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일정 소화하다 두산전에 1군 올라 1이닝 무실점…시속 157.9km까지 찍어
김서현은 개막 전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일단 퓨처스(2군)리그에서 개막을 맞았다. 수베로 감독은 "팀뿐만 아니라 선수 본인을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며 "2군에서 불펜 투수로 1~2이닝씩 소화하면서 프로야구 선수로 자리잡기 위한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서현은 2군에서 빠르게 실력을 보여줬다. 5경기에 구원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고 1점만 내줬다. 사사구도 3개뿐이었다. 마지막 2군 등판이던 지난 16일 SSG전에선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직구 최고 구속도 156㎞까지 나왔다.
그사이 한화 불펜에는 부하가 걸렸다. 선발 투수들이 긴 이닝을 던지지 못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불펜 투구 이닝 비중이 10개 구단 중 가장 커졌다. 결국 김서현은 개막 후 19일 만인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에 앞서 처음으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휴식 차원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문동주 대신 1군 엔트리 한자리를 채웠다. 김서현 스스로 "한 달 이내에 1군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그 다짐을 현실로 이룬 셈이다.
콜업 당일 곧바로 1군 데뷔전도 치렀다. 2-5로 뒤지던 한화가 6회 말 3점을 뽑아 5-5 동점을 이루자 7회 초 김서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어 1이닝을 피안타와 볼넷 없이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총 투구 수는 17개. 직구가 11개였고, 슬라이더 5개와 체인지업 1개를 섞어 던졌다.
최고 구속은 구단 자체 측정 시스템인 트랙맨 기준으로 시속 160㎞를 찍었다. 세 번째 타자 이유찬 타석에서 던진 2구째 직구의 스피드였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운영하는 피치 트래킹 시스템(PTS) 상에는 시속 157.9㎞로 측정됐다. 현역 선수 중 문동주와 안우진 다음으로 빠르고, 은퇴 선수까지 합쳐도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구속이다.
김서현은 첫 타자인 호세 로하스에게 시속 150㎞대 중반의 직구 4개를 연이어 던진 뒤 5구째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다음 타자 허경민과는 풀카운트 접전을 벌인 끝에 다시 8구째 시속 156㎞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타자 이유찬에게는 공 4개로 루킹 삼진을 잡았는데, PTS 기준으로 2구째가 시속 158㎞, 3구째가 155㎞, 4구째가 157㎞였다. '역대급'으로 강렬했던 데뷔전이었다. 김서현은 적은 수의 공을 전력 투구할 수 있는 불펜 투수라 앞으로 문동주 이상의 구속을 기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KBO리그를 뒤흔들 '강속구 쇼'의 서막이 열렸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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