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 있는 소비 원하는 MZ세대 타깃…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 SNS에 자발적 전파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동서식품 ‘카누(KANU)’ 브랜드 팝업스토어 ‘카누 하우스’에서 만난 여성 최영인 씨(가명)는 커피 머신을 구매하기 전 직접 사용해보고 싶어서 팝업스토어를 찾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집에 커피 머신이 있는데 자리를 많이 차지해 캡슐 커피 머신을 알아보고 있던 중 카누 팝업스토어가 오픈했단 얘길 듣고 와봤다”며 “커피도 직접 맛볼 수 있고 포토존도 많아서 친구랑 추억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김지은 씨(가명)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직접 먹어볼 수도 있고 굿즈(goods‧기획상품)도 받을 수 있어서 왔다”고 밝혔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시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뜻하는 말로 특정 장소를 임대해 임시 매장으로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상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전시공간이나 체험관 등을 마련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도 한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된 요즘,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팝업스토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로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제품을 오프라인으로 가져와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의미가 크다. 유통‧식음료‧의류‧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직접 물건을 체험해보고 소비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기업들은 특히 MZ세대를 팝업스토어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 소비 패턴이 유연한 데다 남과 다른 걸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공략하려는 것이다. MZ세대는 팝업스토어 체험을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홍보 채널이 되고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팝업스토어’를 검색하면 지난 5일 기준 4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팝업스토어 관련 정보만 알려주는 계정도 47개가 검색된다.
평소 좋아하는 의류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면 자주 찾는다는 김승규 씨(28)는 “팝업스토어는 한시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지금 아니면 못 간다는 생각에 찾는다”며 “팝업스토어에서만 공개되는 단독상품을 만나볼 수 있고, 직접 브랜드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세계관이나 가치를 체험할 수 있고 팝업스토어에 다녀오고 나면 그 이미지가 연동돼 소비 행동으로 이어진다”며 “특히 젊은 세대는 상품과 관련한 신념이 고정돼 있지 않아서 조금 더 다양하게 제품을 접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팝업스토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는 남들이 사는 것을 따라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팝업스토어는 줄을 서서 들어가 희소한 것을 경험하고 산다는 인식이 있어 MZ세대가 좋아할 만하다”며 “특히 SNS로 자신의 경험을 전파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팝업스토어 유치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주로 유동인구가 많거나 MZ세대가 자주 찾는 곳에 팝업스토어를 연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최근 팝업스토어의 성지라 불린다. 비교적 강남보다 저렴한 임대료에 MZ세대가 자주 찾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낮 '일요신문i'가 찾은 성수동 거리에는 식음료, 명품, 뷰티브랜드 등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었다. 평일 낮임에도 젊은 사람 위주의 유동인구로 성수동 거리는 붐볐다.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브랜드를 론칭하려면 성수동으로 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은 팝업스토어가 성수동에서 열리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이나 명품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한 번 열리고 나면 그 파급효과로 팝업스토어 임대 관련 문의가 늘어난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도 MZ세대 고객을 잡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주로 온라인상에서 이른바 ‘힙(hip‧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한)’하다 여겨지는 인기 인디 브랜드나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팝업스토어를 기획한다.
최근 백화점 업계에서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더 현대 서울’은 개점 후 2년간 총 321개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해당 기간 더 현대 서울을 방문한 고객은 약 460만 명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창구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기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거나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며 “포토존 및 고객 참여형 이벤트 등 다양한 경험 콘텐츠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2030세대의 호응을 크게 얻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브랜드는 콘셉트를 알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오프라인 매장을 유치해 고정비를 지출하기는 어렵고 브랜드를 오프라인으로 알리고 싶은 욕구는 있을 때 팝업스토어를 연다”고 말했다.
당분간 팝업스토어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는 브랜드대로, 전통적인 기업은 기업대로 팝업스토어에 대한 욕구가 명확하다”며 “MZ세대를 잡으려는 전통적인 브랜드들과 MZ세대를 이미 잡았지만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싶은 신생 브랜드 모두 팝업스토어로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김대종 교수도 “소비자들을 팝업스토어 앞에 줄 세우게 하고 이를 SNS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전파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으로서는 마케팅 효과가 충분하다”며 “이 같은 효과가 있기에 기업들이 계속 팝업스토어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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