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과 검찰 의견서 속 한국거래소 분석 ‘17배 차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권오수 회장 혐의에 허수매수를 누락한 것 없다”
지난 2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권오수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주작 사건 피의자들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졌다.
1심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 모친 최은순 씨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대해 권오수 회장이 차명으로 직접 운용한 계좌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 권오수 스스로도 최은순의 계좌를 차명계좌로 이용해 이를 통한 주식거래를 하고, 그 수익으로 다른 주식투자를 하는 등으로 활용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최은순 씨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주가조작 2차 작전 시기에 김건희 여사 계좌와의 통정거래 1건, 고가매수 6건, 물량소진 13건, 허수매수 4건 등 총 24건이 유죄로 인정됐다.
1차 작전 시기인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20일 사이의 경우 시·종가관여주문 2건, 허수매수 3건 등 총 5건이 적시됐으나, 공소시효가 도과돼 면소 판결이 났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허수매수다. 허수매수 주문은 매수의사가 없이 직전가 혹은 상대호가와 대비해 체결 가능성이 없는 저가의 주문을 반복적으로 내 매수잔량이 많이 쌓인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일반투자자들로 하여금 매매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해 매매 거래를 유인하는 것이다.
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에서 최 씨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내 이상거래 중 허수매수만 떼어놓고 보면 총 7건의 허수매수로 주문을 낸 총수량은 3만 2000주다. 총수량 3만 2000주는 검찰이 2022년 2월 국회에 제출한 권오수 회장 등 피의자 9명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내 범죄일람표2를 봐도 일치한다.
그런데 검찰은 2022년 12월 1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한국거래소의 2011년 이상거래 분석을 제출했다. 이는 검찰이 재판부에 낸 20번 의견서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한국거래소 심리분석 및 금융감독원 조사내역’에 담겨있었다. 이 의견서 첫 장에는 송 아무개 검사 이름이 적혀있다. 송 검사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정황을 재판에서 밝힌 바 있다. 이후 1월 27일 상반기 검사 인사를 통해 인천지검으로 발령이 났다.
2011년 당시 한국거래소 심리분석에 따르면 최 씨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는 9만 4319주를 사들이면서 매수호가 수량은 64만 1009주에 달했다. 실제 체결수량 9만 4319주를 제외한 54만 6690주가 허수매수 주문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의견서에도 “권오수가 넣은 최은순 명의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허수매수 주문이 유난히 많이 발생했던 사실도 확인됐다”고 적고 있다.
검찰 공소장 범죄일람표3을 봐도 최은순 씨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는 작전기간 중 도이치모터스 주식 총 9만 4319주(2억 4961만 7570원 상당)를 매수했다고 나온다. 한국거래소 분석과 검찰의 공소장의 최 씨 미래에셋증권 계좌 매수 주식수가 일치한다. 하지만 허수매수 주문수량은 54만 6690주와 3만 2000주로, 큰 차이를 보였다. 51만 4690주가 공소장에 적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은 최 씨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미체결된 수량 중 한국거래소의 허수매수 추출 기준에 따라 인정된 부분을 기소한 것”이라며 “권오수 회장에 대한 혐의에 허수매수를 누락한 것은 없다”고 했다.
매수체결 수량은 9만 4319주에 불과한 반면 매수호가 수량은 64만 1009주에 달한 점을 들어 검찰이 의견서에 ‘해당 계좌에서 허수매수 주문이 유난히 많이 발생했던 사실도 확인됐다’고 적은 것에 대해 묻자 “한국거래소에서는 해당 계좌에 체결되지 않은 주문이 많다는 취지이고, 모든 호가를 허수매수 주문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거래소의 허수매수 판단과 검찰의 허수매수 판단 기준이 다른가’라고 질문하자 “한국거래소의 허수매수 추출기준에 따라 허수매수로 인정된 7건의 3만 2000주를 기소했고, 의견서도 기소된 부분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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