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2007년부터 2020년까지 판매량이 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이 접대비를 줄이기 시작했고,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과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2, 3차는 물론 회식도 감소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 중지에 들어간 것은 업계의 치명타였다. 결국 위스키 수입액은 10년 전 대비 50%에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위스키 시장의 미래는 어두워 보였지만 2021년 이러한 틀이 깨졌다. 하향세를 그리던 위스키 수입액은 2억 6684만 달러를 기록했다. 15년 만의 반등이었다.
위스키 시장의 반등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과거 위스키는 전체 매출의 90%가 유흥시장에서 이뤄졌다. 과음과 폭음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에서 맛과 향을 음미하는 쪽으로 변화했고, 이는 위스키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또 위스키의 접근성을 낮춘 하이볼의 등장으로 위스키 시장의 범위는 더 넓어졌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와 레몬을 넣고 섞으면 완성된다. 보통 알코올 도수는 6~8도 정도지만, 취향에 따라 맥주보다 부드럽게 5도 이하나 위스키 향이 좀 더 느껴지도록 10도 이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탄산수와 섞기 때문에 가격은 위스키에 비해 저렴하다.
하이볼은 기존 위스키 문화를 뒤집었다. 위스키 시장에 민주주의를 불러온 것이다. 기존에는 비즈니스 자리에서 따라주면 무조건 마시는 접대용 술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비율을 맞춰 주문할 수 있는 즐기는 술이 됐다. 즉, 권위와 강압적인 분위기를 없앤 자유로움과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에 하이볼이 자리했다. 이는 ‘나 스스로 편하게 즐기는 것’을 원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 특성과 연관이 깊다.
위스키는 이제 더 이상 독주만 좋아하는 애주가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를 방증하듯 인기 품목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절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수요량이 늘어나니 가격은 더욱 급등했다. 결국 ‘위스키 오픈런’까지 생겼다.
2023년에도 위스키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와인처럼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하지도 않고 저장성이 좋고 언제든지 하이볼로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스토리를 품고 있어 자신만의 추억을 SNS에 아카이빙하기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음과 폭음에서 탈피, 맛과 향으로 즐기는 건전한 음주 문화의 확산도 위스키 시장의 순풍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 싱글 몰트, 싱글 그레인, 버번, 라이(호밀), 콘 위스키 등의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제품과 버번 캐스크, 셰리 캐스트, 럼 캐스크 등 숙성 오크통에 따라 달라지는 제품, 그리고 국가별, 숙성기간별로 달라지는 위스키의 선택은 고객의 고르는 재미를 더욱 가중시킨다.
다만 리셀은 주의해야 한다. 현행법상 주류의 개인 간의 거래는 허용되고 있지 않다. 진정으로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수집과 소장에 찬성이지만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본말전도가 되어버릴 수 있다.
명욱 주류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다. 연세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최근 유튜브 채널 '술자리 인문학'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명욱 주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