이 넘는 강행군 끝에 20㎏ 가까이 감량한 성훈은 비로소 오디션 합격 후 배우의 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김규식 대표는 “운동선수를 배우로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본 발성부터 연기 지도까지 모든 것을 새로 가르쳐야 했다. 성훈이 자체의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운동하며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배우로 전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SBS <강심장> 방송화면 캡처. |
박 이사는 지난 1996년 데뷔한 3인조 아이돌 그룹 스크림의 멤버로 활동한 가수 출신이다. 당시 고(故) 서지원과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던 박 이사는 2집까지 내고 가수로 활동했다.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박 이사는 가수의 입장에 서 봤기 때문에 가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린다. 때문에 소속 가수들 역시 박 이사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비의 곁에는 또 한 명의 눈에 띄는 매니저가 있다. 아이비의 담당 매니저인 김영도 씨는 가수 김범수의 친동생이다. 형 김범수가 속한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고 있는 김영도 씨는 아이비가 이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후 담당 매니저로 발령 났다. 얼마 전 아이비가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서 이 사실이 공개돼 아이비까지 주목받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방송인 마르코를 한국 연예계에 정착하게 만든 일등공신도 데뷔 당시 담당 매니저였다. 당시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등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보내던 마르코를 보필한 이는 바로 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은 그룹 잼의 멤버 황현민이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일을 위해 만난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만나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마르코의 제안으로 함께 일하게 됐다. 한 연예 관계자는 “황현민은 과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인 만큼 현직 부장급 PD들을 많이 알고 있다.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마르코가 데뷔 초기부터 굵직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매니저는 스타의 손과 발, 입과 귀가 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해관계로 얽힌 만큼 금전적 문제 때문에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특별한 인연으로 묶인 매니저와 스타의 경우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파악하며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