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는 김상현(사진) 등 주전들의 부상 공백으로 팀 전력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5월17일 KIA는 2군에서 이범호, 양현종, 김희걸을 1군으로 승격했다. 이범호와 양현종의 1군행은 올 시즌 처음이었다. 두 선수는 개막전부터 2군에 머물렀다. 부상이 이유였다. 두 선수가 2군에 머무는 동안 KIA는 끝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KIA 선동열 감독이 “이토록 잔인한 4월은 처음”이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과연 선 감독의 악몽은 5월 중순으로 끝나는 것일까. 모 야구해설가는 “이범호와 양현종이 1군에 합류했지만, 그렇다고 선 감독에게 장밋빛 미래가 허락될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아직 부상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 해설가는 “4월 초 KIA 재활군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당시 재활군에 이범호, 양현종, 김상현, 김주형, 김상훈, 김진우, 이범석, 한기주 등 1군 선수들이 총집합해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고도 KIA가 최하위로 떨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문제는 KIA 선수들의 부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KIA는 2001년 해태를 인수한 이후, 해마다 부상선수 속출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그나마 부상자가 적었지, 2010년과 2011년에는 중요한 순간마다 부상선수가 나와 정상적인 팀 전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전 KIA 코치 A 씨는 “KIA는 8개 구단 가운데 삼성 다음으로 모그룹 규모가 크지만, 트레이닝 시스템은 넥센만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광주구장 트레이너룸은 산간벽지 보건소보다 열악하다. 침대 2개에 구식 치료기가 몇 개 있는 게 고작이다. 투수들은 핫팩도 없어 사우나에 가서 팔을 담근 채 어깨 근육을 푼다. 사우나가 잘 돼 있으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나마 트레이너 코치들이 유능하고, 노력하는 이들이라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뿐이다. 기가 막힌 건 이처럼 낙후된 트레이닝 시설에 대해 프런트 누구도 문제 의식이 없다는 데 있다.”
KIA의 트레이닝 시스템은 삼성, LG와 비교하면 극과 극이다. 삼성은 부상선수가 발생하면 구단 내에서 치료할 수 없을 경우,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로 선수를 보낸다. STC엔 태릉선수촌을 능가하는 최첨단 재활장비와 최고의 재활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어, 선수들은 무리 없이 재활을 끝마치고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삼성 선수 대부분이 STC의 도움을 받았다.
LG는 STC처럼 대규모 재활센터는 없다. 그러나 구단 자체 재활시스템은 삼성 이상이다. 봉중근이 대표적인 예다. 봉중근은 지난해 6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와 인대접합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재활 과정이 온전히 끝나는 데만 1년 정도 걸리는 수술이라, 올 시즌 투구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봉중근은 4월 11일 잠실 롯데전부터 등판해 5월부터 마무리로 뛰고 있다. 야구 전문가들은 봉중근의 활약을 보며 “LG의 수준급 재활시스템이 만든 기적”이라고 평하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