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과의 격차 여전한 데다 세븐일레븐 전환 점포 절반 불과…“올해 안에 전환 작업 마무리”
#코리아세븐의 미니스톱 인수 그 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4조 2779억 원에서 2022년 5조 4540억 원으로 27.4% 늘었다. 그러나 2021년 16억 원을 거뒀던 영업이익은 2022년 4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부채도 늘어났다. 코리아세븐의 부채총액은 2021년 말 1조 3636억 원에서 2022년 말 1조 9161억 원으로 5525억 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액은 3428억 원에서 6976억 원으로 3548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3월 3143억 원을 들여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다. 인수대금 외에도 미니스톱 점포 2568곳을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4조 7891억 원, 영업이익은 104억 원이었다. 즉, 미니스톱 인수가 아니었다면 코리아세븐은 흑자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었다.
미니스톱 인수전은 국내 편의점업계 판도를 바꿀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았다. 이전까지 국내 편의점 시장은 CU와 GS25 양강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븐일레븐이 3위, 이마트24가 4위에 위치한 구조였다. 각 편의점 별 점포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CU 1만 6789개 △GS25 1만 6448개 △세븐일레븐 약 1만 2000개 △이마트24 6365개를 각각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 전까지 1만 900개가량의 점포를 운영했지만 인수 후 미니스톱 점포 일부를 전환시키며 1만 2000개를 넘어섰다.
이마트24도 당시 미니스톱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미니스톱을 인수해 약 9000개의 점포를 확보하면 세븐일레븐과 점포수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점포가 5000개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흑자 전환을 노려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PB(자체브랜드) 생산과 판매, 유통을 비롯한 전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마지노선이 5000개라는 이유에서다.
미니스톱 인수전의 승자는 코리아세븐이었다.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본입찰에 참여해 결과를 뒤집었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통 맞수'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한방’을 먹인 것으로 분석한다. 신 회장은 첫 대표직을 코리아세븐에서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가 흐른 현재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해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 인수 여파로 적자 전환한 반면 이마트24는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6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마트24의 매출도 2021년 1조 9179억 원에서 2022년 2조 1180억 원으로 10.5% 늘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이마트24의 첫 상품전시회에 방문하는 등 이마트24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24가 자력으로 점포 5000개 선을 돌파하며 흑자 전환의 기틀을 만들었다”며 “노브랜드, 피코크 등 기존 이마트 PB와 연계한 상품 구성도 타 편의점 대비 특색이 있다는 평”이라고 말했다.
#점포 이탈 막아야 산다?
편의점업계에서는 기존 미니스톱 점포의 세븐일레븐 전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했지만 프랜차이즈업계 특성 상 기존 미니스톱 점주들을 강제로 세븐일레븐 점포로 전환시킬 수는 없다. 미니스톱 점주들의 세븐일레븐 전환율은 인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55% 수준이다. 미니스톱의 세븐일레븐 전환율은 지난해 12월 말 45%에서 3개월 사이 10%포인트(p)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지 않은 미니스톱 점주들이 상당하다. 미니스톱은 이전까지 넓은 매장에서 즉석조리하는 치킨과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을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덕분에 미니스톱을 찾는 마니아층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미니스톱 점주들은 즉석 조리 메뉴를 포기해가며 세븐일레븐으로 옮길 유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니스톱 점주들을 노린 경쟁사들의 영업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이미 포화상태라는 평가다. 이에 편의점 업체들은 신규 점포 출점보다는 계약 만료를 앞둔 경쟁사 점포 빼앗기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미니스톱 점주 중 일부는 타 편의점 프랜차이즈로 이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코리아세븐은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에 매출 0.6%에 달하는 라이선스료를 지급하고 있다. CU가 일찌감치 일본 ‘패밀리마트’ 간판을 떼고 독자 생존에 성공한 반면 코리아세븐은 여전히 세븐일레븐에 라이선스를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리아세븐 이익률은 낮아지고, 가맹점주 혜택도 줄어들고 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PB 구성은 물론 각종 제휴와 마케팅에서 세븐일레븐이 한 발 뒤처진다는 인식이 크다”며 “백화점이 꽉 잡고 있는 롯데그룹 유통 라인에서 편의점이 후순위고, 프랜차이즈업을 잘 모르는 백화점 출신 낙하산 임원들이 꾸준히 내려오고 있다는 점도 경영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미니스톱에서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한 점포들을 보면 매출이 5~10%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점주가 먼저 전환 문의를 하기도 한다”며 “올해 안에 전환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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