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지난 4·11총선 때 퍼주기 복지정책경쟁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5+5 공약을 제시하며 일자리 교육 주거 보육 노후 등의 보장을 제시했다. 7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은 3+3 공약을 제시하며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와 반값등록금 일자리복지 주거복지를 약속했다. 소요 예산이 165조 원을 넘는다. 우리나라는 정부부채가 국가부채 420조 원와 공공기관부채 460조 원을 포함하여 1,000조 원에 육박한다. 국민 1인당 2000만 원이나 되는 규모다.
최근 새누리당은 사병의 월급과 수당 2배 인상, 경찰과 소방공무원 처우개선 등 과도한 포퓰리즘 공약의 철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국민에게 당장 실망을 주더라도 다시 검토해서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있다. 포퓰리즘 공약을 만든 사람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외부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과 검증을 같이하여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야당의 자세다. 야당도 여기에 합류하여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포퓰리즘을 거둬내야 한다. 그리하여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생산적인 경제정책을 내놓는 정치권으로 여야가 함께 거듭나야 한다.
19대 국회는 개원과 함께 사실상 연말 대선의 전초전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8대 국회는 사상 최악의 폭력국회였다. 최루탄까지 동원된 싸움판에서 나라예산은 물론 미디어법, 한미 FTA 비준 등 주요 안건들이 예외 없이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폭력을 막겠다고 국회가 선진화법까지 만든 것이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이 법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포퓰리즘 경쟁을 시작함에 따라 또 다른 차원의 폭력행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 추세로 나갈 경우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의 대규모 확대는 물론 갖가지 법안을 당리당략의 희생물로 전락시켜 국정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19대 국회의 최대 과제는 연말대선을 정책선거로 치르는 것이다. 연말대선이 포퓰리즘의 덫에 걸릴 경우 이는 정치낙후 경제붕괴 사회분열이라는 3개의 함정을 한꺼번에 파는 것이 된다. 반면 후보 간 치열한 정책대결과 국론수렴의 과정으로 대선을 치르면 이는 정치선진화 경제회생 사회화합이라는 일석삼조의 희망을 가져오는 것이 된다. 국회의원 각자가 자신이 속한 계파의 대통령 후보자를 위한 운동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 하는 헌법기관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투철한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