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명곡 인기가 시장 침체 더 부추겨…나얼·성시경·태연 신곡 프로젝트 기대 못미쳐
#왜 다시 부를까
앞서 DK가 ‘발걸음’을 다시 부른 것은 ‘귀호감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귀가 먼저 반응하고 기억하는 익숙한 노래’를 리메이크한다는 이 프로젝트는 김연지가 그룹 씨야로 활동할 당시 불렀던 히트곡 ‘사랑의 인사’를 16년 만에 다시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발라드 명곡 리메이크 릴레이를 이어간다.
‘방구석 캐스팅’ 역시 대표적인 발라드 리메이크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동안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사랑해도 될까요’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사랑인걸’ ‘열애중’ 등 큰 성공을 거둔 노래들이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재탄생됐다.
아티스트가 주도하는 리메이크 프로젝트들도 있다. 바이브는 20주년을 맞아 그들의 히트곡을 후배들이 다시 부르는 자리를 마련했다. 마마무, 이무진, 다비치, 허각이 각각 ‘프로미스 유’ ‘가을타나봐’ ‘사진을 보다가’ ‘술이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리메이크 시장이 활성화됐다는 것은, 돌려 생각해보면 발라드 시장이 침체기라는 뜻이다. 발라드 신곡이 음원차트 상단에 올라오는 사례는 드물다. 그런 상황 속에서 몇몇 발라드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앞다투어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기획사 리본이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리본 프로젝트’가 대표적 성공 사례다. 컬래버레이션(협업)과 리메이크 음원을 주로 발표하는데 2021년 12월 멜로망스 김민석이 다시 불러 발표한 ‘취중고백’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발라드 리메이크 시장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신곡 프로젝트도 있다. 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 나얼이 추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발라디 팝 시티’(Ballad Pop City)를 진행했다. 나얼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한국어가 잘 어울리고 멜로디가 살아있는 발라드를 제작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나얼 외에 성시경, 태연 등 내로라하는 보컬리스트들이 참여하며 높은 기대를 받았다. ‘이별’을 주제로 1990년풍 발라드를 선보였는데, 그 결과는 기대에는 못 미쳤다.
가요계 한 인사는 “나얼, 성시경, 태연 등 발라드에 일가견이 있는 가수들이 함께 나선 프로젝트를 많은 관계자들이 지켜봤다. 하지만 발라드 시장 자체가 침체됐다는 것이 재차 확인됐다”면서 “결국 제작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상대적으로 화제를 모을 수 있는 리메이크 시장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왜 침체일까?
1990~2000년대는 발라드의 천국이었다. 신승훈, 조성모, 이수영 등을 필두로 R&B(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Soul)을 가미한 브라운아이즈, 포맨 등이 활약했으며 김정민, 김종서 등은 록발라드 시장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이는 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00년대 이후 아이돌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가요계는 ‘보는 음악’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더불어 현란한 뮤직비디오 역시 필수 요소였다.
한류 역시 아이돌 시장에 집중됐다. 감성을 중시하는 발라드의 경우, 한글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온전히 그 맛을 느낄 수 없다. 글로벌 한류 팬들이 유입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반면 강렬한 사운드와 ‘칼군무’로 불리는 퍼포먼스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들은 전 세계를 호령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발라드 가수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리메이크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발라드 시장이 쇠퇴했다는 주장도 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비롯해 ‘응답하라’ 시리즈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넘버를 대거 리메이크했다. 이 노래들은 드라마의 인기와 맞물려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잊혔던 발라드 명곡을 다시 듣게 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발라드 신곡을 찾는 목소리는 더 줄어들었다.
2022년을 기준으로 봐도, 음원 톱100(지니뮤직 기준)에 포함된 곡은 대부분 드라마 OST나 리메이크곡이다. 멜로망스의 ‘취중고백’을 비롯해 드라마 ‘사내맞선’의 OST인 ‘사랑인가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OST인 ‘사랑은 늘 도망가’ 등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발라드 가수의 경우 견고한 팬덤이 부족하다는 것도 음원 차트에서 열세를 보이는 원인이다. 아이돌 그룹이나 임영웅, 김호중, 이찬원 등 트롯 가수들은 결집된 팬덤이 음원 순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발라드 가수 팬덤의 응집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가요계 또 다른 관계자는 “남다른 팬덤을 자랑하는 발라드 가수도 있다. 박효신이나 김동률”이라면서 “이들의 활동이 저조한 것도 발라드 시장이 침체된 이유 중 하나다. 결국 스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대중이 적극적으로 반응해줘야 발라드 시장이 다시금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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