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활용 재원 마련 가능성 제기…삼표그룹 “배당은 이익잉여금 안에서 이뤄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이 중 삼표그룹 경영에 참여 중인 사람은 정대현 사장뿐이다. 정대현 사장은 2006년 삼표그룹 과장으로 입사해 2015년 삼표시멘트 부사장에 올랐고, 2019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도원 회장은 이번 기소로 인해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 회장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 회장 기소 이후 “검찰은 지극히 합당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며 “정 회장 기소는 노동자들의 생명안전에 대한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책임과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분명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대현 사장이 조만간 삼표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표그룹의 승계설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정도원 회장은 2019년 6월 지주사 (주)삼표 대표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은 76세다. 당장 은퇴를 해도 늦은 나이는 아니다. 반면 정대현 사장은 현재 (주)삼표 신성장실장을 겸하면서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승계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정대현 사장은 대외적인 활동을 별로 하지 않아서 그에 대해 알려진 바도 많지 않다”며 “정도원 회장은 과거 활발히 활동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아 삼표그룹 분위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대현 사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삼표 지분도 승계 받아야 한다. 현재 (주)삼표의 주주구성은 지난해 말 기준 정도원 회장 65.99%, 에스피네이처 19.43%, 정대현 사장 11.34% 등이다. 정대현 사장은 에스피네이처 지분 71.95%를 가진 최대주주다. 따라서 정대현 사장은 에스피네이처 보유 지분을 포함해 총 (주)삼표 지분 30.77%를 갖고 있는 셈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주)삼표와 에스피네이처의 합병설을 제기한다. 정도원 회장이 정대현 사장에게 지분을 증여하려면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만 한다. 하지만 (주)삼표와 에스피네이처가 합병하면 특별한 세금 납부 없이 정대현 사장의 (주)삼표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정대현 사장 입장에서는 에스피네이처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좋다. (주)삼표와 에스피네이처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에스피네이처의 기업가치가 높으면 정대현 사장이 보다 많은 (주)삼표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에스피네이처의 기업가치가 높아서 나쁠 것은 없다. 정대현 사장은 에스피네이처 배당을 통해 적지 않은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추후 증여세나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에스피네이처의 2022년 총 배당금은 103억 원, 배당성향은 59.89%에 달했다. 2021년 총 배당금은 131억 원, 배당성향은 무려 117.12%였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배당성향이 100%가 넘었다는 것은 벌어들인 수익보다 배당금으로 지출한 금액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스피네이처의 주요 사업은 골재·레미콘 등의 제조·판매, 철강부산물 및 가연성폐기물의 재활용 등이다. 에스피네이처의 매출은 2019년 5529억 원에서 2020년 4633억 원으로 줄었지만 이후 2021년 6730억 원, 2022년 6779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에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한때 삼표그룹의 내부 거래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뒷말이 따라다녔다.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산업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2929억 원, 2256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매출 대비 각각 52.98%, 48.68%에 달하는 비중이다. 에스피네이처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2021년과 2022년의 내부거래 비중을 3.77%, 4.49%로 크게 줄였다.
하지만 에스피네이처는 2022년 특수관계자로부터 174억 원의 기타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수익은 대부분 배당수익이다. 에스피네이처는 에스피에스엔에이, 에스피환경, 홍명산업, 베스트엔지니어링, 농업법인대원그린, 코스처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에스피네이처가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인 기타수익은 △2019년 10억 원 △2020년 12억 원 △2021년 7억 원에 불과했다. 즉, 에스피네이처 자회사들이 지난해부터 배당을 대폭 늘린 것이다. 에스피네이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72억 원으로 배당수익이 없었으면 적자에 놓일 수 있었다.
에스피네이처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스피에스엔에이의 경우 2021년에는 배당을 하지 않았고, 2022년에는 총 126억 2000만 원을 배당했다. 그런데 에스피에스엔에이는 지난해 126억 20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전액을 배당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에스피에스엔에이는 2020년 4월 에스피네이처의 플라이애쉬 및 슬래그파우더 제조·판매 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에스피에스엔에이는 에스피네이처와 마찬가지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에스피에스엔에이의 지난해 매출 1257억 원 중 32.22%인 405억 원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특히 삼표산업으로부터 276억 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삼표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017년 현대글로비스가 삼표그룹에 부당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석회석 거래선에 삼표그룹을 끼워 넣어 일명 ‘통행세’를 받았다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정도원 회장의 사위다.
시민단체는 당시 “현대글로비스는 석회석 운반에 대한 특별한 기술 및 관련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삼표그룹에 운송 업무를 재하도급해 불필요한 거래단계를 추가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 과정에서 삼표그룹은 통행세를 얻었다”며 “통행세의 부담이 일부 물류회사의 지입차주들에게 전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19년 이와 관련한 조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삼표그룹 관계자는 “에스피에스엔에이와 에스피환경은 에스피네이처가 100% 소유하고 있는 법인이며 2020년 3월까지는 한 회사로 존재했다가 운영상 물적분할을 진행함에 따라 에스피네이처, 에스피에스엔에이, 에스피환경으로 나눠진 것”이라며 “배당은 이익잉여금 안에서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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