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의 임대료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명동은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곳으로 한번 주인이 결정되면 오랜 시간 변동이 없다. 때문에 건물주가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대다수는 70~90대 고령이다. 이 사무국장은 “현재 건물주는 1~1.5세대다. 10년 후부터는 한 차례 건물주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명동은 이때가 아니면 매매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들은 고령임에도 건물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1980년대부터 명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 아무개 씨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재산이 아닌 자수성가형 건물주가 많다. 워낙 애정을 쏟은 건물이다 보니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시기도 늦다”면서 “공식적인 자리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하지만 건물 관리만큼은 철저히 하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자에 따르면 명동 건물주는 크게 국내파와 해외파로 나뉜다. 해외에 거주하는 건물주들은 별도의 관리인(대부분 부동산중개업자)을 통해 건물을 관리하며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은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챙긴다고 한다. “평일 낮에 명동을 유심히 살피는 할아버지가 있으면 그가 바로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명동 건물 수개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이 아무개 씨는 “잘나가는 대기업이라도 건물주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곳이 명동이다. 일부 건물주는 매출을 보고받거나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매장에 들러 직접 확인하는 이도 있다”며 “월세 밀리는 것을 걱정해서라기보다 건물 이미지를 관리하는 차원이다. 고객 수나 청소 등 주위 환경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그들만의 폐쇄적인 모임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건물주의 스타일에 따라 특정 업종이 입주하지 못하거나 임대방식에 차이가 생긴다. 명동성당 인근의 한 건물은 30년이 넘도록 ‘음식점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건물주 때문에 돈을 싸들고 와도 매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무조건 건물 전체를 임대하는 조건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어 이래저래 명동 입성은 쉽지 않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서 명동에는 월세가 밀리는 일이 절대 없다. 명동 사정에 밝은 한 아무개 씨는 “월세가 몇 달 밀리면 보증금도 못 받고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있어 장사가 안 된다 싶으면 무조건 매장을 철수한다. 이런 곳은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섰기 때문에 언제 나가도 건물주는 아랑곳 않는다”며 “임차인들은 계약만료가 다가오면 건물주에게 선물공세를 펼치고 대기자들은 순번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잘 보이려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핫 이슈로 떠오른 월세에 관해서는 건물주마다 반응이 엇갈린다. 지난 5월 30일 서울시가 발표한 ‘2012년 개별 공시지가 결정 공시’에 따르면 명동은 1위부터 10위까지 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는 9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이곳은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자리하고 있다.
▲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네이처리퍼블릭 자리. |
이 대표는 이어 “명동 건물은 대출과 같은 금전적인 문제가 복잡한 곳이 드물다. 월세를 경쟁적으로 올리는 경우는 융자를 안고 건물을 매입한 분들이거나 일부 부동산에 현혹된 경우”라며 “건물주는 가만히 있는데 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부동산이 나서서 월세 경쟁을 붙이는 것”이라고 보탰다.
기자가 직접 만난 한 건물주 역시 “지나친 스포트라이트가 명동 부동산 시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워낙 비싼 땅이라 떠들어대니 다들 그런 줄 알고 있는데 실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한정돼 있다. 우리같이 건물을 오래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지금의 상황을 염려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명동 월세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 사실 건물을 샀을 때(1970년대)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잘나갈 줄은 몰랐다. 그땐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분들이 많아 서로 돕고 살자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며 “특정 기업은 계약만료일이 한참 남았는데도 어떻게든 건물주를 찾아내 거액을 내밀며 자기와 거래하자고 한다. 이런 데 넘어간 사람들 때문에 지금 명동이 시끄러운데 거품이 꺼질 경우를 대비하는 이들이 없어 문제다. 이미 땅값은 올라갈 대로 올라 세금은 엄청난데 월세를 지금 수준으로 못 받으면 그땐 다들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다”고 염려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