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멈춰선 팬데믹 틈타 보도방·모텔 손잡고 진화…‘성지’ 신림동 일망타진 불법 영업 경고 메시지
4월 16일 서울경찰청 풍속범죄수사팀은 서울 서남부권 소재 유흥가에 밀집한 숙박업소 15개소에 성매매 여성을 보내 성매매를 알선해 온 보도방 업주 10명과 모텔 업주 13명, 종업원 12명, 성매매 종사자 15명 등 총 50명을 적발해 그중 49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2명은 보도방 업주이며 마약 혐의로 도주 중인 보도방 업주 1명만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이번에 송치된 피의자 가운데에는 조직폭력배 출신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찰은 도주 중인 보도방 업주의 검거를 위해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이들은 모텔에 방을 잡아 놓고 방값과 화대를 지불하면 모텔 측과 연계된 보도방을 통해 모집한 성매매 여성과 모텔에서 성교행위를 하게 하는 속칭 ‘여관바리’ 형태의 성매매 알선행위를 조직적으로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실 ‘신림동 여관바리’는 매우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여관바리’의 성지는 회현동 여관골목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후에는 종로3가와 신림동이 여관바리의 명맥을 이어왔다. 특히 신림동에서는 A 모텔이 대표적인 여관바리 명소로 알려져 있었다. 서비스가 좋고 성매매 종사자도 기존 여관바리 업소들과 비교해 젊은 편이었으며 가격은 대개의 여관바리 업소처럼 저렴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번 경찰 적발에도 A 모텔이 포함됐다. 경찰은 A 모텔이 20여 년 동안 30억~40억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까지 이 지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A 모텔을 비롯하여 인근 다수의 모텔들이 보도방 조직과 공모하여 성매매 알선 영업을 암암리에 오랜 기간 지속해 온 것을 확인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성매매 알선 숙박업소와 보도방 업주 핵심 일당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A 모텔 외에도 이번에 적발된 신림동 등 서울 서남부권 소재의 모텔들이 여관바리로 올린 범죄수익금은 15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경찰은 “불법영업의 근원적 차단을 위해 성매매 제공 건물(3채) 등 기소전몰수보전 신청 및 범죄수익금 150억 원의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찰 단속의 1차적인 의미는 그동안 알음알음 소문이 많이 나 있었던 ‘신림동 여관바리’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다. 버젓이 소문이 날 만큼 대대적으로 여관바리 영업을 지속해 온 신림동 일대 모텔들의 불법 성매매를 단속함으로써 불법 성매매에 대한 당국의 확실한 수사의지를 밝힌 것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그런데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경찰 단속의 2차적인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바로 보도방 업계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다. 사실 A 모텔의 유명세는 이미 상당 기간 지속됐다. 이번에 경찰이 대대적인 신림동 일대 모텔들의 여관바리 실태 단속에 돌입한 까닭은 그 규모가 거듭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모텔의 평균 성매매 영업 기간은 3~4년 정도였다. 20여 년 가까이 유명세를 이어온 A 모텔을 중심으로 최근 3~4년 사이 급격히 이 지역에 여관바리 영업이 급증한 까닭에 대대적인 단속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보통 경쟁업소 사이의 불화로 불법이 드러나는 것과 달리 밀집장소 내의 업소들이 대부분 불법에 가담하면서 경찰 신고에 소극적이고, 과거 성매매 단속 이력은 있으나 단건 별로 가벼운 처벌에 그치면서 오랜 기간 성매매 영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사실 신림동 일대 모텔들의 주요 수익원은 룸살롱 등 유흥업소와의 연계였다. 룸살롱이 모텔과 계약을 맺어 2차 손님을 보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모텔은 유흥업소에서 보내주는 손님에게 대실 영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 명령과 영업시간 제한으로 룸살롱의 영업이 아예 중단되거나 영업이 재개돼도 저녁 9시 정도로 영업시간이 제한된 것. 당연히 룸살롱에서 2차손님을 모텔로 보내는 방식의 영업도 불가능해졌다.
보도방 역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졌다. 보도방은 유흥업소에 접대여성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왔지만 실질적인 수입원은 성매매다. 보도방 소속 접대여성은 2차가 가능한, 아니 2차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투입된다. 룸살롱에 소속된 접대여성도 있지만 대부분이 2차는 하지 않는 것으로 계약된 터라 손님이 2차를 원하면 룸살롱은 보도방에 연락해 2차가 가능한 접대 여성을 호출해 해당 룸에 투입한다. 술자리 접대는 형식일 뿐 사실상 성매매 여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도방과 모텔이 중간 과정인 유흥업소를 제외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시작한다. 우선 보도방이 주도하는 방식이 있다. 우선 호프집 등 일반 술집에서 손님과 접대여성을 만나 술을 마시게 만든다.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보기엔 평범한 술자리인데 영업제한 시간인 9시 즈음이 되면 술자리를 끝내고 모텔로 2차를 간다. 술자리만 룸살롱에서 일반 술집으로 바뀌었을 뿐 거의 비슷한 방식의 성매매다. 또 다른 방식은 모텔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로 여관바리다. 손님이 모텔을 찾아 성매매 여성을 찾으면 모텔이 보도방에 연락해 성매매 여성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유흥업소가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두 가지 방식의 변종 성매매가 급증했는데 보도방 주도 방식은 유흥업소가 다시 정상 영업에 들어가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저가’에 방점이 찍힌 여관바리는 계속 이어지며 새로운 불법 성매매 영업 방식으로 급부상했다.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신림동 모텔촌이었기에 경찰의 단속이 이뤄졌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여관바리가 급증한 다른 지역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언제든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지가 확실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경찰 단속이 이어질지라도 불법 성매매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경찰 단속 정도는 언제라도 있을 수 있는 위험요소라고 받아들이는 불법 성매매 업소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수’로 존재하는 악재일 뿐 예상 밖 ‘변수’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번 경찰 단속은 기존과 크게 다르다. 성매매 제공 건물 3채의 기소전몰수보전 신청과 범죄수익금 150억 원의 과세자료 국세청 통보 등이 함께 이뤄지는 등 불법 성매매의 근원적인 차단을 위한 조치가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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