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2루수 이동했지만 팀 내 입지 ‘탄탄’…배지환 3타수 2안타 2도루 ‘대박 예감’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투수보다 야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팀 내 위상이 가장 확실한 선수는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다. 지난해 11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된 최지만(31)은 1루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피츠버그의 배지환(23)은 생애 첫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고, 신시내티 레즈와의 개막전에 2루수 8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유일한 투수인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고, 올 시즌 후반기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
소속팀에서 2루수로 활약할 예정인 김하성, 배지환의 올 시즌 기상도를 알아본다.
#3년 차 빅리거 김하성 ‘맑음’
2022시즌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며 월드시리즈가 가시권에 들어왔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오프시즌 동안 공격적인 선수 영입에 나섰다. 야수 중 가장 눈에 띄는 영입은 11년 2억 8000만 달러의 거액을 주고 데려온 유격수 잰더 보가츠다. 잰더 보가츠는 유격수만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고 몸값이나 커리어를 비교했을 때 김하성은 자연스레 유격수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구단은 김하성에게 2루수를 맡겼다. 지난 시즌 주로 2루수를 맡았던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1루수로 이동했다.
김하성으로선 다소 아쉬운 상황이었을 터. 지난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금지 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고 팀을 이탈했을 때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하성은 빼어난 수비 실력을 뽐내며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올랐다. 샌디에이고 팬들은 김하성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에 매료돼 그를 ‘어썸 킴(Awesome Kim)’이라고 부른다. ‘하성’이란 발음과 비슷하다고 해서 ‘어썸’이란 애칭을 붙인 것.
익숙한 유격수에서 2루수로 이동하는 데 대해 김하성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고, 유격수 못지 않게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 때문이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김하성이 실책을 범했다. 3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에서 김하성은 8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4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팀은 2-7로 패했고, 김하성도 3회초에 아쉬운 실책을 저질렀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선두 타자인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타구가 김하성 방향으로 향했지만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공을 흘려보내고 말았던 것. 다행히 후속타가 없어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김하성으로선 쉽게 잊히지 않을 장면이었다.
김하성은 개막전에서 1-1로 맞선 2회말 1사 1루에서 병살타를 쳤다. 5회와 9회 타석에선 내야 뜬공과 땅볼로 물러났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하성은 비록 안타가 나오긴 했지만 경기 전체가 아쉽기만 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 3회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놓친 상황은 경기 초반 비가 쏟아지면서 급히 그라운드를 정비한 터라 수비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하성은 “비가 온 후라 타구를 정확하게 정면에서 잡으려고 하다가 실책이 나왔다”면서 “앞으론 실책이 안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실책도 하고 병살도 치고, 그래서 기분이 안좋은 하루지만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았고, 이제 한 경기라 생각하며 내일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데뷔전 맹활약 배지환 ‘쾌청’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배지환한테 3월 31일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개막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명경기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배지환은 31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방문 경기에 8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2도루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배지환은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헌터 그린의 초구 162km/h의 빠른 공에 기습 번트를 시도했는데 공이 투수의 키를 넘어 2루수 앞에 떨어져 배지환은 여유있게 1루 베이스를 밟을 수 있었다.
배지환은 남다른 선구안과 빠른 발로 자신의 가치를 경기를 통해 증명해 보였다. 피츠버그가 신시내티를 5-4로 꺾었는데 승리의 주역은 단연 배지환이었다.
배지환은 경북고를 졸업한 2018년 피츠버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2019년 싱글A, 2021년 더블A, 2022년 트리플A를 거쳐 지난해 9월 24일 시카고 컵스전을 통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배지환은 데뷔전에서도 첫 안타와 도루 2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배지환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타율 0.234(47타수 11안타) 2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배지환은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타구 질이 좋은데 이상하게 야수 정면으로 가는 공이 많이 나온다”면서 “내야와 외야 합쳐 4명 정도만 세워 놓으면 많은 안타를 만들어 낼 것 같은데 수비의 빈틈이 안 보인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야구 인생의 소원이었던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개막전 선발 출장에서 3번의 출루와 도루 2개, 2득점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화답했다.
비시즌 동안 한국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갔던 배지환은 2023시즌을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았다. 지난해 가까스로 빅리그에 데뷔했고, 그 흐름을 잘 이어가려면 훈련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 시범경기에서 포텐이 터지길 바랐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자 개막 로스터 합류가 무산될까 싶어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러다 개막 로스터 합류와 개막전 출전, 그리고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면서 단숨에 피츠버그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배지환은 팀에서 특별 관리를 받는다. 감독을 비롯해 코치들까지 배지환의 야구장 출근 시간부터 훈련 스케줄과 훈련 내용을 꼼꼼히 체크한다. 배지환은 이런 관심과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성실한 태도로 생활해 나갔다.
생애 첫 개막전을 화려한 플레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지환은 정규시즌에서도 당분간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샌디에이고=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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