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업체와 카드사들 긴장 속 현대카드 ‘싱글벙글’…‘안방 굴욕은 없다’ 삼성은 적과의 동침 선택
#왜 한국엔 이제서야…현대카드만 되나
애플페이가 출시된 것은 2014년이다. 우리나라 상륙이 늦어진 것은 결국 돈 문제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가 올라타는 형식이다. 독자적인 운영체제 iOS를 쓰는 애플이 '갑'이다. 애플페이에 카드를 탑재하려면 카드사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애플페이는 보안 때문에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하다. 단말기 값이 최대 수십 만 원이다. 도입된 가맹점이 별로 없다. 쓸 곳이 적으니 신용카드사 입장에서 돈까지 내가며 올라탈 이유가 적었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계열분리를 앞두고 업계 1위를 노린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개인신용카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 19.6%, 삼성카드 17.8%, 현대카드 16%, KB국민카드15.4%다.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액은 일 평균 7200억 원이다. 점유율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이니페이 등 전자금융업체 50%, 신용카드사 26%, 삼성페이 24%다. 애플이 카드사에서 받는 수수료는 결제액의 최대 0.15%로 알려졌다. 10%의 점유율을 갖는다면 연간 400억 원이다. 카드사에 큰돈은 아니다. 소비자 혜택을 줄이면 충당이 가능하다. 다른 카드사들도 곧 애플페이에 올라탈 가능성이 크다.
교통카드 서비스를 위해서는 티머니·캐시비 등 교통카드업체가 애플과 별도로 제휴해야 한다. 삼성페이도 일반카드 결제와 교통카드가 분리돼 있다. 교통카드는 결제 횟수는 많은데 액수는 적다. 신용카드사보다 열악한 교통카드사에는 수수료 부담이 꽤 클 수 있다.
#‘안방의 굴욕’ 걱정하는 삼성
삼성전자에게 삼성페이는 삼성 스마트폰의 위상과 직결된다. 본국에서조차 아이폰에 스마트폰 1위를 빼앗기면 치명적이다.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22%(출하량 기준)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 조사결과를 보면 18∼29세 아이폰 사용률은 이미 절반을 넘었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에 대비한 비상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3월 22일에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협약을 맺어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페이와도 간편결제 상호 서비스 연동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는 상호 모두 경쟁자다. 강력한 새로운 경쟁 상대가 나타나자 기존의 적과도 손을 잡은 셈이다.
단말기를 도입한 곳은 적지만 대형 가맹점들은 이미 애플페이 결제 준비를 마쳤다. 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마트, GS25·세븐일레븐·CU 등 편의점, 다이소, GS칼텍스 등이다. 배달의민족, 무신사, 대한항공, 이니스프리 등의 웹페이지·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폴 바셋과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메가MGC커피 등 커피전문점도 도입했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등 SPC 매장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에서도 쓸 수 있다. 범 삼성가(家)인 신세계는 이마트24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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