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전환 외에도 불안 요인 산적 상장폐지 사태 치명타…위메이드 “위믹스 관련 사업 확장해 불신 개선”
#올해도 늦어진 사업보고서
위메이드의 매출은 2021년 3350억 원에서 지난해 4634억 원으로 37.4% 늘었다. 그러나 2021년 974억 원을 거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84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뿐만 아니라 위메이드는 지난해 185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 규모가 영업손실 두 배를 넘어선다.
위메이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적자전환 외에도 불안요소가 산적하다. 위메이드는 당초 지난 3월 23일 사업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늦은 3월 28일에 공개했다. 금융감독원의 ‘암호자산 관련 주석공시 모범사례’에 따라 디지털자산(코인)에 대한 회계를 수정하면서 감사 절차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메이드는 지난해도 사업보고서 제출이 예정보다 늦은 바 있다. 위메이드는 당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회계 및 감사 업무에 차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인 회계 처리가 늦어지면서 사업보고서 제출도 지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위메이드는 실적을 정정공시하면서 관련 논란을 키웠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3월 정정공시를 통해 2021년 실적을 수정했다. 위메이드는 당초 2021년 매출 5607억 원, 영업이익 326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정정공시를 통해 수정된 매출은 3373억 원, 영업이익은 1009억 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00억 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위메이드는 당시 “위믹스를 유동화한 자금을 매출로 인식했지만 외부감사인은 선수수익(대가의 수입은 이루어졌으나 수익의 귀속시기가 차기 이후인 것)으로 처리해야한다는 최종 의견을 냈다”며 “블록체인 사업 관련 회계 및 법령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탓”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위메이드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크게 손상됐다. 특히 선수수익은 부채로 인식된다. 위메이드의 처음 사업보고서는 부채를 매출로 둔갑시킨 셈이다.
위메이드의 정정공시는 가상자산 회계 기준에 따라 실적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동시에 위메이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거세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이드 실적에 위믹스 관련 자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한 번 제출한 사업보고서가 이렇게 뒤집어진 이후 상장사로서 신용이 낮아진 게 사실”이라며 “극단적으로는 회계법인과의 마찰로 감사 부적절 결과를 받아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위메이드의 미래는?
위메이드는 2021년 코인 광풍 이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다. 이렇다 할 신작 게임 없이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미르의 전설’ 관련 소송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그런 위메이드의 사세가 반전된 것은 2021년 불어 닥친 P2E 게임 열풍 덕이다. 위메이드는 2019년 말 위믹스와 위믹스 기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일찌감치 선보였다. 출시 당시에는 차가운 반응도 있었지만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위믹스의 인기도 치솟았다. 위메이드의 실적을 반전시킨 장현국 대표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장현국 대표는 2019년 3월 위메이드 대표에 취임했다. 위메이드의 2018년 매출은 1270억 원에 불과했고, 직원 수도 49명뿐이었다. 그러나 위메이드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91명으로 10배나 늘었고, 매출도 4634억 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장 대표가 처음 P2E 게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던 2019년에는 회사 내부에서도 차가운 반응이 많았다”며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위믹스가 폭등하며 기울던 사세가 바로 서자 장 대표는 선견지명을 지닌 ‘예언적 존재’로 추앙 받았다”고 말했다.
장현국 대표는 월급쟁이 최고경영자(CEO)임에도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호평을 받아왔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언론 인터뷰는 물론 유튜브 출연도 가리지 않으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급여와 위메이드 배당금 전액으로 위믹스를 매입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장현국 대표의 최근 평가는 과거와 같지 않다. 장 대표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내 위믹스 플랫폼에 총 100개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했지만 실제 위믹스에 탑재된 게임은 올해 2월 말 기준 22개에 불과하다. 위메이드는 총 80개 게임과 계약을 맺었고 곧 33개를 추가 출시할 계획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게임 서비스는 차일피일 밀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는 위메이드에게 치명타가 됐다. 위믹스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공동협의체 ‘닥사(DAXA)’와의 분쟁 끝에 급작스러운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거래소들은 위메이드가 유통량을 속이고 거짓 공시를 했으며 해명조차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는 거래소들과 법적 분쟁까지 벌였지만 법원은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위메이드는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재상장하고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마트에도 위믹스를 상장시키며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한때 2만 8000원에 달하던 위믹스 가격은 현재 2000원을 밑돌고 있다. 위믹스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P2E 게임을 즐길 이유도 사라졌다. 위믹스의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의 MAU(월 실사용자)는 2021년 4분기 180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4분기 26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신규 게임 영입 차질을 빚고 있고, 코인 시장 대세 상승기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위메이드로서는 ‘미르’ 시리즈의 성공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2021년 위메이드 상승기에 앞서 2020년 말 출시한 자체 제작 게임 ‘미르4’의 성공이 있었음을 잊으면 안 된다”며 “미르4 글로벌에 이은 흥행작이 없다면 널뛰는 코인 가격에 사세가 흔들리는 구조를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믹스 관련 사업을 앞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해왔고, (위메이드에 대한) 불신도 어떤 성과를 보여드리느냐에 따라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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