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유 씨 부부-이경우 코인으로 얽히고설킨 관계…정말 돈 번 게 누군지 드러나면 실타래 풀릴 수도
황대한과 연지호가 A 씨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은 이미 드러났고 이경우가 이들에게 범행을 교사한 것까지는 수사 진행돼 있다. 경찰은 유 씨가 이경우에게 범행을 교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데 유 씨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코인으로 얽히고설켜 있는 상황이라 더욱 복잡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3월 29일 밤 11시 46분 즈음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 A 씨가 남성 2명에게 납치됐다. A 씨가 아파트에서 나오자 한 남성이 덮친 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했다. A 씨가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또 다른 남성이 A 씨 머리카락을 잡고 쪽문 방향으로 20~30m를 끌고 갔다. 그리곤 길가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에 A 씨를 강제로 태웠다.
A 씨는 끝까지 몸을 바닥에 붙이고 몸부림치며 저항했지만 결국 두 남성에게 질질 끌려가 차에 태워졌다. 그리곤 차량이 출발했다. 불과 1~2분여의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자정 무렵이라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대치동 학원가와 밀접한 7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 바로 앞,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우연히 이런 모습을 본 시민이 “수상한 사람들이 여성을 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한 것 같다”며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A 씨를 차에 태운 두 남성은 30일 0시 12분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해 0시 22분 마성 IC를 지나 0시 41분 용인터미널을 통과했다. 0시 52분 경찰은 범행 차량을 특정했다. 이후 차량은 대전 방향으로 향했고 6시쯤 대청호 인근에서 시신 암매장이 이뤄졌다.
오전 7시 30분 두 남성은 범행 차량을 버리고 렌터카를 이용해 충북 청주로 이동했다. 경찰은 오전 8시 즈음 범행 차량을 발견했는데 여기에서 고무망치와 주사기, 혈흔 등을 발견했다. 그렇지만 이미 도주한 두 남성은 청주에 렌터카를 버린 뒤 오전 9시 30분 각각 택시를 타고 경기도 성남시로 이동했다.
경찰은 CCTV 등을 활용해 두 남성을 추적해 다음 날인 31일 오전 10시 45분에 성남 모란역 역사 내 물품 보관함 근처에서 한 남성을 체포했다. 이어 오후 1시 15분에는 성남 수정구의 한 모텔에서 또 다른 남성도 체포했다. 앞서 체포된 남성이 연지호(29)이고 두 번째 체포된 남성이 황대한(35)이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배달대행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이다.
경찰에 체포된 이들은 A 씨를 1시간 40분 동안 감금한 뒤 살해해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파묻었다는 진술을 확보한다. 경찰은 31일 오후 5시 35분 유기된 피해자 A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또 같은 날 오후 5시 40분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또 다른 공범도 체포한다. 그가 바로 이경우(35)다.
이경우는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근무 중인데 대북 작전 등을 담당하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황대한은 이경우의 대학 동창으로 대전 지역 조폭 활동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나는 피의자들
수사가 확대되면서 피의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우선 사건 예비단계에 가담했다가 이탈한 20대 이 아무개 씨가 살인예비 혐의로 체포됐다. 이 씨 역시 배달대행 일을 하며 황대한, 연지호와 알게 된 사이로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사주겠다”는 황대한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범행을 준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황대한, 연지호와 함께 A 씨를 미행하며 범행 시기를 엿보다 3월 중순 이 일에서 손을 뗐다. 이 씨 역시 4월 6일 구속됐다.
4월 5일 오후 3시 6분 즈음 경찰은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한 백화점에 있던 유 아무개 씨를 체포했다. 유 씨는 A 씨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로 당시 아내 황 아무개 씨와 함께 백화점에 있다가 검거됐다. 아내 황 씨 역시 경찰이 조사를 위해 임의동행했다. 유 씨는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입건됐다.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황대한과 연지호로부터 이경우가 유 씨 부부로부터 착수금 40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바로 이들을 출국금지했다. 이들은 이경우에게 “수천억대 자산가인 유 씨 부부와 갈등 관계에 있는 A 씨를 살해하면 유 씨 부부의 지원으로 폼나게 살 수 있다” “범행 이후 유 씨 부부 두 사람에게 5000만 원 정도 받아올 테니 잘 숨어 있으라고” 등의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좌 압수수색 등 수사를 확대한 경찰은 이경우가 범행 직후 유 씨를 만났으며 범행 전후 대포폰으로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유 씨와 부인 황 씨 외에도 3명을 더 출국금지한 상황이라 피의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유 씨 측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경우가 착수금 40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에 대해 유 씨 측 변호인은 “범행 훨씬 전인 2021년 9월 3500만 원을 차용증을 쓰고 빌려줬고 500만 원은 차용증 없이 빌려줬다”고 밝혔다.
유 씨는 경찰에 체포되기 이틀 전인 4월 3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A 씨 부부가 대전 쪽과 원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 대전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인 황대한이 이경우에게 뒤집어씌우려 하는 것 같다”며 “A 씨 권유로 코인(암호화폐)에 투자한 입장이고, 투자 이후 돈을 받지 못했다. A 씨가 없으면 돈을 못 받는데, 해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코인이 있다. 우선 수사 초기 연지호가 “피해자의 코인을 뺏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실제로 범행 당일 황대한과 연지호는 A 씨를 납치한 뒤 추궁해 코인지갑의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으며 경기도 용인 인근에서 이경우를 만나 A 씨의 가방과 휴대전화, 개인정보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코인지갑에는 수십억 원대의 코인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는 달랐다. JTBC는 A 씨 코인지갑에 퓨리에버 코인이 88만 개 있었는데 납치 당일 시가 기준 700만 원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황대한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듣고 “내가 받기로 한 돈이 원래부터 없었다니 허무하다”고 말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A 씨 코인 88만 개는 인출 없이 지금도 코인지갑에 그대로 남아 있다.
4월 6일 오전에는 경찰이 이경우가 사무장으로 일하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이곳은 이경우의 변호인이던 B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B 씨는 5일 이경우의 변호인에서 사임했다. 사임한 이유는 유 씨 부부의 변호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는데 유 씨가 5일 체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이경우의 경기도 광주 자택과 부모 집, 이경우의 아내가 근무하는 강남구 소재 성형외과 등도 압수수색했다. 성형외과 압수수색은 범행차량에서 나온 주사기와 수면제 성분 등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퓨리에버 코인이란?
A 씨 코인지갑에 있던 퓨리에버 코인은 유니네트워크에서 발행한 코인이다. 유니네트워크의 재단인 퓨리에버재단이 퓨리에버 코인의 운영사다. 피해자 A 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홍콩 소재 법인 R 사를 통해 대량의 코인을 5억 원에 사들인 뒤 이를 매입할 투자자를 모집했다. 퓨리에버 코인을 잘 아는 관계자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A 씨가 처음부터 유니네트워크 이 아무개 대표와 함께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쉽게 말해 A 씨는 퓨리에버 코인의 초기 유통책”이라고 밝혔다.
반면 퓨리에버재단 측은 A 씨가 재단과 무관한 단순 투자자라는 입장이다. A 씨가 퓨리에버 코인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평소 투자에 관심이 있었는데 유 씨 부부도 함께 참석한 뒤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퓨리에버재단 측은 뉴스1 인터뷰를 통해 “퓨리에버 코인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투자한 코인들 가운데 하나로 퓨리에버재단의 컨설팅 및 마케팅 역할을 했던 회사를 통해 유통 물량에 대한 블록딜(코인 대량 구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결국 계약은 파기됐다”고 밝혔다.
A 씨는 대량으로 확보한 퓨리에버 코인을 직접 팔거나 유 씨 부부에게 넘겨 팔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유 씨 부부가 퓨리에버 코인 판매 과정에서 과도하게 수수료를 떼는 것에 불만을 가지면서 양측의 사이가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13일 드디어 퓨리에버 코인은 코인원에 상장됐고 한 달 만에 무려 1만 354원까지 급등했다.
#고소로 이어진 책임공방
문제는 다시 한 달 뒤 퓨리에버 코인이 1800원으로 급락하면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2021년 5월에는 100원까지 떨어졌고 지금(4월 7일 기준)은 4.9원이다. 이런 폭락은 투자자들의 엄청난 피해로 이어지면서 각종 법정 분쟁으로 비화했다. 우선 유 씨 부부가 2021년 초 A 씨를 고소했다. A 씨가 일부 투자자들에게 유 씨 부부가 시세조종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2021년 3월에는 유 씨 부부가 공동감금·강요·공갈 등의 혐의로 일부 투자자들을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일부 투자자들이 유 씨 부부가 묵던 서울 소재의 한 호텔에 찾아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기 때문인데 퓨리에버 코인에 8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이경우도 이때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행동했다. 당시 투자자들이 1억 9000만 원 상당의 코인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관련된 수사는 현재 검찰에서 진행 중이다.
유 씨 부부의 공동감금·강요·공갈 고소에 투자자들은 유 씨 부부와 A 씨, 그리고 유니네트워크 이 아무개 대표 등을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경찰은 수사를 통해 A 씨와 유 씨 부부에게는 유사수신 혐의가 있다는 결과를 내고 2022년 11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계속 관련 수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또한 2021년 10월에는 유 씨 부부가 A 씨를 상대로 코인 투자 실패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요구하며 9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법원의 조정 결정이 불성립하면서 3월 24일부터 재판이 재개됐다. A 씨가 납치돼 살해당하기 5일 전의 일이다.
이경우는 퓨리에버 코인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A 씨를 알게 됐는데 퓨리에버 코인 가격 급락 이후 A 씨에게 금전 지원을 요청해 2021년 4월과 7월 각각 1000만 원씩 모두 2000만 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공동감금·강요·공갈 사건 이후 이경우가 유 씨 부부와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까지 찾아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던 이경우지만 이날 일을 계기로 이경우는 오해가 풀렸다며 유 씨 부부와 밀착됐고, 그만큼 A 씨와는 사이가 틀어졌다.
이처럼 퓨리에버 코인 투자를 둘러싸고 피해자 A 씨와 유 씨 부부, 그리고 이경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과연 황대한과 연지호의 범행과 이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가 관건인데 이는 경찰 수사를 통해 세세히 드러날 전망이다.
코인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퓨리에버 코인을 두고 말들이 많았는데 유 씨 부부가 큰돈을 벌었고 A 씨는 피해자 집단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반면 유 씨 부부는 A 씨 권유로 퓨리에버 코인에 투자해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수사를 통해 정말 돈을 번 게 누군지도 확인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코인업계 다른 관계자는 “살인 동기가 정말 '퓨리에버' 사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퓨리에버 코인을 두고 양측에 일들이 많았지만 실제 사건의 진실은 다른 곳에 감춰져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납치한 목적이 단순히 살인이었는지, 아니면 코인을 빼앗다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인지에 따라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죄목이 달라진다”면서 “만약 코인을 빼앗고 피해자를 살인까지 한 경우에는 강도살인죄가 적용돼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며 “현재 수사기관에서는 피의자들을 가장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강도살인’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 역시 “암호화폐를 노린 납치 살인사건이라면 감금죄와 강도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강도살인죄는 선고 가능한 형의 종류가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밖에 없는 중한 범죄로 교사범도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을 한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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