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2차 가해
3월 22일 G 모임 운영위원회는 “(일요신문 보도로)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게 됐고, 운영위 결정이 늦어진 점에 대해서 사과드린다”며 “가해자 A 씨와 공동운영위원장 C 씨에 대한 제명을 요청했다”고 공지를 올렸다. 3월 23일 C 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에 “당사자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3월 26일 G 모임은 구성원 전원이 참석할 수 있는 회의를 열어 A 씨와 C 위원장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늑장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3월 1일 피해자 B 씨는 해당 사건을 G 모임에 최초로 공론화했다. 그러자 G 모임 회원들 중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일부 회원들이 B 씨에게 따로 연락을 취해 “가해자 A 씨 생각은 왜 안하냐”고 피해자를 다그쳤다고 한다. 3월 18일 민주당 청년정치인 이 아무개 씨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자 SNS를 통해 해당 사건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 모임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G 모임은 조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개인 대 개인 사이에서 발생한 일로 파악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에 범죄 의혹 및 2차 가해 등의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묵과해선 안 될 사안임을 확인했다”며 “피해자의 대리인이 3명까지 늘어나면서 전해 듣게 되는 과정들이 지난했다. 대리인의 사견은 어디까지 포함돼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B 씨는 이런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 씨는 “대리인을 따로 둔 적이 없다. 그나마 대리인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청년정치인 이 아무개 씨조차 연락을 받은 바 없다”며 “이 씨의 SNS 전문이 G 모임에 공지됐고, 이에 대해 C 위원장이 해명을 했다. G 모임에선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보도 이후에도 2차 가해는 계속됐다. 3월 25일 홍 아무개 전 민주당 청년선대위 대변인은 SNS에 “(제명을 당한) C 위원장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시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법적 책임에 도움이 되도록 근거 자료로 캡처하겠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에 B 씨는 “어느 부분이 허위사실이고, 어느 부분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신지 여쭙니다”라고 직접 대응했다. 결국 홍 전 청년대변인은 2차 가해 사실을 담은 글을 삭제했다. 홍 전 청년대변인은 G 모임 회원이자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계인 ‘팀 박지현’ 소속이다.
민주당은 가해자인 A 씨, 2차 가해자로 지목된 G 모임 C 위원장,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3월 23일 본인을 김영호 의원 지인으로 소개한 유튜버 ‘동작사람 박찬호’는 SNS에 “피해자 B 씨를 우리 당(민주당)에서 최고 수위의 제명 징계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어디 감히 민주당의 적통인 김 의원을 함부로 음해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B 씨는 “그동안 크고 작은 2차 가해들이 있었다. 그래도 기사가 나가면 더 이상의 2차 가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언론사에 제보를 결심했다. 보도 이후 2차 가해자가 제명됐고, 이에 대해 명백히 사과했는데도 2차 가해가 이뤄져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입장은?
피해자가 지목한 2차 가해자와 방관자들은 이른바 ‘박지현계’로 분류된다. 실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2022년 3월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줄곧 G 모임과 함께 정치적 행보를 해왔다. 2022년 3월 22일 G 모임 회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첫 행보도 2022년 7월 1일 G 모임 비공개 간담회였다. 홍 전 청년대변인은 2월 9일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첫 출판기념회에서 진행을 맡았다. 지난 3월 6일 박 전 비대위원장은 G 모임 회원들과 함께 ‘민주당이 나가야 할 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도 2차 가해자들과 방관자들이 있었다.
B 씨는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팀 박지현’을 함께하는 G 모임 운영위원 3명과 당시 공동운영위원장 등은 사건에 대해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고 공지 형식으로 사과를 했다. 그마저도 상당 부분 허위가 가득했다. 앞서 언급한 C 위원장과 홍 전 청년대변인은 2차 가해자”라고 말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G 모임 사건에 대해 침묵하는 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2022년 1월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근절 특별위원장으로 정치권에 첫 입문을 했다. 이후 당내 성비위 사건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2년 7월 4일 박 전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의원이) 대선 때 디지털 성범죄나 성범죄 문제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몇 번이고 저와 약속을 했는데 제가 비대위원장 시절 박완주 의원 제명권이나 최강욱 의원 사건 등에 대해 (이재명 의원이) 거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최강욱 의원 사건을 제가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그런 발언들을 막기도 했다. 저는 이것이 온정주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2022년 12월 15일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SNS에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피해자의 편에서 지속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에 사과하고 달라지겠다 약속할 것”을 요구하며 “국회 윤리특위에 박완주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촉구해야 한다. 박 의원이 민주당 의원일 때 저지른 범죄이기에 제명했으니 모른다고 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과와 박완주 의원의 의원직 박탈은 민주당이 성범죄에 단호히 대처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선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26일 일요신문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에게 G 모임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일요신문에서 보도한) 기사가 피해자를 보호한다고 생각되지 않아 우려가 크다. 피해를 공론화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와 안위라 생각한다. 최초 보도에 피해자가 응한 것인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보도가 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 보도에 있어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일요신문은 “피해자 의사에 의해서 보도된 기사이며, 기사는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피해자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측근들이 2차 가해와 방관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궁금해 한다”고 재차 입장을 물었다.
3월 27일 박 전 비대위원장은 ‘팀 박지현’ 소속 한 인사를 통해 피해자 B 씨에게 “본인 사건에 대한 제 입장 궁금하시냐”라는 취지로 두 차례에 걸쳐 물었다. 이날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일요신문에 “피해자 B 씨가 ‘제 입장이 궁금했으면 직접 연락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제 입장을 궁금해 한다는 일요신문 질의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일요신문과는 앞으로 그 어떤 취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월 28일 B 씨는 “박 전 비대위원장이 본인 북콘서트에 참석해달라고 부탁할 때는 제게 직접 연락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측근을 통해서 ‘본인 사건에 대한 박 전 비대위원장 입장 궁금하냐’라고 두 차례 물어왔다. 저는 박 전 위원장 입장에 관심 없고 굳이 알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며 “박 전 비대위원장이 질문해온 게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 박 전 위원장이 이 사건에 나설 거면 이미 나섰을 것이다. 피해자인 제가 굳이 나서지 않고 있는 박 전 비대위원장에게 어떻게 입장을 물어보나”라고 밝혔다.
아울러 B 씨는 “박 전 비대위원장 측에 ‘관심 없고 굳이 알고 싶지 않다’라고 답변한 걸 토대로 일요신문에 반론을 보낸 것이다. 제가 박지현계 인사들을 2차 가해자와 방관자로 인터뷰했다. 저는 그동안 일요신문이 가해자와 방관자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받은 반론 및 입장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정 및 반론보도] “민주당 ‘혼인빙자 사건’ 박지현 책임론” 관련
본지는 지난 3월 28일 일요신문i 정치면 <민주당, ‘혼인빙자 사건’ 박지현 책임론 불거진 까닭>, 4월 3일 일요신문 28면(사회) <민주당 ‘혼인빙자 사건’ 박지현 책임론 왜?> 제목의 기사에서 홍 아무개 대변인이 해당 보도 사건의 2차 가해자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해당 보도에서 언급한 홍 아무개 전 대변인은 팀박지현의 멤버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홍 전 대변인은 2차 가해를 한 적이 없음을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