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 실망스러운 경기력 보이며 1라운드 탈락…조편성 행운 따른 쿠바만 4강 진출 체면치레
대만도 1라운드 A조 최하위에 머물며 고배를 마셨다. 과거 '야구 최강'으로서 자존심 회복을 노렸던 쿠바는 4강 무대를 밟았으나 박수를 받지는 못했다. 이들 3국은 호기롭게 나섰지만 이번 대회가 하락세를 재확인하는 현장이 됐다.
#올림픽 금메달 영광은 옛말
대표팀은 절실함을 안고 이번 대회에 나서는 듯했다. 최근 열린 국제대회였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경기력 등과 관련해 질타가 쏟아졌다.
이번 대회만큼은 2라운드 진출 이상을 목표로 나섰다. 일본을 제외하면 호주, 체코, 중국 등 어렵지 않은 상대가 한 조로 배정돼 목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대표팀의 부푼 꿈은 첫 경기 호주전 패배로 물거품이 됐다. 이어진 한일전에서는 9점차 패배가 나왔다. 잔여 경기에서 2연승을 거뒀으나 최종 순위는 조 3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그간 야구 강국으로서 면모를 발휘해왔다. '드림팀'을 파견한 1998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06년 대회를 제외하면 줄곧 금메달을 따냈다. 2000 시드니 올림픽,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각각 동메달과 금메달을 목에 걸며 신화를 썼다. 대회 창설 초기였던 1, 2회 WBC에서는 3위와 2위에 올라 올림픽에서 성적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하지만 황금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프리미어 12에서 우승(2015)과 준우승(2019)을 연달아 차지하며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다수 참가하는 WBC에서는 지난 두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대표팀의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황금세대'로 불리던 선수들이 노쇠화 또는 은퇴했고 이들의 공백을 메울 후배들의 성장이 이어지지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당시 '일본 킬러'로 이름을 날린 김광현은 30대 후반 베테랑이 됐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다만 대표팀으로선 '베이징 키즈'들의 등장이 반갑다. 이정후, 강백호, 원태인 등 이전부터 대표팀에 모습을 드러내던 이들은 이번 엔트리의 상당 부분을 채우며 주요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어지는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등에도 참가가 예상되기에 팬들은 이들의 경험 축적과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확인사살' 대만
대만은 한·미·일과 함께 프로리그가 운영되는 국가다. 이에 더해 특히 야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큰 나라다. 대만에서 야구는 '국기'로 간주된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나서는 국제대회에도 많은 관심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과거 작은 규모에도 야구 국제대회가 열릴 때면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졌다. '야구 월드컵'이 열리던 시절, 다수의 4위 이내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올림픽에서도 시범종목 시절이던 1984년 동메달,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에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아시아 무대에서는 한 수 위로 평가받는 한국과 일본을 넘어서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메달을 놓친 유일한 대회인 2006년 도하에서 금메달을 따낸 국가가 대만이다.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다수 우승 경험이 있다.
하지만 WBC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비슷했다. 단순 2라운드 진출 실패를 넘어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경기, 강팀으로는 분류되지 않는 파나마를 상대로 콜드게임 패배를 가까스로 면했을 정도다. 이탈리아와 난적 네덜란드를 상대로 승리하며 2승을 달성, A조 5팀이 모두 2승 2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대만은 최소 실점률에서 밀려 최하위를 기록했다. A조 경기를 홈에서 유치해 높은 성적을 노렸던 대만으로선 실망스러운 결과다.
#행운 따른 쿠바
대만과 함께 1라운드 A조에 편성된 쿠바는 2라운드를 넘어 4강까지 진출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과거 쿠바가 야구계에서 차지하던 영향력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쿠바는 과거 아마추어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축구에서 브라질 혹은 그 이상의 위치를 점했다. 쿠바 대표팀 특유의 붉은 유니폼은 야구 국제대회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야구 선수 출신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의 지원 아래 쿠바는 야구 월드컵 우승만 25회를 기록했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에는 5회 출전,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쿠바의 강력함 역시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인 WBC에서 1회 대회에서 준우승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어진 세 번의 대회에서 각각 6위, 5위, 7위를 기록했다. 공산주의 국가라는 독특한 환경 탓에 실력 있는 선수들이 일찌감치 망명을 선택해 전력 약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번 2023년 대회에서는 반전을 노렸다. 그간 망명 선수를 선발하지 않으며 자존심을 지켜왔던 쿠바는 노선을 변경했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 일부를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그럼에도 1라운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2연패를 당해 탈락 직전까지 몰렸다. 파나마와 대만을 상대로 체면치레를 하며 가까스로 최소 실점률에서 앞서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에서는 호주를 만나 4-3으로 힘겹게 4강까지 도달했다. 일본,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미국 등 강호들이 모여 있는 2라운드에서 대진운이 따랐다는 평을 피하지 못했다. 자존심 회복, 목표 달성에는 성공했으나 쿠바가 과거의 강력한 전력이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뒤따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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