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브하우스 무대에서 성기로 요리하는 모습. 사진은 엽기 시식 이벤트에 참가한 한 남성이 촬영한 장면이다. 출처=일본 블로그 |
올4월 초부터 일본 트위터에는 5월 중순 도쿄의 한 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릴 이벤트 홍보 글이 무작위로 퍼져나갔다. 이벤트 정식 명칭은 소위 ‘성기 섭취 모임 햄(Ham, 은어로 성기를 암시) 제사’. 음악을 들으며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사람의 성기 요리 광경을 보고, 원한다면 그것을 먹을 수 있단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식재료로 쓰일 성기가 다름 아닌 요리를 직접 담당할 예술가의 것이란 점도 예고됐다. 예술가의 이름은 에이치시(가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로 과거 수술로 절제한 성기를 냉동보관 해오다가 요리 때 사용할 예정이라 밝혔다.
입장료는 4000엔(약 6만 원). 단 성기를 먹으려면 2만 엔(약 30만 원)을 내고 특별히 마련된 VIP석에 앉아야 한다. 이 글을 온라인이나 트위터에서 보고 예매를 한 뒤 이벤트 당일 라이브하우스로 모여든 인원이 무려 70여 명이다.
이벤트는 계획대로 착착 진행됐다. 6시 반에 문을 연 라이브하우스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무대 중앙 테이블에는 버너와 냄비와 그릇, 포크와 나이프가 가지런히 진열됐다. 무대 구석에는 마치 핏덩어리 고기 같은 것이 꽁꽁 언 채로 비닐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 에이치시의 성기였다.
이윽고 저녁 7시. 에이치시는 “난 남자도 여자도 아닌 무성”이라며 “예술을 하는데 성별은 필요 없단 점을 알리고자 이벤트를 열었다”고 퍼포먼스 목적을 밝힌 후 요리를 시작했다. 맹인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가 은은히 흐르고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이치시는 우선 냉동된 자신의 성기를 해동시켰다.
그리고 이내 버섯을 넣은 ‘음경 스테이크’를 완성됐다. 고환으로 만든 볶음요리와 스프도 만들었다. 미디엄으로 익혀 속이 살짝 덜 익은 음경과 검은 털이 송송이 박힌 채로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기름에 튀긴 고환.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요리들이 차례로 완성돼 접시에 담겨 나왔다.
관객들은 한 장면이라도 놓칠세라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모두들 숨을 죽인 채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만 눌러 댔다. 더구나 32세 만화가 남성, 30세 회사원 남녀커플, 20대 남녀 등 5명은 와인 소스에 찍어 성기 요리를 먹었다. 모두 지극히 평범하게 보이는 일반인이었다.
<후지신문>에 따르면 심지어 이들은 전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한다. 계약서는 일종의 각서와 비슷한데 ‘본인의 의지대로 (성기를) 먹은 것’이며 ‘만약 이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따르더라도 각자 책임을 진다’, ‘먹는 모습이 촬영되어 인터넷에 퍼져도 불이익은 자신이 감수한다’는 요지였다.
성기를 먹은 20대 남성은 이벤트가 끝난 직후 인터넷에 인육 체험수기와 사진을 올렸다. 사진은 음경 스테이크의 일부를 포크로 찍어 손에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이다. 호기심으로 성기를 먹었다는 이 남성은 “음식을 먹는 느낌이 아니었다”며 “생각보다 너무 질겨 씹기가 힘들었다”는 평까지 남겼다. 남성이 쓴 체험기는 도쿄의 이색문화를 소개하는 한 온라인 잡지에 통째로 게재되었다가 문제가 불거진 후 삭제됐다.
<후지신문>에 따르면 처음 올라온 이 남성의 글에는 성기 요리를 먹은 이들이 각기 밝힌 시식 이유와 감상 후기도 쓰여 있었다고 한다. 32세 만화가는 “창작 영감을 얻고 싶어서”, 30세 회사원 남녀커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기 때문”, 20대 여성은 “오럴 섹스 때와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가 궁금해서”라고 이유를 댔다. 그런데 이들은 20대 남성과는 다른 시식 평을 말했다고. 음경은 속이 말랑말랑해 먹는 데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일본 경찰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에이치시가 이런 행각을 벌인 것은 2년여 전 성전환 수술을 하며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 였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라이브하우스 측에서는 “어떤 이벤트가 열릴지 전혀 몰랐다”고 발뺌을 하면서 “원하는 사람만 요리를 줬으니 괜찮지 않냐”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에이치시가 이벤트 운영을 관장한 라이브하우스 측으로부터 출연료와 성기 제공료 명목으로 받은 돈이 10만 엔(약 15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에이치시는 단순히 성동일성 장애를 겪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정신 이상 징후를 보이며 주변에 이용당한 것이란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로 일파만파로 관련 뉴스가 퍼져나간 후 에이치시는 자기 트위터에서 성기 요리를 두고 “반사회적 행위나 폭력적 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는 “성기 절제 수술 전부터 요리 퍼포먼스를 작정했고 수술 후에는 돼지나 소의 성기를 구해다가 여러 차례 시험 삼아 조리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인육을 먹는 퍼포먼스가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3년 영국의 민영방송 채널4에는 중국인 예술가가 사산된 아기를 먹는 풍경이 방영되어 논란이 일었다. 2011년 말 네덜란드의 민영방송 BNN의 한 과학 프로그램에서는 사회자 2명이 각기 자신의 엉덩이 살과 뱃살을 병원에서 뗀 후 맞교환해 방송국에서 요리해서 먹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되어 물의를 빚었다.
일본의 한 문화평론가는 이런 일련의 식인 행위 이면에 “원시 사회를 동경해 이에 회귀하자는 ‘모던 프리미티브(Modern Primitive, 현대 원시)’란 거대한 예술사조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인육을 먹는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가 대거 제작되고 열풍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얻으면서 인육을 먹는 것에 별다른 혐오감을 느끼지 않고 친숙함마저 느끼는 20~30대 젊은 세대가 늘었단 점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