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김종인 등 신당 추진, 정의당 주축 ‘세 번째 권력’ 출범…TK 중심 대안 세력 등장 가능성도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첫 토론회가 열렸다. 이 포럼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주도했고, 좌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맡았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발표자로는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 등이 나섰다.
금태섭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신당 창당 추진 의지를 밝혔다. 금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새로운 정당을 만들 거냐’는 질문에 “나는 그 길(창당)을 걷겠다 말씀드렸다. 준비되는 대로 차차 얘기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 신당 창당 일정과 합류 인사 등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제3지대 운동에 관여하고 지켜본 바에 따르면 서둘러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창당은) 어려운 길이고, 정치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지만 실제 깨고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금태섭 전 의원 신당 창당 과정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이 용기를 갖고 (창당을) 시도하니까 내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도와주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정치권을 보면 과연 이런 정당에서 무슨 새로운 미래를 향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겠나 싶다”며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해 이젠 사람 중심 정당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세력이 등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제3지대 조직 구성 움직임도 감지된다. 진영정치 극복과 정치의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정당 창당 등을 논의하는 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이 출범했다. ‘세 번째 권력’은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와 류호정 원내대변인, 조성주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 정의당 청년 정치인들이 주축이다.
4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세 번째 권력’ 출범식엔 여야를 막론한 청년 정치인들이 모였다. 장혜영 류호정 의원뿐 아니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공동대표인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세 번째 권력은 조직이 아닌 운동”이라며 “낡은 정치 질서를 바꾸기 위한 운동에 적극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기대를 가진 이유는 의미가 있는 다름을 추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논쟁 가능한 대척점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며 “나이가 아니라 새로운 아젠다를 가지고 시대를 교체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 역시 “이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아니면 사표가 될 것이라는 걱정을 안 했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 남탓 경쟁이 아니라 다당의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3지대 조직 움직임은 연령대로는 2030세대, 지역별로는 수도권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금태섭 전 의원은 토론회 발제에서 “내년 총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꿀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무당층이 30% 수준까지 오르면서 3지대를 세력화하는 이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자체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은 29%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지지도 31%, 민주당은 36%였다.
하지만 금 전 의원과 김 전 비대위원장이 주도하는 3지대 정당이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엔 부정적 관측이 주를 이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금 전 의원이 3지대 정당을 띄운다고 하자 참여할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검찰 사단에 밀려 공천을 받지 못할 정치인들이 탈당해 합류할 것으로 언급된다. 민주당 역시 이재명 지도부에서 공천 받기 힘든 ‘비명계’가 탈당 후 입당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라며 “유권자들이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한) 이들을 한국 정치를 바꿀 만큼 참신한 얼굴로 평가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3지대 정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선주자급의 간판 정치인이 필요하다. 과거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은 안철수 의원이라는 구심점이 있었기 때문에 선전할 수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김종인 전 위원장은 포럼 다음 날인 4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태섭 전 의원이라고 대통령 못할 일이 없을 것 아니냐”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웬만한 사람이면 전부 다 국회의원 한 번씩 더 해 보고 싶어 고개 숙이고 들어가지, 자기 소신을 끝까지 주장하는 사람 별로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다른 사람에 비해 상당한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 평가와 달리 금 전 의원이 차기 대선주자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민주당 한 관계자 말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정치권에서 이룬 성과가 있느냐. 201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단 것이 전부다. 임기 동안 당을 향해 비판만 하다 21대 총선에서는 본인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정치신인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이후 민주당을 탈당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의원과 3지대 단일화 경선을 실시해 졌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국민의힘 선대위 전략실장으로 임명됐으나, 결국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 중도하차해야 했다. 서울시장 선거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인사가 대선주자로 올라설 수 있겠느냐.”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민주당 대선 때 출사표를 던졌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합류할 가능성이 거론한다. 야권 한 인사는 “박 의원은 민주당 내에 독자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에 우군이 없다. 민주당에 남으면 대선 후보가 되기 힘들다. 내년 총선에서도 경선을 통한 공천은 확신이 없다. 따라서 대선주자급 대우를 받으면 탈당해 금 전 의원의 3지대 정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30%에 가까운 무당층이 결국 거대 양당으로 결집할 것이란 전망도 3지대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앞서 야권 인사는 “현재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 야당의 돈봉투 의혹 등으로 정치 불신이 심화돼 무당층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21대 총선을 1년 앞둔 지난 2019년 4월의 여론조사를 봐도 무당층이 지금과 비슷한 수치였다. 큰 선거가 없으면 무당층은 으레 늘어난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2019년 4월 9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무당층이 26%였다. 하지만 1년 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에 표를 몰아줬다.
야권 인사는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 성격이 강하다. 지금은 무당층에 있어도 총선이 코앞에 다가오면 윤 대통령을 심판하려는 국민들은 민주당으로, 윤 대통령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국민의힘에 집결할 수밖에 없다. 그럼 3지대는 설자리가 없다”고 내다봤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물리적 제약도 3지대 정당 창당의 장애물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4월 1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진짜 내년 총선에 30석이 되면 정치가 확 바뀔 거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할 생각인데, 만약 안 되면 길게 보고 가는 것”이라며 “성공도 보장 못 하지만 이것 외에는 한국 정치에서 정치인이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대구·경북(TK)을 노린 지역기반 정당이나 비례대표용 정당이 3지대로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이계·친박계에 몸담았던 과거 정치인들이 그 중심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핵심 지지층에서도 최근 흔들리기 시작한 점이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앞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7%에 불과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5%에 달했다. 특히 윤 대통령 핵심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TK 지역에서조차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53%로, 긍정평가(44%)에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TK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비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TK에서 민주당에 투표하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이 아닌 보수정당이 창당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친이계에서는 이재오 고문, 친박계에서는 최경환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정치 세력화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전했다(관련기사 기지개 켜는 이명박·박근혜…친이·친박 총선 기대감 ‘뿜뿜’).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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