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의장에 따르면 하이브가 SM엔터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은 2019년이라고 한다. 이후 두 차례 공식적인 제안을 넣었으나 거절당했다. 그런데 이번 인수전을 앞두고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먼저 하이브에 연락을 취했다. “이수만이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항간의 소문은 거짓으로 확인된 셈이다.
방 의장은 “(SM엔터 지분 인수가) 굉장히 갑작스러운 발표 같지만, 저희도 갑작스럽게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연락을 받았다. 지분 인수 의향을 묻더라”면서 “짧게 토론한 뒤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면 평화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발생한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은 예상 밖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결정적으로 하이브가 인수 포기를 결정한 건 SM엔터 인수 금액이 당초 하이브가 예상한 가치를 넘어선 데다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 의장은 “저희가 처음 인수전에 들어갈 때 (생각했던) 가치를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장이 과열되고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시장을 흔드는 전쟁으로 가면서 ‘들어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하이브나 카카오 모두 아티스트나 팬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인수하려는 것인데, 이를 배려하지 못했다. 인수전 자체는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으로서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SM엔터는 카카오의 품에 안기게 됐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품은 하이브는 2대 주주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두고 ‘카카오의 승리’라는 표현에 대해 방 의장은 “인수전을 승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방 의장은 “아무리 제가 말해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희가 들어가면서 SM엔터의 지배구조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는 데 만족한다”면서 “하이브는 팬덤을 한 곳에 모으고 확장시켜 나가는 플랫폼, 인수에서 후퇴하면서 우리 미래의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대해 카카오와 협의했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이라고 밝혔다.
이날 질의응답에 앞선 기조연설에서 방 의장은 플랫폼의 역할을 강조하며, 하이브가 네이버와 손잡고 운영 중인 위버스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향후 SM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입점하냐”는 질문을 받은 방 의장은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빠른 시일 안에 실질적 협업이 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날 방 의장은 K팝 시장의 둔화와 역성장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그리고 BTS(방탄소년단)의 부재를 그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멤버들이 개별 활동을 하고 있으나 그룹 활동의 화력만 못하다. 2022년 12월 멤버 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입영연기 취소를 신청한 제이홉이 입대를 앞두고 있는 등 당분간 그룹 활동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방 의장은 “2025년을 (활동재개 시점으로) 정해진 해로 생각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군대가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다녀온 뒤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약속된 해는 아니다. 다만 이 희망이 붕 뜬 희망이 아니라 적극 노력하겠다고 양자가 합의한 바고, 하고 싶고,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 의장은 이날 K팝 시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주류 시장에서 K팝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건강한 경영방식이 필요하며 △플랫폼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품는 음악, 아티스트, 콘텐츠의 경계를 넓혀서 전 세계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주요 K팝 회사들의 글로벌 음반·원 시장 매출 점유율은 2% 미만이다. 반면 유니버설뮤직그룹, 소니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 3대 메이저 회사의 점유율은 67.4%에 이른다. “K팝 그룹은 골리앗과 같은 메이저 3개 기업들 틈에 있는 다윗과 같다”는 방 의장은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지만 걸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직 없는 현실은 필연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산업적 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