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후 폭탄배당’ 기존 주주들 비난 회피 목적?…하림지주 “비상장 전환되면서 연계공시 안 됐을 뿐”
#배당금 대폭 늘렸는데 공시의무 위반까지
엔에스쇼핑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엔에스쇼핑 재무제표는 지난 2월 8일자 이사회에서 승인됐다. 엔에스쇼핑의 주식가액은 하림지주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 10% 이상에 해당해 지주회사의 공시대상 자회사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시대상 자회사의 배당 결정과 관련된 내용은 지주회사가 다음날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하림지주는 엔에스쇼핑 배당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확인 결과 하림지주의 엔에스쇼핑 배당 공시는 누락된 게 맞으며 불성실 공시에 해당한다. 장부가액이 자산총액의 10%가 넘는 자회사들은 상장 법인에 준해서 공시하게 돼 있다. 현금, 현물 배당 결정 공시는 금액과 상관없이 배당을 결정한 사실이 있으면 공시해야 한다”며 “거래소에서 추후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칠 예정이다. (기업의) 잘못이 경미하다고 판단되면 불성실 공시법인 예외 처리를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벌점이 부과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상장폐지 후 폭탄 배당에 대한 기존 엔에스쇼핑 주주들과 시장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시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림지주 관계자는 “공시 누락을 한 것이 맞다. 기존에는 엔에스쇼핑이 상장사였기 때문에 연계공시에 따라 자동으로 지주사 계정으로 공시가 됐다. 비상장사로 전환되면서 연계가 안 됐고, 거래소에서 따로 지도도 오지 않아 전혀 생각을 못 했다. 놓치면 안 될 내용을 놓쳤다. 다만 의도를 갖고 숨길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엔에스쇼핑 배당금과 관련해서는 “기존 엔에스쇼핑 주주들의 주식 교환을 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엔에스쇼핑에서 배당을 하고 지주사에서 배당을 하면 기존 주주들에게도 배당이 돌아간다”며 “엔에스쇼핑은 지난해 사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배당금 조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당 공시 누락뿐만 아니라 배당 내용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엔에스쇼핑은 배당금 규모를 늘렸다. 3월 15일 하림지주가 제출한 엔에스쇼핑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엔에스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2021년 대비 0.5% 증가한 5509억 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 감소한 397억 원에 그쳤다. 반면 배당금은 늘었다. 엔에스쇼핑은 지난해 주당 현금배당금을 2800원으로 책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99억 원으로 2021년 50억 원과 비교해 301% 늘어났다.
지난해 배당은 엔에스쇼핑이 하림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후 처음 이뤄졌다. 지난해 3월 하림지주는 신주 발행을 통해 엔에스쇼핑 주주에게 1 대 1.413(하림지주 대 엔에스쇼핑) 비율로 주식을 교부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실시했다. 주식 교환 후 같은 달 엔에스쇼핑은 상장폐지됐고, 하림지주가 보유한 엔에스쇼핑 지분율은 기존 47.96%에서 100%로 확대됐다.
지배구조 개편 전 기존 엔에스쇼핑 주주 입장에서도 하림지주에 들어가는 배당수익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실제 하림지주는 지난해 기준 1주당 배당금을 120원으로 책정했다. 2021년(100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배당금 총액은 76억 원에서 112억 원으로 47% 늘었다.
하지만 하림지주를 향한 기존 엔에스쇼핑 주주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다. 하림지주는 엔에스쇼핑을 완전자회사로 만든 후, 지난해 10월 엔에스쇼핑을 투자회사인 NS지주와 사업회사인 엔에스쇼핑으로 인적분할했다. 이후 NS지주를 하림지주가 흡수합병하면서 하림지주가 엔에스쇼핑을 통해 지배하던 손자회사들도 자회사로 편입됐다. 엔에스쇼핑의 100% 자회사이던 하림산업이 하림지주 아래로 들어가면서, 하림산업이 영위하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 물류단지 사업 개발 이익 등에 대한 기존 엔에스쇼핑 주주들의 몫이 줄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하림지주 지분율은 48.21%다. 지배구조 개편 전보다 김 회장의 지분은 22.95%에서 21.10%로 감소하는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1.50%에서 48.21%로 줄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보유한 올품 지분율은 4.36%에서 5.78%로 높아졌다.
#지배구조 개편 효과 있을까
하림지주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엔에스쇼핑의 경영 효율성 증대와 사업역량 강화를 노린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 개편 전 엔에스쇼핑은 하림산업 등 자회사들에 자금을 수혈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다 보니 엔에스쇼핑의 부담이 컸다. 하림지주가 NS지주를 합병하기 전인 2022년 1~3분기 엔에스쇼핑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41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엔에스쇼핑을 홈쇼핑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하림지주의 전략이다.
조항목 엔에스쇼핑 대표는 신년사에서 올해를 엔에스쇼핑의 턴어라운드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대표는 고객과 수익성 중심의 상품 풀 재편,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확장 등을 토대로 한 수익성 강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TV홈쇼핑 시장이 축소되고 홈쇼핑 업체들의 송출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하림지주 자회사로 새롭게 편입된 회사들의 향방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하림지주가 NS지주를 합병하면서 NS지주 종속회사인 하림산업, 엔바이콘, 글라이드, 에버미라클, 엔디, NS홈쇼핑미디어센터 등 6개 법인이 하림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부동산업과 식품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하림산업은 지난해 8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589억 원의 손실을 나타낸 2021년 대비 손실액이 48%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유통회사인 글라이드와 프랜차이즈업을 영위하는 엔바이콘은 각각 72억 원, 2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광고물제작 업체인 엔디의 순손실도 3300만 원이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월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하림산업은 가정간편식(HMR)과 라면 사업을 본격화했으나 제한된 매출규모로 고정비 부담을 충당하지 못해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보유 자산에 대한 가치는 인정되나 향후 개발 과정에서 자금소요 확대가 예상돼 하림지주의 재무적 지원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NS지주 자회사 지분 이관 등으로 인한 회사채 등의 차입금 인식으로 재무비율이 다소 저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앞서의 하림지주 관계자는 “손실이 나고 있는 자회사들은 가정간편식과 종합 식품들을 계속 생산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회사다. 투자 초기에는 손실이 나겠지만, 중간유통과정을 없애는 등 식품 사업 전문성이 높아지면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이라 예상한다”며 “지주사가 자회사를 지원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지난해 하림지주의 영업이익도 1조 원 가까이 났기 때문에 재무 상황은 우려할 것이 없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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