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득 전 의원. 청와대사진기자단 |
▲ 박영준 전 차관. 사진공동취재단 |
특히 대검은 이 사건의 또 다른 키맨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에 대한 강제소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파이시티 사건 수사가 한창일 때 중국으로 도피한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받고 있는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도 각별한 친분을 맺고 있다. 따라서 그가 강제소환될 경우 파이시티 ‘몸통’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중국 도피를 도운 장본인이 다름 아닌 이 전 의원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의 비자금뿐만이 아니라 이 전 의원의 비자금도 관리했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박 전 차관의 비자금은 ‘푼돈’에 불과하고 ‘상왕 비자금’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검찰의 거침없는 사정칼날이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을 넘어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군림해 온 이 전 의원까지 겨냥할 수 있을까.
최시중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차관을 기소하면서 정점으로 치닫는 듯했던 검찰 수사가 또 다시 여권 최고 실세를 겨냥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동조 회장의 강제 귀국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이 회장은 2008년 하반기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측에서 받은 100만 원권 수표 20장과 함께 여러 기업에서 받은 수표와 현금 1억 7500만 원을 넘겨받아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파이시티 사건 수사 초기에 검찰은 이 회장을 소환해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규모 및 박 전 차관이 자금 세탁이나 비자금 관리를 부탁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었으나 그가 돌연 중국으로 도피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차명 계좌에 들어있는 돈 가운데 1억 원이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박 전 차관의 공소 사실에 포함시키는 데 그쳤다.
하지만 검찰은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을 기소한 이후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를 수차례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된 정황을 잡고 그에 대한 강제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검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 회장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범죄인인도청구 등 강제조치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강제 소환될 경우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의원과 이 회장이 막역한 관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동향인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회장에게 박 전 차관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을 소개해 준 장본인도 바로 이 전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출신인 이 회장은 포항고 졸업후 포항제철(포스코 전신) 직업훈련과정(5기)을 수료한 뒤 1980~1994년 포항제철소 후판 공장의 생산직 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포항제철 근무 당시 도박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이 회장은 “부인의 음식 솜씨가 좋으니 도시락 업체를 해보라”는 동료 직원들의 권유로 도시락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예상보다 장사가 잘되자 이 회장은 포항제철을 퇴직한 후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장시켰다. 부인 명의의 ‘효자도시락’으로 시작한 업체는 현재도 ‘조은도시락’이라는 상호로 포스코에 납품을 하고 있다.
파이시티 사건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제이엔테크는 이 회장이 포스코 베트남 냉연공장에서 발생하는 철조각인 ‘스크랩’을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2008년부터 포스코 베트남 공장이 본격 가동된 후 이 회장은 수백억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 정준양 회장. 유장훈 기자 |
이 전 의원과의 인연을 신호탄으로 이 회장은 정치권 인사들과도 본격적인 만남을 이어가면서 이른바 ‘이상득 맨’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다. 이 회장은 2001년 한나라당 중앙당위원(포항남울릉지구당)으로 일하는 등 이 전 의원의 의정 활동도 적극 도왔다. 박 전 차관을 비롯해 이 전 의원의 핵심 보좌관이었던 박배수 씨(구속기소) 등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도 이 무렵부터다.
파이시티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과 박 전 차관·박 씨 간의 돈 거래 정황이 포착된 것도 이들의 친분을 방증하고 있다. 특히 박배수 씨는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핵심 측근으로 SLS 등 여러 업체로부터 10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돼 기소된 상태다.
▲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가 들어서기로 돼 있던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전경. 인허가 로비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전영기 기자 |
또한 검찰은 2008년 박 전 차관이 포스코 핵심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에 이 회장이 동석하는 등 포스코 인사 및 대형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잡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대검 중수부는 이정배 전 대표를 수차례 소환해 파이시티 시공사가 포스코건설로 바뀐 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더불어 검찰은 파이시티 채권단 대표인 우리은행 고 아무개 전 부장도 여러 차례 소환하는 등 시공사 변경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고 전 부장이 2010년 7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200억 원을 줄 테니 사업권을 우리은행에 넘기라”고 요구한 대화 내용을 녹취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대표 등은 시공권이 포스코건설로 넘어가는 과정에 정권 실세가 개입됐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따라서 검찰은 시공사 변경 과정에 또 다른 비위 정황이 드러나고 있고, 이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한 단서가 포착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이 회장이 소환될 경우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이 전 의원과의 검은 커넥션 의혹 및 포스코의 치부를 파헤치는 데 검찰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기획 출국’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 회장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검찰에 소환될지, 또 그의 입을 통해 상왕이 연루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될지 검찰 수사 추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단독확인 이동조 중국서 골프라운딩
누가 비호 하길래… 도피 중에도 ‘나이스샷~’
파이시티 사건의 또 다른 키맨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동조 회장이 도피생활 와중에도 중국 현지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정권 차원의 비호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 회장은 현 정권 핵심 실세로 통했던 박영준 전 차관의 집이 압수수색 당한 지난 4월 25일 새벽에 은밀히 중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사정당국의 귀국종용을 거부하고 중국 일대를 돌며 지금까지 도피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대선 전까지는 절대 귀국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이 회장이 최근 중국 현지에서 남자 지인 및 여성 2명과 2:2 골프라운딩을 한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검찰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함께 골프를 친 남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과 동행한 남성이 국내 모 대기업 고위간부인 A 씨이고, 여성 2명은 이 회장이 국내에서 알고 지낸 지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귀국한 A 씨를 상대로 골프라운딩 사실은 확인했지만 단순한 친목 모임이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중국 내 행적이나 도피처 등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회장이 중국에서 2:2 골프라운딩을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겨우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사정당국의 수사망을 피해 도피 중인 사람이 버젓이 골프라운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란 의혹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골프라운딩 소식을 접한 검찰이 언론 노출을 꺼리면서 ‘쉬쉬’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중국 골프라운딩’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