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사업자는 ‘오픈’ 꿈도 못 꾸는 데다 주변 지역 임대료 끌어올리는 역할…임대차보호법 사각지대 우려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게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려면 임대료가 얼마’냐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 관계자는 “임대 기간에 주말이 끼느냐 아니면 평일이냐에 따라 다르다. 누가 봐도 알 만한 목 좋은 곳은 하루 임대료가 1000만 원 이상 가기도 한다”며 “아파트나 상가 임대 시세와 달리 팝업 스토어를 위한 단기임대는 평당 시세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기준 성수동 지역의 상가 단기임대 매물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약 674제곱미터(203평) 크기의 사무실 단기임대료는 권리금이나 보증금 없이 한 달에 3500만 원이다. 467제곱미터(141평) 매물은 권리금‧보증금 모두 없고 임대료는 3000만~6000만 원으로 게재돼 있다.
팝업스토어를 위한 임대차 계약은 대부분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이를 ‘깔세’라고 부르는데 임차 기간만큼 월세를 한꺼번에 미리 내고 계약하는 단기임차 방식이다. 깔세 점포는 보증금이나 권리금 등 목돈이 들지 않는 대신 월세가 1.5~2배 비싼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끌어올려진 단기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가 아직까지 젠트리피케이션(도심의 낙후된 지역에 고급 상업가가 새롭게 형성돼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한두 달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빠져 나가면 주변 지역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봤다.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의 관할구청인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역과 인근 연무장길 일대의 평당 임대료는 15만 원으로 2018년 대비 50% 상승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임대료에 기존 소상공인뿐 아니라 중소업체는 들어설 꿈도 못 꿀 곳이 돼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 브랜드는 팝업스토어 인기 지역에서 단독으로 팝업스토어를 열기엔 인지도에서도 밀리고, 팝업을 열려고 해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낸다”고 귀띔했다. 앞의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기업은 젊은 세대 타깃으로 오프라인에서 우리 제품을 알려보자는 취지로 비싼 임대료에도 팝업스토어를 열지만, 중소업체는 임대료가 비싸면 마케팅 비용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문의를 했다가도 포기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치솟는 임대료를 잡기 위해 성동구는 성수동 1가 서울숲길 7만 3287제곱미터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신규 입점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구역을 비롯해 인근 성수동 2가 지역에도 팝업스토어 형태로 대기업이나 명품기업들이 끊임없이 입점하고 있다. 현재 성업 중인 명품 브랜드 디올의 팝업스토어도 성수동 2가에 위치하고 있다. 기존 입점 제한 구역도 휴게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 화장품 판매점, 제과점인 경우만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성동구청 한 관계자는 “처음 대기업‧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기 시작한 2017년에는 주로 성수동 일대가 카페나 음식점 위주의 문화가 발달해 해당 업종의 입점만 제한했다”며 “성수동의 문화도 많이 바뀐 현재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축법상 용도 제한이나 업종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해도 팝업스토어라는 형태로 제한할 수도 없다”며 “입점제한 구역과 그 외 지역에 대기업 관련 팝업스토어가 많이 있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지만 현행법 내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라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팝업스토어처럼 일시 사용이 명백한 단기임대는 상가임대차 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임차인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9조에 따르면 상가건물에서 임대차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1년으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16조에서는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임이 명백한 경우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윤현석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은 계약 갱신 거절권이나 보증금 상향제한, 최우선 변제권 등 임차인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기업은 팝업스토어 단기임대로 인한 상가임대차 보호법 적용을 못 받아 생길 수 있는 법률적 이슈에 대응이 가능할 수 있지만 소규모 업체는 대응이 어렵다. 한마디로 임대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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