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술’ ‘홈쿡’ 유행 속 6개월도 안 돼 매장 100여 곳으로…절도 사례 있지만 SNS 영상 공개로 대부분 검거
오우치드오니쿠는 점원이 없는 무인정육점으로, 손님이 상품을 골라 직접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매장에 설치된 진열장에는 급속 냉동기술로 신선도를 유지한 산지 직송 말고기와 육회, 부위별 와규(일본산 소고기), 햄버그스테이크,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다. 한국요리 코너도 따로 마련됐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치즈 핫도그와 삼겹살, 설렁탕 같은 메뉴를 냉동 제품으로 판매 중이다.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데일리신초에 따르면 “사업 운영자로서 대표이사 하야시 신스케 씨뿐이며, 가맹점 관리를 하는 슈퍼바이저(SV) 업무는 하청 형태로 카메이 류토 씨가 맡고 있다”고 한다. 무인정육점의 성공 요인을 묻자, 카메이 씨는 “시대의 흐름을 잘 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나 또한 싱글남으로 밤늦게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편의점이나 배달음식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물려서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카메이 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집술’ ‘홈쿡’ 등이 유행했고 집에서 간단한 요리를 해 먹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 셀프계산대 보급 급증도 순풍이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배경으로 꼽힌다. 무인정육점 프랜차이즈는 초기 비용이 500만~600만 엔(약 5000만~6000만 원)선이다. 본업을 그만두지 않고 월 20만~30만 엔 정도를 벌 수 있어 ‘투잡’으로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리스크를 역이용한 발상의 전환도 통했다. 오우치드오니쿠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이 SNS를 ‘절도 근절’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무인판매점의 최대 골칫거리는 말할 필요 없이 절도다. 각 점포에는 방범카메라(CCTV)를 4~5대씩 설치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오우치드오니쿠의 경우 절도가 꼭 손해만은 아니었다. ‘훔치면 SNS에 확산됩니다.’ 점포 내에는 이런 문구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실제로 범행 영상을 트위터 등에 꾸준히 게시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확산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공개된 영상을 보고 무인정육점을 알게 됐다”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 지금까지 확인된 절도 건수는 약 20건. 대부분 범인은 잡혔다고 한다. SNS에 올렸더니 인터넷상에서 ‘수사대’가 자연 결성돼 범인의 신상을 밝혀낸 사례도 있었다.
영상뿐만 아니라 지문과 발자국 등 채취할 수 있는 증거는 모두 경찰에 제공하므로 얼굴을 꽁꽁 싸맨 범행일지라도 덜미가 잡힌다. 무인정육점 측은 “몇천 엔의 고기를 훔치려고 인터넷에 신상이 노출된다든지 체포의 위험을 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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