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대립관계였던 이도현과 공개열애…드라마 내리 두 편 주인공 꿰차고 소속사에서도 메인 배우로 떠올라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는 가운데 작품의 글로벌 성공에 어울리는 스타 커플까지 탄생했다. 극 중 적대적인 관계로 대립했던 박연진 역의 임지연과 주여정을 연기한 이도현이 그 주인공이다.
다섯 살 연상연하 커플인 임지연과 이도현은 드라마에서는 부딪히는 장면이 16부작 가운데 불과 2~3회에 그칠 만큼 호흡을 맞출 기회는 없었지만 정작 현실에서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지난 연말 연인으로 발전해 해를 넘겨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임지연으로서는 데뷔 이후 가장 뜨겁게 작품의 성공을 맛보고 있고, 라이징 스타와의 공개연애까지 시작한 행운을 잡은 셈이다. 일도, 사랑도 모두 쟁취한 임지연이 ‘더 글로리’의 진짜 주인공이 되고 있다.
#‘망나니 칼춤’이 향한 곳, 현실에선 송혜교 아닌 임지연
임지연과 이도현의 연인 선언은 ‘더 글로리’의 성공만큼이나 화제를 뿌리고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이도현은 주인공 송혜교의 곁을 든든히 지키면서 복수를 돕는 인물로 활약했기에 임지연과의 만남은 ‘반전’이라는 반응이다. 드라마에서 임지연이 이도현과 맞붙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만큼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연인으로 발전한 과정에 드라마 팬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히트한 드라마에서 스타 커플이 탄생하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2021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커플 현빈과 손예진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지난해 3월 웨딩마치를 울리기도 했다. ‘더 글로리’의 주인공 송혜교 역시 드라마에서 만난 상대역 배우와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던 경험을 가졌다. 다만 이번에는 송혜교의 상대역이 극 중 대립 관계였던 임지연과 사랑에 빠지면서 더욱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 촬영 현장이 아닌, 배우들과 제작진이 사적으로 어울리는 자리에서 이도현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교는 물론 김은숙 작가 역시 두 사람의 만남에 직·간접적으로 연결고리가 돼 준 셈이다. 상대에 대한 깊은 마음 덕분인지, 두 사람은 열애설에 휩싸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관계를 쿨하게 인정했다.
#이정재‧정우성 회사의 ‘메인 배우’ 등극
사랑까지 쟁취한 임지연은 사실 ‘더 글로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으로 꼽힌다. 학창시절 이유 없이 동급생들을 괴롭힌 ‘학폭 가해자 박연진’을 연기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악랄한 캐릭터를 완성한 덕분이다. 그간 쌓아온 연기 경력을 한 편의 드라마에 아낌없이 쏟아 부으면서 ‘인생작’을 만났다. 상업영화 첫 주연작인 ‘인간중독’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펼쳐 영화계에 ‘무서운 신인’의 등장을 알린 지 꼭 10년째를 맞은 올해, 배우로서 확실히 증명했다는 평가다.
덕분에 임지연의 몸값도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더 글로리’ 촬영을 마치자마자 두 편의 드라마 주연을 꿰찼을 정도다. 당장 6월 방송 예정인 ENA 드라마 ‘마당 있는 집’에서는 서스펜스 가정 스릴러에 도전한다. 완벽한 집에서 행복을 영위했던 가정주부의 의심과 자각을 통해 ‘행복한 집’에 대한 환상을 전복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임지연은 남편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고 미스터리한 일들을 벌이는 주인공을 맡아 ‘더 글로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통쾌한 진실 추적극도 이끈다. 올해 하반기 방송 예정인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를 통해서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사형 투표가 벌어진다는 설정에 정의를 쫓는 경찰의 이야기가 가미된 작품으로 임지연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캐스팅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최근 방송가에서 임지연이 내리 두 편의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사실은 그의 달라진 입지를 보여준다. 임지연은 ‘인간중독’ 이후 ‘간신’ ‘럭키’ ‘타짜: 원 아이드 잭’ 등을 통해 주로 스크린에서 활약했다. 드라마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약이 미미했지만 ‘더 글로리’의 폭발적인 성공과 박연진의 인기 덕분에 러브콜이 쏟아졌다.
소속사에서의 위치가 달라진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지난 2020년 이정재와 정우성이 이끄는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로 이적한 그는 오는 5월 계약이 끝나면서 업계의 ‘FA 대어’로 떠올랐다. ‘이적’과 ‘잔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가운데 ‘잔류’를 택하면서 이정재와 정우성으로부터 가장 든든한 지원을 받는 아티스트컴퍼니의 메인 배우가 됐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임지연은 데뷔작인 ‘인간중독’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더 글로리’ 이전까지 대중의 기억이 각인된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스스로도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최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임지연은 “10년이 넘는 연기 세월 동안 항상 절실했다”며 “20대 땐 울기도 하고 ‘난 왜 타고나지 못했을까?’ ‘왜 가진 게 없지?’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자격지심이 오히려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됐다고도 했다. ‘더 글로리’에 모든 걸 걸었다는 그는 “노력이 부족해서, 못해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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