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가격에 개인은 물론 중앙은행도 보유량 늘려…“아프리카에서 금 캐는 중국인 셀 수 없이 많아”
3월 20일 뉴욕상품거래소 금 가격은 한때 온스당 2000달러를 넘었다.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사상 최고점인 2089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 가격이 상승하자 중국 주요 투자자들은 물론 개인들도 ‘금 사재기’에 나섰다.
베이징 차이시커우 백화점엔 최대 금 판매장이 있다. 3월 21일 아침 9시 이곳을 직접 찾았다. 9시 30분 오픈이었지만 이미 1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업이 시작되자 점포 안은 사람들로 꽉 찼다. 한 직원은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하루 종일 붐빈다”고 전했다.
3월 21일 기준 금 시세는 1g에 576위안(10만 8000원)이었다. 일주일 전인 3월 14일엔 530위안(9만 9800원)이었다. 계산대에서 줄을 서 있던 한 여성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차라리 금을 사는 게 낫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 금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동안 전체 금 거래액은 약 3조 891억 위안(582조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8% 늘었다. 거래량도 2022년에 비해 22.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중앙은행도 금 보유랑을 늘리고 있다. 중앙은행은 2월 말 현재 2050톤(t)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4개월간 매달 금 매수량을 늘리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세계금협회는 지난해 12월 “2022년 3분기에 전 세계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 액수는 2000년 이후 최대치”라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금 거래소 재고량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민생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금 재고는 지난해 2월에 비해 32% 감소했다.
하지만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중앙통신투자 연구원 마인천은 “금값의 급등은 단기적인 요인이 더 많다고 본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위험회피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맹목적으로 높은 가격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인천은 “금값이 빠르게 올라서 어느 순간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 금을 매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가 아닐 수 있다. 시장 방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장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촨차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천라이는 “금 가격이 앞으로 꾸준히 더 오를 수 있다”고 점쳤다. 천라이는 “단기적으론 실리콘밸리 사태에 따른 위험회피, 장기적으론 ‘탈달러화’에 맞춰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고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 수요가 몰리면서 재고가 부족해지자 해외 금광 개발과 투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 많은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얼마 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금광 총격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돈과 목숨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지난 3월 19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한 중부지역 금광에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이 금광은 중국 자본에 의해 세워진 곳이다. 괴한들은 금과 돈을 훔쳐갔다. 이 과정에서 9명의 중국인이 사망했고, 부상자들도 발생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금광이 공격을 받았다. 법에 따라 살인자를 찾아내 엄벌에 처하도록 할 것이고, 부상자 치료에 전력을 다 해야 한다. 중국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이 금광에서 일하는 천싱은 “사실 이 지역은 반군이 활동하고 있는 위험한 지역이다. 그래서 예전엔 금광 같은 게 없었다고 들었다”면서 “경비원을 10명 고용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천싱은 “지금 아프리카는 골드러시가 한창이다. 중국, 러시아, 르완다 3개 국가가 가장 적극적이다. 차이점은 러시아와 르완다는 국가 차원 투자라면, 중국은 주로 개인이라는 것”이라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중국인은 돈이 많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얼마 전 카메룬에서도 중국인 3명이 납치됐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 채굴장비 사업을 하는 한 중국인은 “지금 아프리카 각국에서 금을 캐는 중국인이 셀 수 없이 많다. 아프리카 금광 사업은 목숨을 건 도박이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될 것이란 꿈을 안고 오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면서 “무장괴한들이 총을 들고 와서 기름과 장비를 빼앗아가도 할 수 있는 건 없다. 여기에 더운 날씨, 의료 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질병에 걸려서 고생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천싱도 “금 캐기는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 우리 회사는 2년 전에 왔지만 아직도 빚을 지고 있다. 많은 금을 찾아내지 못하면 곧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금을 캐서 부자가 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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