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배당성향은 20.3%로 지난해 20.6%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48조 5908억 원으로 전년 49조 2673억 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전반적인 실적 하향세지만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동부정밀화학의 6188%를 비롯해 한국유리공업 1455%, 대우조선해양 373%, 녹십자홀딩스 275%로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동부정밀화학의 배당성향 6188%는 벌어들인 이익의 61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농약 및 재료, 신소재, 고분자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동부정밀화학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14%, 장녀 김주원 씨가 11.21%, 장남 김남호 씨가 21.14%, 동부문화재단이 5%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오너일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김준기 회장은 동부정밀화학의 공동대표이사를 지내다 지난해 초 물러났다.
배당성향이 너무 높다 보니 얼핏 숫자로 봐서는 오너그룹에 대한 배당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동부정밀화학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다. 올해 지급하는 주당 500원의 배당금은 지난 2년간 배당한 금액과 똑같다는 것. 오히려 3년 전 지급한 배당금 750원에 비하면 33%가 축소된 금액이다.
동부정밀화학의 총 주식수는 400만 주로 자사주 4만 주를 뺀 396만 주에 500원씩 총 19억 8000만 원으로 3년간 똑같은 액수를 배당했다.
그렇다면 배당성향 수치가 올해 갑자기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동부정밀화학 측에 따르면 경상이익으로는 127억 2287만 원을 냈지만 126억 9046만 원의 법인세 비용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3241만 원으로 축소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즉 배당금액은 전년도와 변함이 없는데, 올해 당기순이익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배당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
당기순이익이 줄었다는 것은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동부정밀화학은 이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부정밀화학으로서는 높은 배당성향에 대해서는 낮은 당기순이익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또 낮은 실적이 회사의 실적 부진은 아니라고 해명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05년도 세전 이익 127억 원은 예년 수준이라고 동부정밀화학은 밝히고 있다. 2004년도에는 170억 원, 2003년도에는 19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바 있다. 2005년도 법인세 126억여 원은 동부정밀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건설 지분 6.88%와 동부제강 지분 14.66% 때문이다.
동부정밀화학에 따르면 지분법 평가대상이었던 동부건설과 동부제강의 주식이 매도가능증권으로 바뀌면서 이에 대한 법인세 비용이 126억 원이 발생했다고 한다. 세법에서는 지분 20% 이상일 경우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지분법 평가대상으로 설정하도록 되어 있다. 동부정밀화학이 보유한 동부건설과 동부제강의 경우 20%가 넘지 않지만 지난해 초까지 김준기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지분법 평가대상으로 지정되었던 것이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들 계열사 지분이 매도가능증권이 되자 법인세 비용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인세를 곧바로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추후 매각시 발생하게 될 법인세 비용을 미리 부채로 설정해 놓는 것이다.
당기순이익이 줄었지만 동부정밀화학은 예년과 같은 수준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동부정밀화학 측은 “몇 년 간 이월된 이익 잉여금 1000억 원이 사내유보금으로 남아 있다. 올해도 예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사내유보금이 자본금의 5배가 넘는 상황이라면 경영이 크게 어려워졌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회계상으로 어쩔 수 없이 배당성향이 높게 나온 것일 뿐 회사 운영은 예년과 다름 없이 정상적인 상황이다”는 설명을 남겼다. 사내 유보금 때문에 장부상 수지가 악화돼도 고배당 성향을 유지하는 데 문제없다는 얘기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