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의 신임 코치, 6명의 고교 농구선수가 그려낸 8일 간의 기적…지금 이 순간을 사는 청춘을 위한 ‘삼점 슛’
영화 ‘리바운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고교 농구부가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8일간 써 내려간 연전연승의 기적을 그린다.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고교농구대회에서 벌어진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그야말로 만화 같은 실제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부산중앙고등학교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농구선수 출신의 양현(안재홍 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해 눈엣가시가 된 농구부를 해체하고 싶어 하는 교장과 전통을 생각해 지키고 싶어 하는 교사들 사이, 제대로 된 선수들조차 갖추지 못한 농구부는 사실상 자동적인 폐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농구부를 떠맡게 된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자신의 고교 농구 시절을 떠올리며 선수 모집에 나선다. 주목 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분),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분),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김택 분),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분)를 모아 어떻게 해서든 전국대회에 참가하게 되지만,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결국 첫 경기 상대였던 고교 농구 최강자 용산고에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마주한다. 여기에 6개월간 출전 정지라는 징계까지 받으면서 양현은 자신의 욕심으로 농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의 미래까지 망친 것을 자책하게 된다.
감동이 주가 되는 실화 바탕 작품이 으레 그렇듯 ‘리바운드’ 역시 이처럼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초반 서사가 스토리를 루즈하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기에 급급해 아직 오합지졸인 학생들을 몰아댄 초보 코치가 겪게 되는 전형적인 갈등과 해결구조의 뻔함이 유지된 것은 ‘리바운드’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군데군데 짙게 묻어나는 장항준 감독 특유의 개그 센스가 느슨해진 스토리 라인에 독특한 리듬을 더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신임 코치 양현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의 몸과 얼굴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열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유독 이 작품에서 장항준 감독의 얼굴과 계속 겹쳐 보이는 안재홍은 본격적인 개그 신부터 명대사들의 향연이 이어지는 진지한 신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극의 든든한 '센터'로 활약하고 있다.
이후 양현과 멤버들의 절치부심 끝에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신세였던 식스맨 재윤(김민 분)과 농구 열정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안지호 분) 등 1학년들이 새로 영입되면서, 2012년 전국고교농구대회에서 펼쳐진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마법이 스크린 위에 다시 한 번 발동한다. 시합장에 있는 그 누구도 기대하지도, 주목하지도 않았던 학교가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연전연승을 이어가게 된 것.
당시 고교 농구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던 부산중앙고의 약진은 그대로 스크린 속 농구코트 위에 거침없이 펼쳐진다. 교체 멤버도 없이 고작 여섯 명으로, 그것도 한 명은 시합 중 쇄골 골절로 물러나게 되면서 부산중앙고는 한 팀 선수 정원인 다섯 명만이 코트를 종횡무진해야 했다. 휴식은커녕 숨 돌릴 시간도 없이 8일 동안 16강부터 4강까지 쟁쟁한 팀들을 제쳐야 했던 이들의 분투는 실화의 결말을 아는 이들의 꽉 쥔 주먹 안까지도 축축하게 만들 만큼의 스릴을 선사한다.
특히 거침없이 들어가는 삼점슛과 손에 자석이라도 붙인 것처럼 착 달라붙는 패스 연계까지 시합을 실제로 직관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연출도 ‘리바운드’의 필람 포인트다. 앞서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이 작품을 선택한 관객이라면 반가울만한 기술과 연출도 적지 않게 등장해 관람의 재미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리바운드’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청춘 그 자체를 담아낸 영화라는 것이다. 꼭 대학팀이나 프로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그저 농구가 좋아서, 농구를 하는 지금을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좋아서 코트 위에 서는 여섯 청춘들의 삶을 향해 관객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제목부터 청춘 그 자체를 그린 밴드 펀.(FUN.)의 노래 ‘위 아 영'(We Are Young)을 배경으로 코트 위에 다시 오르는 이들의 마지막은 그후로 이어지는 실제 인물들의 당시 사진과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리바운드’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장항준 감독은 앞서 국내에 '농구 열기'를 퍼뜨린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해 언급했다. 장 감독은 "저도 '슬램덩크'를 좋아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명작이고,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라며 "'슬램덩크'와 우리 작품의 다른 점이라면 지금을 사랑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본인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점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선 많은 선수들이 엘리트를 꿈꾸지만 여러 이유로 끝까지 가지 못한다. 선수로서는 늘 오늘이 마지막, 혹여 부상을 당한다면 내일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들이 그날 왜 그렇게 이를 악물고 뛰었는지, 많은 젊은 청년들이 위안과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기적 같은 실화를 그린 ‘리바운드’는 충무로 대표 이야기꾼 장항준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 ‘킹덤’의 권성휘·김은희 작가와 의기투합해 그려낸 작품이다. 선수로 분한 배우들이 완벽한 합을 맞춰 만들어낸 경기 신은 농구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도, 농구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만족할만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122분, 12세 이상 관람가. 4월 5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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