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박한 결혼식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5월 19일 프리실라 챈과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챈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드레스를 입어 소박한 성품을 드러냈다. AP/연합뉴스 |
사정이 이러니 저커버그의 아내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 ‘IT업계 신데렐라’로 불리면서 저커버그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여성은 중국계 미국인인 프리실라 챈(28)이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처음 만나 9년 동안 꾸준히 연애를 해온 끝에 마침내 부부의 결실을 맺게 된 것. 하지만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여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긍정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혹시 ‘골드 디거(gold digger:돈을 목적으로 결혼하는 여자)’가 아닐까 하는 편견 때문이다. 챈을 향해 일부 사람들이 ‘잭팟을 터뜨렸다’며 비아냥거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포브스>는 “실리콘밸리의 아내들은 다른 억만장자의 아내들과는 다른 경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챈 역시 ‘트로피 와이프’보다는 ‘스마트 와이프’에 가깝다고 말했다.
흔히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고 말한다. 둘은 실과 바늘처럼 따라 다니며, 실제 전 세계 많은 부호들의 옆에는 항상 늘씬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미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66)다. 지난 2004년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슈퍼모델 출신의 미녀인 멜라니아 나우스(42)와 세 번째 화촉을 밝혀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부동산 갑부나 석유 및 금융 재벌, 고액 연봉의 스포츠 선수 등 대부분의 부호들은 모델이나 여배우, 혹은 그에 못지않은 미모의 여성들을 배우자감으로 선호한다. 일종의 과시욕에서 비롯됐다는 데서 이런 여성들을 가리켜 ‘트로피 와이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부호의 아내들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이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여성들이 많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저커버그의 아내가 된 챈을 예로 들면서 “챈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스스로 앞날을 개척하는 ‘독립적인 실리콘밸리 아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실리콘밸리의 부호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젊고 아름다운 아내보다는 현명하고 자립적이며 똑똑한 조언자로서의 아내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신개념 억만장자 아내’로 불리는 이들은 남편의 부에 의존해 흥청망청하는 아내들과는 분명 다르다. 때문에 사치를 부리기보다는 수수한 옷차림과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즐기곤 한다. 또한 대부분이 자신의 일을 갖고 있는 커리어우먼인 경우가 많다.
가장 최근 ‘실리콘밸리 부호 아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챈 역시 다르지 않다. 하버드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녀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하커스쿨’ 초등학교에서 2년 동안 과학교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의과대학원에 진학해 소아과를 전공했으며, 올가을부터는 동 대학 병원의 소아과에서 근무하게 될 예정이다.
독립적이고 당당한 챈이 저커버그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얼마 전 ‘페이스북’에 새롭게 시작된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장기기증 등록 서비스’ 역시 사실은 챈에게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이었다. 평소 장기기증과 소아 환자에게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는 챈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던 것. 이와 관련해서 저커버그는 “저녁 식사 때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대부분 페이스북과 아이들, 그리고 챈이 만나는 어린이 환자들에 관한 것”이라며 “챈이 병원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새 생명을 얻는 아이들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간편하게 페이스북을 통해 장기기증 등록을 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시작한 지 불과 하루 만에 10만 명 이상이 등록하는 등 현재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커버그가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 역시 사실은 챈의 영향이 컸다. 당시 저커버그가 중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는 소식에 실리콘밸리는 “페이스북이 중국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었지만 사실은 이와 달랐다.
다소 맥 빠지는 이유이긴 하지만 저커버그가 중국어를 배웠던 이유는 챈과 함께 중국 여행을 가기 위해서였다. 영어, 스페인어, 광둥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챈이 저커버그로 하여금 중국어를 배우도록 용기를 북돋았던 것이다. 1년여 동안 중국어 개인교습을 받은 덕에 현재 저커버그는 유창한 실력은 아니지만 챈의 조모와 대화를 나눌 정도의 실력을 닦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차고 다부진 챈의 면모는 저커버그와 동거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 작성한 ‘관계 서약’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동거를 결심하기 전까지 망설였던 챈은 저커버그에게 일련의 협의 항목과 규칙을 제시하면서 반드시 지켜줄 것을 청했다. 서약서의 내용 가운데는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데이트를 할 것’ ‘일주일에 최소 100분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것’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역시 억만장자의 그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고 조용하게 치러졌다. 팔로 알토에 위치한 저커버그의 자택 정원에서 90여 명의 하객들만 초청해서 열린 결혼식에는 부부가 즐겨 찾는 인근의 초밥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들이 차려졌으며, 저커버그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루비 반지를 신부에게 선물했다.
챈의 드레스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4700달러(약 550만 원)짜리 드레스였으며, 이는 고가의 맞춤 드레스를 선호하는 부호들의 아내나 할리우드 스타에 비하면 소박한 편에 속했다. 뉴욕 출신의 디자이너인 클레어 페티본이 디자인한 이 드레스는 현재 전국의 드레스 숍에서 계약 문의가 빗발치면서 그야말로 ‘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는 챈의 경우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실리콘 밸리 부호들의 아내가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딱히 놀라울 것도 없는 것이다.
▲ ‘구글’ 브린 아내 워지츠키. |
둘의 만남은 시작부터 소박(?)했다. 워지츠키의 언니인 수전이 집 차고를 브린과 구글을 공동 창업한 래리 페이지에게 임대하면서 처음 만나게 된 것. 당시 브린은 차고에서 구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고, 워지츠키의 활달하고 열정적인 성격에 매료되어 데이트를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결혼식은 철저한 통제 하에 비밀리에 열렸으며, 하객들은 브린의 제트기를 타고 도착할 때까지도 정확한 장소가 어디인지 모르고 있었다.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소유한 바하마의 ‘무샤 케이’의 섬에서 열린 결혼식은 신부는 흰색 수영복을, 그리고 신랑은 검정색 수영복을 입은 채 해변에서 치러졌다.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들 모두 보트를 타거나 혹은 직접 수영을 해서 결혼식 장소로 와야 했을 정도로 독특한 결혼식이었다.
▲ ‘애플’ 잡스 아내 로렌. |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128명 가운데 100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로렌의 현재 순자산은 90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의 대부분은 잡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여기에는 애플과 월트 디즈니의 주식이 대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실리콘밸리 최고의 여성 갑부가 된 로렌은 현재 세계 여성 부호 13위에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부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로렌에 대해서는 언론에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데다 공개 자리에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잡스의 전기를 집필한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로렌은 “돈은 내가 자립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 내 일부는 아니다”고 말하면서 돈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 ‘MS’ 게이츠 아내 멜린다. |
게이츠와는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만나 교제하기 시작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제품인 ‘퍼블리셔’ ‘익스페디아’ ‘엔카르타’ 등의 기획 및 개발에 참여해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그의 아내 매킨지 베조스. |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웬만하면 ‘품절남’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백마 탄 왕자’를 쉽게들 만나는데 왜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억만장자들은 이미 다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또는 50세 이하의 ‘젊은 갑부’들이 드문 것도 하나의 이유다.
얼마 전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1210명의 부호들 가운데 아직 싱글인 경우는 10%가 조금 넘는 123명이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며칠 전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품절남이 되면서 122명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이들 122명 가운데 50세 이하는 36명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2)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70세 이상의 싱글 억만장자는 34명이다.
현재 싱글인 억만장자 가운데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진정한 총각’은 36명이며, 81명은 이혼남이고 6명은 별거 중이며, 52명은 사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22명 가운데 여성 부호는 단 16명에 불과하다.
‘싱글’이라고 해서 애인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비록 결혼은 안 했지만 대부분의 억만장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교제하고 있는 애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개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유명인들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
가령 헤지펀드 갑부인 이혼남 노엄 고츠만은 현재 영화배우 루시 리우와 교제하고 있으며, IMG의 테디 포츠만은 인도의 미녀 배우인 파드마 라크쉬미와 사귀고 있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억만장자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는 여배우 셀마 헤이엑과 2009년 결혼했고,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이자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인 캐리 투나와 동거 중에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진정한 싱글 갑부는 이스라엘의 억만장자인 테디 사기(39)다. 12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의 자산가인 그는 한때 이스라엘 슈퍼모델 바 라파엘리와 사귄 적이 있지만 현재로선 싱글인 상태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에두아르도 세버린(29) 역시 16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보유한 갑부이지만 현재 공식적으로는 싱글인 상태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