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경 완전 귀국 카운트다운 돌입 속 NY계 싱크탱크 움직임 가속화…비명계 결집도 따라 역할 달라질 듯
2022년 6월 7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20대 대선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연패한 뒤 이 전 대표는 1년 동안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해외 연수 행보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는 “국내의 여러 문제는 책임 있는 분들이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는 말과 함께 한국을 떠났다.
2023년 4월 8일 이 전 대표가 빙부상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으로 떠날 때와는 국내 정치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한 야권 관계자는 “2022년 이 전 대표가 떠날 때엔 민주당은 전국 선거 2연패로 휘청거리고 있었다”면서 “동시에 민주당 주류 세력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내 주류는 친문이었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친명계가 당내 주류로 부상했다. 2022년 8월 28일 열린 제5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잡았다. 사실상 당내 권력을 일통한 셈이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입김이 강한 계파로 꼽히는 건 단연 친명계였다.
다만 이 대표에겐 사법 리스크라는 걸림돌이 있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 등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각종 의혹 ‘키맨’들이 수사기관에서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격화했다.
2023년 2월 16일 검찰은 배임죄, 제3자 뇌물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월 27일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됐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압도적 부결론’에 대한 자신감이 표출됐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총 297표 중 가결(체포 찬성) 139표, 부결(체포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당내 갈등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최소 31표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이재명 대표 독주 체제에 빨간불이 켜진 까닭이었다. 당내에선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이탈표가 결집한 것에 따른 의견이 분분했다.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이라 불리는 이 대표 팬덤은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공세에 돌입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 귀국에 정가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4월 9일 이재명 대표는 서울시 강남구 소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갔다. 조문은 약 20분간 이뤄졌다.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대표이자 당내 대선 경선 구도를 형성했던 두 인물이 조우했다. 이날 회동엔 NY계 이병훈 의원이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훈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순수한 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에게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했고, 이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전 대표는 “4월 남북통일과 평화에 대한 대안 등을 담은 책을 내고, 6월 독일 베를린에 가서 특강을 한 뒤 귀국할 예정”이라는 향후 스케줄도 귀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가 완전히 귀국하는 시점은 2023년 6월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NY계와 SK(정세균)계·소장파 등으로 구성된 비명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NY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은 4월 10일 국회에서 ‘정치공황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엔 NY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윤영찬 김철민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홍영표 의원은 “태극기와 개딸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팬덤정치,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라면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신경민 전 의원은 “무당급 유튜버들과 팬덤, 가짜뉴스 그리고 저질 지도자들이 결합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철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라도 정당 민주화와 사당 방지 이런 것들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사당화 및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가 표명됐다.
‘연대와 공생’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조금 더 직설적인 발언을 했다. 남 전 실장은 “2024년 총선에서 팬덤에 의지하고 야당 권력, 특히 대표를 바라보는 정치를 종식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미래가 있을까”라면서 “대한민국 붕괴를 이끄는 것이 민주당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전 실장은 “현재 이낙연·이재명 대결로 몰아가는 여론도 문제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팬덤들, 일방적으로 이낙연 전 대표를 공격하는 야당 대표의 개딸로 대표되는 팬덤도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 일시 귀국과 함께 존재감을 내비친 ‘연대와 공생’은 보다 적극적인 행보로 NY계를 관통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대와 공생’은 4월 말 ‘진보의 심장’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인한 민생 잠식, 개딸로 대표되는 극단적 형태 팬덤 정치 성행에 따른 부작용 등 주제가 심포지엄에서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야권 일각에선 이번 심포지엄이 NY계를 중심으로 한 비명계가 전격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명계를 상대로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는 시발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는 현 시점 호남 출신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이 전 대표 세력으로 불리는 정치세력이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인 호남에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하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 완전 귀국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런 행사가 개최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이후 지펴진 당내갈등 불씨에 본격적인 점화 시그널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낙연 전 대표가 완전 귀국하게 되면,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사당화 이슈에 대한 견제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견제가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이재명 대표가 직을 총선 시점까지 유지한다면 당내 갈등 시나리오가 보다 극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교수는 “시기상으로 총선을 앞두게 되면 공천과 관련한 이슈가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다”면서 “공천 시점까지 당내 갈등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계파 갈등으로 인한 분당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NY계를 필두로 한 비명계 결집이 이재명 사당화 이슈를 좌시하지 않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서 친명계와 비명계가 필사적인 갈등을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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