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과 ‘식물성 식품’ 등 신사업, 담당 부문 모두 전망 엇갈려…경영 성과 따라 그룹 내 입지 변화 예상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의 매출은 2021년 13조 3562억 원에서 2022년 18조 8471억 원으로 41.11%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5983억 원에서 6307억 원으로 5% 이상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전망이다.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감소세에 있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전망하면서 “식품사업은 가격 인상에 따른 피로감에 판매량 부진이 겹치며 매출은 5.5% 증가하는데 그치고, 원가 부담이 이어지며 영업이익 8% 감소가 예상된다”며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에 변화가 감지되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CJ제일제당 제품에 대한 역성장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난해 10월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취임한 후 식품사업의 해외 시장과 신사업 투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 경영리더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의 올해 실적이 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영리더는 차기 CJ그룹 회장 1순위로 거론되는 만큼 그의 경영 능력이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이 현재 집중하는 신제품은 식물성 식품과 케어푸드 등 건강 관련 식품이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식물성 식품 개발을 주도해왔다. CJ제일제당은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소재 TVP(Textured Vegetable Protein)를 개발해 이를 떡갈비 등에 적용하고 있다. 또 관련 제품 생산을 위해 CJ제일제당 인천2공장에 연 1000톤(t) 규모의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사업을 2025년까지 매출 2000억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고 있어 식물성 식품 시장도 향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다수의 식품업체가 관련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동원F&B, 농심, 풀무원 등이 식물성 식품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중국 쩐미트나 미국 비욘드미트 등 해외업체는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CJ제일제당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관련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 이 때문인지 이선호 경영리더는 연구개발(R&D)에 힘을 싣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사내벤처 및 혁신조직을 육성하기 위한 오피스 ‘INNO Play(이노 플레이)’를 오픈했다. INNO Play에는 CJ제일제당 식품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거쳐 선발된 5개 팀과 뉴프론티어가 입주해 있다. 뉴프론티어는 식품성장추진실 산하조직으로 사내벤처캐피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경영리더가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고 있으므로 뉴프론티어 역시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이 리더는 INNO Play 개관일 직접 현장을 찾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이 식물성 식품 기술력을 확보하더라도 단기간 내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물성 식품은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만큼 R&D에 돈을 투입해야 하고, 경쟁 때문에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식물성 식품이 단기간 내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해외 시장 공략과 확대라는 중책도 맡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영국법인을 설립하면서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일본에서도 HMR(가정간편식)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시장의 경우 CJ제일제당이 2018년 2조 원에 인수한 식품 업체 슈완스가 실적을 이끌고 있다. 슈완스의 매출은 2021년 2조 8761억 원에서 2022년 3조 3394억 원으로 16.11%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할랄 푸드 전파에도 집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스낵김’ ‘비비고 김치’ 등은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속 해외 식품사업의 미래도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슈완스를 제외하면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이 이미 침체기에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은 원자재 투입시점 차와 지난해 말 환율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심화됐으며 가공식품과 소재식품 모두 판매량이 감소하며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해외 식품은 슈완스를 비롯한 미주 지역이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의 경우 소비 침체로 성장률이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경영리더는 과거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대외적인 이미지가 우호적이지 않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리틀 이미경’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선호 경영리더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의 존재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사업 확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식품사업은 현지 생산 기반으로 K-푸드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 거점을 인접 국가로 수출하는 C2C(Country to Country·국가 간 판매) 모델도 운영하고 있다”며 “이재현 회장의 한국 식문화 세계화 철학을 바탕으로 전세계에 K-푸드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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