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범죄도시3’ 등 기대작 이어져…확실한 게임 체인저 등장할지 주목
안재홍과 정진운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배역 배우들은 처음 상업 영화에 도전하는 신인들로, 오히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의 유명세가 가장 높을 정도다. 그만큼 배우의 티켓 파워는 기대하기 어려운 영화다. 그런데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흥행 돌풍을 일으킨 사례도 많은 만큼 ‘리바운드’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영화계에선 호평이 이어지는 ‘리바운드’가 확연한 흥행세를 보이며 이후 개봉할 한국 영화들에게 길을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흥행세가 4월 26일 개봉 예정인 ‘드림’, 5월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3’로 이어지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드림’은 ‘극한직업’으로 1000만 신화를 쓴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이고, ‘범죄도시3’ 역시 전편인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본 강세는 한시적일 듯
2023년 극장 흥행 순위는 440만 5465명(영진위 영화관 입장권통합전산망 4월 6일 기준)을 동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1위이며 390만 2830명을 동원한 ‘스즈메의 문단속’이 2위다.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도 10위에 올라 10위권 안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3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기현상이지만 이유는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기존 ‘슬램덩크’ 마니아층 주도로 흥행이 시작돼 20대까지 그 여파가 확대됐고 지금은 20대 여성까지 열광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4월까지 꾸준히 인기를 누리며 누적 관객수를 쌓아가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확실한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흥행 열풍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극장가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곧바로 ‘슬램덩크’ 다른 버전이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 개봉하면 열풍이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몇 편의 흥행 성적만 놓고 일본 애니메이션 장르 전반이 한국 극장가에서 큰 사랑을 받는 분위기라고 분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귀멸의 칼날’ 시리즈가 꾸준한 인기를 얻어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도 현재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누적 관객수는 53만 4992명에 불과하다.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는 수준에서 흥행을 더 확장하지 못한 결과다.
#마블과 디즈니도 역시 위기
한국 극장가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한국 영화만 위기는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극장가를 지배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더 심각하다. 페이즈3까지 절정의 전성기를 구가한 MCU는 페이즈4에서 주춤했다. 2023년 2월 MCU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개봉하며 화려하게 페이즈5를 시작했다. 페이즈3 전성기를 주도한 절대 빌런 타노스가 사라진 뒤 페이즈4가 주춤했음을 감안해 MCU는 페이즈5의 첫 작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 더 막강한 빌런 정복자 캉을 등장시켰다. 영화 포스터에 “무한한 우주의 정복자가 깨어난다”고 화려하게 소개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흥행 성적은 155만 1098명에 불과하다. 2023년 극장 흥행 순위 6위로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영화 ‘영웅’과 ‘교섭’보다 흥행 성적이 저조하다. 5월 3일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개봉하지만 흥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MCU 전성기 시절부터 유독 국내에서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1편이 134만 명, 2편은 273만 명에 그쳤다.
올해 MCU의 승부수는 아무래도 한국 배우 박서준이 출연하는 ‘캡틴 마블’의 2편 ‘더 마블스’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흥행 성공 여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혀 있다. 박서준까지 동원하고도 한국 극장가에서 흥행에 실패한다면 MCU의 전성기가 사실상 완전히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심각한 위기다.
MCU는 주춤할지라도 모기업인 디즈니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디즈니는 최근 ‘아바타: 물의 길’로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 극장가에서도 누적 관객수 1077만 9198명을 기록하며 1000만 관객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지만 ‘아바타’의 이름값에는 부족한 흥행 성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2022년 한국 극장가 최고 흥행작은 1269만 명을 동원한 ‘범죄도시2’가 됐다.
디즈니의 저력이 제대로 통할지는 5월 개봉 예정인 실사 영화 ‘인어공주’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극장가에선 유독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가 큰 성공을 거뒀다. 2019년에 개봉한 ‘알라딘’은 흥행 역주행 마법까지 선보이며 127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인어공주’는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 역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달라진 영화 관람 문화…확실한 게임 체인저 절실
영화계 관계자들은 한국 극장가에 확실한 ‘게임 체인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티켓 값이 급등하면서 꼭 스크린으로 봐야 할 영화만 극장에서 관람하는 방향으로 영화 소비문화가 달라졌다. 게다가 OT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바로 신작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점도 변화에 일조했다. 극장가의 가장 큰 타깃 소비자층인 20대 초·중반은 더더욱 이런 변화에 민감하다. 이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극장 방문이 꺼려지던 시기에 성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의 발길을 다시 극장으로 되돌릴 계기가 필요하다.
한 중견 영화 제작자는 “굳이 한국 영화가 아닌 외화라도 크게 흥행하며 관객들이 극장에만 온다면 다 환영이다. 기본적으로 관객이 극장을 찾아야 한국 영화도 만날 수 있다”면서 “예전에 스크린 쿼터 축소 철회 시위에도 적극 동참했었는데 지금은 관객만 많이 불러 모은다면 외화도 소중하다. 최근의 일본 영화 열풍도 반가울 정도”라고 요즘 상황을 토로했다.
반등의 계기만 찾는다면 충분히 한국 영화의 부활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23년 외화의 특징은 기존 메가 히트작의 후속편이 많다는 점이다. 그만큼 네임밸류가 돋보이는 작품들이지만 기존 히트작의 후속편은 대부분 흥행에 한계가 존재한다. 형만 한 아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MCU라는 거대한 존재가 한국 극장가에서 지워지고 있다는 부분이 더 큰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리바운드’에 한국 영화계의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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