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는 보합·전세 가격은 하락 이어질 가능성 높아…금리인하 가능성 적고 거시경제 여건 불안
#거래량 늘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6364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 전체 거래량인 4093건의 1.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1분기 분양권 전매도 지난해 4분기보다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분양권 거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가 적고 분양 물량이 많은 경기·인천 지역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1·3 부동산대책으로 규제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지수는 4월 10일 기준 93.20 수준으로 올해 내내 꾸준히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아파트 시세는 여전히 하락세라는 뜻이다. 결국 아직 급매물 소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급매물이 상당 부분 소진돼 앞으로는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장 분위기에 따르면 3~4월 거래량이 2월보다는 못한 거 같다. 1~2월 급매물이 상당히 거래가 되면서 지금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는데 매수자들이 안 따라가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에 있는 대단지 ‘헬리오시티’에서 전용면적 84.99㎡짜리 주택이 18억 9000만 원에 매매되며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까지 일시적 반등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와중에 규제 완화의 부작용으로 지방의 미분양 리스크는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순위 청약 시 거주 지역 요건 폐지 등의 규제 완화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 아파트로 쏠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평균 경쟁률 57 대 1을 기록했지만 전국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6.1 대 1 수준이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 7만 5483호 중 83.4%에 속하는 6만 2897호가 지방 주택인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 완화로 인한 풍선효과다. 서울지역 청약과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대신 지방의 미분양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지역의 건설산업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수치는 입주율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수도권 입주율은 2017년 4월 이후 최저 수치인 73.6%를 기록했고, 지방 역시 60%대의 낮은 입주율을 보였다. 입주를 못하는 경우의 절반 가까이(45.5%)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제때 기존 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잔금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다. 세입자를 확보하지 못하거나(29.1%)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해(12.7%) 입주에 실패한 비율이 그 뒤를 이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불 꺼진 집들이 계속 나온다는 건 시장이 얼마나 침체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입주율이 낮으면 상황이 정말 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경제 여건은 여전히 안갯속
4월 11일 한국은행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 하단도 3%대로 내려온 분위기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라고 선을 그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이 기습적으로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는 데다 미국발 은행 위기로 전세계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와 관련,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위기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완화책을 내밀어봤자 효과는 국지적일 수밖에 없다”며 “아직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지표만 보고 시장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동결되면서 주택 시장이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금리를 인하한 것이 아닌 이상 매수 희망자들에게 주택을 구매할 동기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발표로 관망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승현 대표는 “제일 안 좋은 흐름이다. 돈의 흐름이 막히면 주택 건설하는 사업주들은 자금 경색 때문에 파산 위기를 맞고 가계도 자금 순환이 안 돼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봄 이사철과 맞물리며 가격 하락폭이 둔화하던 전세시장은 이사철이 끝나고 서울 안에서 1만여 가구의 입주물량이 나오면 하락폭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올해 2월 3375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서울 강남구의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강남구 쪽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연내 이자율이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올해까지는 전세가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석 교수는 “전세는 특히 이자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입주가 늘어나면서 이자율이 낮아지지 않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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