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이란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룰을 배우는 것입니다. 어른이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살고 세상의 법을 따르듯이 아이도 이 세상을 내 마음대로만 살 수 없다는 점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게 훈육입니다. 쉽게 말하면 버릇을 가르치는 겁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 살은 만으로는 두 살을 말합니다. 만 두 살 이전에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버릇들이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만 두 살이 되기 전에 기본적인 훈육의 틀이 잡혀야 합니다. 그렇다면 훈육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좋을까요?
놀라울 수 있겠지만 훈육은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산부인과를 퇴원하면 맨 처음 차를 타겠죠. 이때 차를 타면 카시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갓난아이 때부터 이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있고, 내가 지켜야할 룰이 있다는 걸 알게 해야 합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게 훈육의 시작입니다.
그럼 훈육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부모가 특별하게 할 일은 없습니다. 특히 말을 잘 알아듣기 힘든 두 돌 이전의 아이는 가정의 일상 속에서 스스로 익히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절로 훈육이 되려면 붕어빵 찍듯이 부모가 특정한 방식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가정의 틀이 중요합니다. 가정의 규칙과 일상의 루틴이 있어야 하고 아이에게 한계를 명확하게 해주고 이걸 무조건 지키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한계 내에서는 자유롭게 놀게 하세요. 여기에 교양 있는 부모의 적당한 배려와 사랑이 있으면 됩니다. 아기 때부터 해도 되는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혹 두 돌 이전에 아이가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 하는데 훈육이 될지 고민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훈육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의 틀이 확실하면 아기가 저절로 배웁니다. 다만 부모가 확신을 가지면 쉽게 되지만 그게 될지 의문을 가지는 순간 이게 쉽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과의 일상 속에서 저절로 되는 훈육을 어느 정도는 거쳐야 두 돌이 지나서도 부모가 쉽게 말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돌이 지나서도 훈육을 시작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갓난아이 때부터 하는 훈육에 비해서 엄청나게 어려울 뿐 아니라 제대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간혹 어릴 때 부모가 너무 엄해서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 중에는 내 아이는 훈육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키우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좀 곤란합니다. 붕어빵 만들 때 불을 세게 높여서 태워 먹으면 그다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을 좀 약하게 낮추면 됩니다. 붕어빵을 태워먹었으니 붕어빵 틀을 사용하지 않고 붕어빵을 만들겠다고요? 그렇게 하면 붕어빵을 제대로 만들기 어렵겠죠. 훈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부모가 너무 엄했으면 내 아이를 훈육할 때는 좀 더 배려해 주면 됩니다.
훈육은 물론 언어발달과 인간관계 발달을 포함한 모든 육아는 부모가 특별히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 스스로 익힐 수 있게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틀을 제대로 만들고 그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제일 좋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정훈은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교육이사,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모유수유위원회 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하정훈소아과의원 원장이다. 베스트셀러 육아지침서이자 육아교과서라 불리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이기도 하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