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개정안은 불법 정보가 유통되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 대한 접속차단 조치 이후에도 데이터 임시저장 서버를 통해 우회접근할 수 있다는 맹점을 지적하며, 국내에 데이터 임시저장 서버를 설치·운영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정보 유통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경찰과 국회까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누누티비도 백기를 들었다. 3월 23일 누누티비 운영진은 ‘국내 OTT·오리지널 서비스 전체 자료 삭제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내고 “최근 누누티비에 대해 이슈화되고 있는 국내 OTT 오리지널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일괄 삭제할 예정이며 국내 OTT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해 자료 요청 또한 국내 OTT 관련된 모든 자료는 처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누티비 측이 공개한 삭제 대상 자료는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티빙, KT 시즌 및 지상파 포함 국내 오리지널 방송 콘텐츠다.

이 같은 불법 사이트가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는 국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웹소설·출판소설 불법 스캔본 사이트 ‘벚꽃 도서관’의 경우 회원들로부터 문화상품권의 핀(PIN) 번호를 받아 콘텐츠 다운로드에 필요한 포인트를 충전해 주고, 운영자는 해당 핀 번호를 문화상품권 관련 기관을 통해 현금으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다 2016년 꼬리를 잡혔다. 수사 개시부터 운영진 검거까지는 4개월여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유료 회원을 받지 않은 사이트들이 수사망을 완전히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1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가 대대적으로 저작권법 위반 사이트를 단속해 당시 국내 최대 불법 웹툰 복사 사이트인 ‘밤토끼’를 비롯해 ‘장시시’, ‘마루마루’ 등 저작권법 위반 사이트 12곳이 동시에 폐쇄됐다. 대부분 미국 서버업체 ‘클라우드플레어’의 서비스를 사용해 운영해 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 경찰과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청(HSI)의 공조를 통해 서버 내역을 확인한 뒤 덜미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8개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사법처리가 이뤄졌으며 피해를 입은 네이버, 레진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도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같은 검거 사례가 계속 이어지면서 소규모 유사 불법 사이트 역시 순차적인 폐쇄 조치를 이어갔다.
누누티비의 경우도 기존에 국내 콘텐츠를 불법 스트리밍하며 거둔 수익에 대해 각 방송사와 제작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누누티비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며, 국내 총 피해액은 약 4조 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누누티비의 이용자 수는 올해 1월 기준 넷플릭스(1257만 5954명) 국내 이용자 수와 맞먹고, 토종 OTT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티빙(515만 563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거나 회원 가입비를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불법 콘텐츠를 활용해 이처럼 막대한 이용자들로부터 간접적인 수익을 올렸다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들이 해외 콘텐츠에 한해 ‘배짱’을 부리는 것은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이 OTT 플랫폼에 귀속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넷플릭스의 경우 전액 투자로 만들어지는 오리지널 시리즈 작품의 제작부터 스트리밍 이후까지 모든 영상의 저작권을 소유한다. 제작 과정에서 촬영되는 비하인드 영상까지 전부 넷플릭스가 소유하기 때문에 침해 대응 역시 넷플릭스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콘텐츠 저작권 침해 수사가 개시된 것과 별개로 해외 OTT 플랫폼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불법 스트리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OTT 플랫폼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K콘텐츠가 강세인 해외 OTT 플랫폼의 ‘도둑 시청’이 계속 가능해진다면 국내 이용자뿐 아니라 해외 이용자들 역시 이런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제작사나 방송사뿐 아니라 해외 OTT 플랫폼도 적극적인 대처와 공조가 필요하다. 단순히 영상을 내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거둔 수익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