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
분명 동문서답이었다. 이런 답변이 논란을 더욱 부추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 <후궁:제왕의 첩>이 노출에 초점을 맞추고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 사실 조여정의 연기 인생에서 ‘노출’을 빼놓을 수 없다. <방자전>의 노출이 갑작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조여정은 꽤 오래전부터 조금씩 노출을 통한 마케팅으로 관심을 받아 왔다.
#2005년 ‘타월의 추억’
▲ 박찬호 야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 샤워타월 광고. |
당시 조여정은 한 인터뷰에서 “처음엔 좀 황당했지만, 먼저 알아보는 팬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박찬호 선수와 타월 광고 덕분에 30~40대 아저씨 팬들을 많이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타월 회사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며 매출이 신장됐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조여정에게 보너스라도 주어졌을까. 금전적 보상은 없었지만 타월 협찬만큼은 부족함 없이 받았다. 당시 조여정은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에게도 협찬 받은 수건을 건네곤 했다. 조여정은 분명 야구팬 사이에서 타월로 상징되는 노출의 아이콘이었다.
#2006년 ‘첫 베드신’
조여정이 첫 베드신을 선보인 작품은 2006년 출연한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이다. 당시 주인공 나도열(김수로 분)의 연인 연희 역을 맡은 조여정은 배우 김수로와 베드신을 찍으며 속살을 살짝 공개했다.
물론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였기 때문에 파격적인 노출은 없었다. 하지만 박찬호 경기의 일명 ‘타월걸’이 노출 연기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당시 조여정은 “영화 촬영 두 번째 날 베드신을 찍게 돼 무척 긴장했다”며 “나도 베드신이 처음이었지만, 김수로 선배도 베드신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된다고 말씀하시더라. 하지만 수로 선배가 잘 리드해줘서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여정은 이 타월 회사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었다. 때문에 <흡혈형사 나도열>의 스태프는 조여정이 협찬 받은 타월을 마음껏 사용했다.
#2007년 ‘가슴성형 논란’
2007년 조여정은 당시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스타화보를 촬영했다. 가슴골이 고스란히 드러난 비키니 차림의 조여정의 사진이 공개되자 가슴 성형 의혹도 불거졌다. 이번처럼 대대적인 논란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도 관련 기사가 나오자 ‘조여정의 가슴은 100% 자연산’이라는 측근의 반박이 담긴 기사도 흘러 나왔다.
가슴 성형 논란은 엉뚱하게도 요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당시 조여정이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에 출연해 “요가를 하면서 단잠을 즐긴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며 그의 몸매가 요가를 통해 다져졌다는 이야기로 귀결됐기 때문. 대부분의 논란이 그렇듯 당시에도 조여정을 둘러싼 가슴 성형 논란은 이렇게 흐지부지 종결됐다.
#2010년 ‘드디어 첫 주연’
2006년 <흡혈형사 나도열> 출연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조여정은 <방자전>의 주연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사실 조여정의 주연 발탁은 파격적인 캐스팅이었다.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중시하는 충무로에서 주연 배우로서 검증되지 않은 조여정을 기용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기 때문. 이는 조여정이 <방자전>의 연출을 맡은 김대승 감독이 내세운 필수조건이었던 ‘노출 불사’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자전>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각본을 쓰고 <음란서생>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작품이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성공을 거둔 반면 <음란서생>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주연 배우의 화끈한 노출이 없었다는 것이 <음란서생>의 패인으로 손꼽혔다. 이후 <방자전>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김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춘향 역을 맡을 여배우의 노출을 캐스팅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시 글래머러스한 여배우 A가 <방자전>의 주인공으로 거론됐지만 노출을 꺼려 불발로 그친 것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 회자된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조여정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에 힘입어 <방자전>은 300만 관객을 모으며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살색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작품으로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조여정은 그해 연말 열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인기스타상을 받으며 생애 처음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그의 용단이 가져온 값진 수확이었다.
조여정은 “방자와 춘향의 떳떳할 수 없는 사랑, 비밀스럽고 가슴 아픈 사랑을 표현했기 때문에 (노출이) 과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배우로서 준비돼 있던 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어서 오히려 큰 선물 같다”며 “영화를 보니 실제 모습보다 더 예쁘게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조여정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방자전>(왼쪽)과 <후궁:제왕의 첩>. 그녀는 ‘노출 배우’라는 딱지를 감수하고 비슷한 키워드의 영화에 연거푸 출연했다. |
지난달 21일 <후궁:제왕의 첩>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시사회장은 몰려든 취재진으로 가득 찼고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유독 남자 기자들이 많이 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는 이미 <간기남> <은교> <돈의 맛> 등 노출을 전면에 내세운 ‘19금 영화’들이 이미 개봉된 터라 노출에 대한 언론 및 여론의 기대치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예고됐던 대로 <후궁:제왕의 첩>의 노출 수위는 높고 강했다.
조여정은 이 영화에서 가슴과 뒤태 전라 노출을 불사했다. 첫 노출 연기를 시도했던 <방자전>과 비교해 농염함이 한층 강조됐다. 조여정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조은지와 남자 주인공 김동욱 김민준 역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정사신을 소화했다. 요즘 영화를 선택할 때 여성 관객들의 입김이 세다는 것을 감안한 듯 남자 배우들의 노출 수위는 여타 어느 영화보다 높았다.
시사회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노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 취재진과 달리 “무수히 많이 들은 질문”이라며 담담히 운을 뗀 조여정은 “세 가지 믿음이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 김대승 감독님에 대한 믿음, 내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관객과 언론도 같이 생각해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 노출을 말하다
혹자는 그에게 “또 벗었냐?”고 묻는다. 질타를 보내는 것이지만 이 역시 분명이 노출에 대한 관심이다. 조여정은 당당히 “당연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사실 유명 여배우가 노출을 했는데 대중이 관심이 없다면 그것이 더 굴욕이지 않겠나.
조여정은 노출 영화가 아니라 그가 출연하고 싶은 영화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 영화에 노출 장면이 포함됐을 뿐이다. 조여정은 “내가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진폭이 큰 캐릭터였다. 김대승 감독님이 이 작품을 통해 여배우의 노출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후궁:제왕의 첩>에서 조여정이 연기한 인물은 원치 않게 후궁이 되고, 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강해져야 하는 인물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그가 가진 성적 매력이 큰 무기가 됐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정사신과 노출로 이어졌다. 조여정은 “노출 연기보다 감정 연기를 소화하는 게 더 어려웠다. 감정 연기에 몰두하다 보면 관객 역시 배우의 몸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 컸다”고 밝혔다.
조여정은 이 영화를 촬영하며 꼬박 4개월 동안 영화 속 화연으로 살았다. 지독하게 외롭고 처절한 싸움이었다. 이때의 감정이 되살아나서일까. 조여정은 <후궁:제왕의 첩>의 기자시사회가 끝난 직후 눈물을 흘렸다.
“성원대군(김동욱 분)과의 마지막 정사신이 어려웠다. 성원대군에게 화연의 매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동시에 처절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다. 음악 믹싱까지 된 완성본을 보니 그 모습이 서글프더라. 영화 전체를 보니 화연 외에도 성원대군과 권유(김민준 분)가 불쌍해 보여 눈물이 났다.”
화제의 시작은 노출이었지만 화제의 끝은 조여정의 괄목할 만큼 성장한 연기였다. 그가 과감히 선택한 노출이 결코 헛되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몸소 증명한 셈이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서른, 조여정 잔치는 시작됐다’
조여정은 지난 97년 데뷔해 벌써 데뷔 16년차 연예인이다. 그의 데뷔작은 잡지 <Ceci> 모델로 90년대 후반 잡지 표지 모델로 데뷔한 여자 연예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특히 90년대 후반에는 패션 잡지와 하이틴 잡지가 신인 여자 연예인의 등용문으로 유명했다.
조여정과 비슷한 시기인 90년대 후반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해 스타덤에 오른 이들로는 전지현(97년 패션잡지 <에꼴> 모델), 김규리(97년 <휘가로> 표지모델), 강혜정(97년 하이틴잡지 모델), 신민아(98년 <키키> 전속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공효진 김민희 김효진 배두나 등도 공식 데뷔작은 영화와 드라마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부터 잡지 모델로 활동해 사실상 잡지 모델 출신 연예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당시엔 잡지사들이 경쟁적으로 각 학교에서 외모가 뛰어나다고 소문난 여학생들에게 접촉해 잡지 모델을 제안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런 추세는 ‘길거리 캐스팅’ 열풍으로 이어졌고 다시 ‘얼짱 열풍’으로 연결됐다.
잡지 모델 출신 연예인의 경우 매니저들보다 객관적인 시각의 잡지 관계자를 통해 발굴된 데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탄 얼짱에 비해 잡지를 통해 검증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길거리 캐스팅’이나 ‘얼짱’ 출신 연예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스타의 자리에 올라 활동 중이다.
먼저 유명세를 누린 것은 조여정이었다. TV 드라마를 통해 활동을 시작해 시청자들에게 금세 얼굴을 알린 것. 그렇지만 조연급에서 주연으로의 발돋움이 쉽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다른 잡지 출신 연예인들이 대부분 주연급 스타로 등극한 데 반해 조여정만 뒤처지고 있었던 것.
뒤늦은 반전은 2010년, 데뷔 14년여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찬 영화 <방자전>이었다. 파격 노출을 선보이며 화제를 불러 모은 조여정은 최근 영화 <후궁 : 제왕의 첩>을 통해 타이틀 롤을 소화했다. 열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해 30대에 이르러 스타가 된 조여정은 이제 비로소 잡지 모델 출신 연예인의 대표 주자가 됐다. 연거푸 노출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내뿜고 있는 조여정의 진정한 전성시대가 이제 시작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