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개 지역 돌며 4조 원 끌어와…일본선 알박그룹 반도체 기술 연구소 유치
김 지사는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에서 산업용 가스 기업인 린데(Linde)사와 3억 8000만 달러(약 50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린데사는 올해 1월 15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은 데 이어 3개월 만에 3배가 넘는 추가 투자를 결정하며 의미를 더했다.
같은 날 반도체 소재 분야 기업인 미국 인테그리스사도 종합연구소를 수원시에 설립하기로 경기도와 합의하며 김동연의 ‘경기도 세일즈’는 박차를 가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튿날인 13일 뉴욕에서 ESR켄달스퀘어와 투자 행사를 가졌다. 글로벌 부동산 운영 및 투자사인 ESR그룹이 합작 설립한 ESR켄달스퀘어는 앞으로 7년간 약 23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해 경기도 내 최대인 100만㎡ 규모의 친환경 복합물류센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신규 고용효과만 5000여 명, 경제 유발효과 2조 5000억 원, 연간 예상 세수만 130억 원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경기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프로덕츠사와 50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까지 체결했다. 일주일 만에 4조 원이 넘는 협약이 진행된 건 김동연 지사가 30년 이상 경제 관료로 살아오며 쌓아온 인맥과 전문성이 발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4조 원대의 투자 협약을 체결한 김 지사는 일본으로 넘어갔다. 일본에서는 반도체 진공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일본 알박(ULVAC)그룹의 반도체 제조 장비 기술개발 연구소 유치에 성공했다.
1952년 설립된 알박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진공 기술을 기반으로 고품질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1995년 설립한 한국알박은 2000년부터 평택, 파주 등에 장비 제조 7개소, 장비설계(분당기술개발센터) 등 경기도에 총 1억 10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알박그룹 계열사인 한국알박은 반도체 제조 장비 기술개발 연구 강화를 위해 평택 어연·한산 외국인 투자산업단지에 건물 연면적 1만 3168㎡의 연구소를 내년 3월 준공 예정이다. 향후 5년간 1330억 원이 투자되면 150여 명 규모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박의 이번 투자는 ‘최초’ ‘최대’ 기록을 썼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다. 알박의 해외지사 중 현지 인력이 기술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박은 도내 7개 공장을 운영하면서 한국인 엔지니어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이번 연구소에서는 한국 연구인력을 직접 연구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150여 명의 고용 창출은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해외기업 연구소 유치건 중 최대 규모다. 경기도는 연구소 설립이 최첨단 설비 개발과 반도체 장비 국산화 촉진으로 이어져, 도내 협력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투자유치 뒤에는 기업에 대한 김 지사의 적극적인 설득과 유치 노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는 만나는 기업인마다 경기도의 강점과 지원 의지를 맞춤형으로 설파하며 투자를 끌어냈다.
반도체 관련 기업에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의 강점과 아낌없는 지원을 위해 미래성장산업국과 반도체산업과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원스톱 지원 서비스 제공 등을 약속하며 투자를 권유했다. 3조 원이라는 최대 규모의 투자액을 기록한 ESR켄달스퀘어(주)에는 RE100 실천 등 기후변화에 대한 경기도의 주요 대응과 친환경 복합물류센터 조성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제시했다고 경기도는 설명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번 출장 성과에 대해 “지금도 경기도가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성장, 4차 산업 분야의 중심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중심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이번 투자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한민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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