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처음이자 메이저리그 최초 8·9번 백투백 끝내기…존재감 발휘하며 팬들에게 인정받는 선수로 거듭나
9회말 샌디에이고는 3-4로 끌려가고 있었다. 샌디에이고의 밥 멜빈 감독은 선두 타자를 대타 데이비드 달을 내세웠다. 그런데 데이비드 달이 애리조나의 투수 스콧 맥고프를 상대로 좌월 동점 솔로포를 터트리는 게 아닌가.
스코어는 4-4 동점. 펫코파크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그때 다음 타자인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파드리스 팬들은 모두 “하성 킴” “하성 킴”을 외쳤다. 김하성은 관중들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 듯 투수와의 싸움에 집중했다. 볼카운트는 3볼 1스트라이크. 맥고프의 5구째 공인 슬라이더가 포수의 미트를 향했지만 김하성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좌월 홈런을 만들었다.
김하성은 타격하는 순간 홈런이란 걸 직감한 듯 1루로 향하다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걸 확인하고선 헬멧을 벗고 2루로 달렸다. 3루를 돌아 홈플레이트로 향할 때 샌디에이고의 모든 선수들이 뛰어 나가 김하성의 끝내기 홈런을 축하해줬다.
김하성은 중계 방송사와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려고 마이크 앞에 섰는데 그 순간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후안 소토가 음료수 통과 얼음물이 담긴 통을 들고 나와 김하성에게 들이 붓는 세리머니로 축하를 대신했다.
샌디에이고 팬들은 김하성이 방송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김하성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 하자 “하성 킴”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던 김하성은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샌디에이고 팬들은 지난 시즌부터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박자를 맞춰 “하성 킴”을 부른다. 3음절의 구호로 부르기에 ‘하성 킴’은 딱 들어맞는 이름이다.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도 함성이 들리지만 김하성 타석 때는 마치 한국의 야구장인 것 마냥 ‘하성 킴’을 외치는 응원이 펫코파크를 가득 메운다.
샌디에이고 팬들이 이토록 ‘하성 킴’을 부르는 배경에는 김하성의 허슬 플레이가 존재한다. 몸을 사리지 않는 움직임이 샌디에이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날 김하성의 끝내기 홈런은 2021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통산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이 홈런이 메이저리그에서 화제를 모은 건 8번, 9번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끝내기 백투백 홈런을 터트린 건 데이비드 달과 김하성이 최초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셈이 됐다.
김하성은 WBC 이후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속팀으로 복귀했지만 시범경기에서 이전처럼 안타가 터지지 않았다. 그때마다 “정규 시즌 때 잘하려고 이러는 것 같다”며 애써 위안을 삼았다. 어느새 메이저리그 3년 차. 김하성은 몸값 비싼 샌디에이고 선수들 틈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선수들은 물론 감독,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한테까지 인정받는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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