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존 서저리 수술 전엔 등판 때마다 통증 걱정…앞으로 재활 훈련 강도 높일 것”
2022년 6월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류현진이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토론토 블루제이스 훈련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자세히 밝혔다.
류현진은 오랫동안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었다. 수년 동안 누적된 통증으로 인해 공을 던지는 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진통제와 주사 치료로 견뎌내야만 했다. 통증이 극심할 때는 공을 던지는 게 두려울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고질적인 통증을 감당하며 공을 던졌던 그가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후에는 통증 없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요즘 캐치볼할 때마다 신기하다고 말한다. 통증 없이 공을 던지는 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오래 전 일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류현진은 이미 동산고 2학년이던 2004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2015년에는 어깨수술도 받은 터라 수술과 재활에는 나름 경험과 지식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이번 토미 존 서저리가 이전에 재활했을 때보다 훨씬 더 빨리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고 말한다.
“처음 토미 존 서저리를 했을 때는 지금보다 재활 기간이 짧았음에도 무척 힘들고 지루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예상보다 재활 진행 과정이 빠른 편이다. 앞으로 조금 더 강도를 올릴 예정이다. 지금부터 4월 초까지가 중요한 시기이고, 그 후엔 불펜피칭을 들어가야 하는 터라 조금 피치를 올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류현진에게 수술을 결정하기 직전의 팔꿈치 상태에 대해 물었다. 류현진은 “더 이상 던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한다.
“선발 등판해서 1회부터 3회까지 투구수가 적으면 던질만 했는데 3회 이미 40~50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통증을 느끼게 되면 구속이 떨어지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등판하는 날 통증이 심하지 않아 좋은 공을 던질 때도 있었고, 등판 준비하면서 안 좋을 때도 많았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다가 심해진 건 몇 년 됐다. 2019년 성적이 괜찮았을 때도 중간 중간에 통증의 강도가 세지면서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통증으로 투구 시 힘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등판 전날에 ‘내일은 절대 아프면 안 된다’란 부담에 자기 전에 소염제와 진통제도 먹었고, 파스까지 붙이고 잤다. 그게 등판 전날의 루틴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버텨온 것이다.”
류현진의 설명대로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은 더 이상 참고 공을 던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결정했다. 류현진으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수술하게 되면 재활과 복귀까지 13개월에서 18개월의 시간을 필요로 했고, 토론토와의 계약 기간 4년 중 2023시즌이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수술 대신 통증을 줄이는 치료로 대신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선수가 부상 없이 야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야구 외적인 일로 부상을 당한 거라면 관리 부주의로 내가 혼나거나 욕 먹을 수도 있는데 팔꿈치 통증은 야구하면서 누적된 거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상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운도 실력도 없는 것이다. 팔꿈치 통증은 내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조금 무리가 된다 싶을 땐 과감히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렇게 못 하면서 몸에 과부하가 생겼고, 부상으로 이어졌다. 몸이 건강한 투수는 구속 편차가 심하지 않다. 반면에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구속 차이가 크다. 구속이 잘 나올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차이를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항상 안 좋았을 때는 팔꿈치가 문제였다. 그럼에도 그 팔로 여기까지 왔다.”
류현진은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은 토론토 첫 해부터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을 만큼 구단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선수도 성적으로 그에 부응했다. 류현진은 어느새 토론토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1시즌 후반기에 구위가 떨어지면서 평균자책점이 상승됐다. 류현진은 “건강한 몸으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매일이 살얼음판 같았다. 그러다 수술을 결정하게 됐고, 가족들한테 상황을 설명했다. 더 이상 약물 치료나 주사로 안 된다고. 수술 결심을 굳힌 다음엔 빨리 진행됐다.”
류현진은 수술 후 혹독한 재활 훈련을 소화한 지금의 팔꿈치 상태에 대해 “전혀 통증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 팔이 진짜 내 팔이 맞나 싶다. 내 팔이 언제 이렇게 아프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통증이 없으니까 공 던지는 게 재밌다. 사실 수술하기 전인 지난해 6월 전까지만 해도 공 던지는 게 두렵고 무서웠다. 지금은 그때의 팔 상태가 아니다. 진통제, 소염제도 필요 없다. 자기 전에 다음 날 일어나서 통증을 느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구를 새롭게 배우는 기분이다.”
평소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류현진이 처음으로 밝힌 이야기들 속에는 아픔과 희망이 공존했다. 통증이 심한 팔꿈치로 선발 투수의 막중한 책임감을 감당했던 그가 수술 후 통증 없이 자신있게 공을 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올시즌 후반기에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즐겁게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미국 플로리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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