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인터파크쇼핑·위메프 잇달아 인수해 주목…해외 인프라 등 차별점 분명하지만 물류 한계 극복 숙제도
#잇단 플랫폼 인수 목적은?
큐텐은 2000년대 지마켓을 만들었던 구영배 대표가 2010년에 미국 이베이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다. 처음부터 국내가 아닌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구 대표는 큐텐 설립 당시 이베이와 최대 10년간 ‘한국 시장에서 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말 이 시한이 말소되면서 구 대표는 본격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2021년에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인수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티몬 인수 소식을 알렸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인터파크쇼핑을, 4월에는 위메프를 인수하면서 거래액 기준으로 11번가를 제치고 단숨에 '빅4'로 올라섰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인수합병 행보다.
큐텐은 해외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동북아·유럽·미주 등 24개국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큐텐이 인수한 국내 플랫폼의 셀러들이 큐텐의 해외 플랫폼에서도 물건을 팔 수 있다. 셀러들에게는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셀러가 늘어나면 덩달아 집객 효과도 커진다. 실제로 해외 직구 사업에 나선 티몬의 거래액이 크게 늘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큐텐의 움직임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경쟁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진입한 것이고 향후 사업 전략에 따라 큐텐이 충분히 이커머스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점유율을 넓히려는 전략”이라며 “이미 확보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해서 매출과 수익을 내겠다는 건데 쿠팡이 오랫동안 적자를 낸 것처럼 하루 아침에는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크게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큐텐이 풀어야 할 방정식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국내 판매자와 해외 소비자의 연결 문제다. 물류 배송에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큐텐의 물류시스템은 셀러가 물류를 인천공항까지 보내면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가 인천공항에서 수거된 물류를 해외로 보낸 다음 현지에서 다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배송 기간을 최소로 잡아도 거의 일주일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없는 셈이다.
국내 판매자의 가격 경쟁력 확보도 해결해야 될 문제다. 현재 상품을 인천공항까지 보내는 물류비용은 셀러들이 부담하고 있다. 셀러들이 마진을 맞추려면 배송비를 상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데다 인천공항에서 해외 물류 허브로 보내는 비용과 현지 배송비까지 고려하면 판매가가 훌쩍 뛴다. 예컨대 3000원짜리 다이어리를 해외로 역직구할 경우 8000~1만 원 수준으로 가격이 훌쩍 뛰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잃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고서는 경쟁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풀필먼트 시스템 구축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풀필먼트 시스템은 물건을 판매하려는 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배송과 보관, 포장, 재고관리, 교환·환불 서비스 등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의미한다. 하지만 마땅한 데이터가 없어 수요예측부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큐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큐텐 같은 경우는 그 시장에 고객들이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없는 상태다. 시장을 형성하는 데까지는 가능하겠지만 매출 볼륨을 키우는 건 단기간에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은 큐텐에 인수된 후 해외 직구와 역직구 사업을 통해 거래액을 늘렸다. 올해 3월 티몬의 해외 직구 거래액은 큐텐 인수 이전인 2022년 9월에 비해 55.9% 늘었다. 그러나 앞서의 관계자는 “거래액이 늘었다고 영업이 잘되는 게 아니다. 이커머스는 쿠폰만 쓰면 거래액을 늘리기 굉장히 쉽기 때문이고 실제 그만큼 티몬의 영업손실은 계속 늘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간에 국내 업체들의 아성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과 셀러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의 경우 제품당 셀러에게서 수취하는 평균 수수료는 10~15% 수준이다. 판매 가격의 5~10% 정도의 쿠폰을 발행해 고객과 셀러를 끌어들인다. 여기에 PG수수료, 서버 운영비, 인건비 등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익 구조를 만들기 쉽지 않다.
반면 이미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한 쿠팡은 자체 물류창고에 상품을 적재해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배송이 가능한 데다 직매입 구조인 덕분에 상당한 마진을 남길 수 있다. 네이버 또한 CJ대한통운과 제휴해 물류 이슈를 해결했다.
구교훈 교수는 “유통이라는 건 결국 단가 싸움이다. 누가 싸게 사서 싸게 공급하느냐가 관건인데 쿠팡은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상품을 저렴하게 직매입하고 있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이 재고관리를 대신 해주고 있어 부담이 없다”며 “큐텐이 현재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큐텐 측은 "큐텐은 개인 간 직구뿐만이 아닌 기업 간 직구를 중개해 운임비를 낮추고 있으며 풀필먼트 구축과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며 "국내에서 활동하는 플랫폼 중 유일하게 전세계 24개국에서 사업하며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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