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모델 한계 속 적자 수렁 허덕, 규제 완화 목소리…고객 니즈 충족하는 앱 개발이 관건 시각도
#적자 지속하는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 앱에 송금, 대출‧카드‧보험 추천,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2021년엔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을 출범시키며 예금계좌, 모바일 주식 트레이딩 서비스도 출시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 1888억 원이었다. 2021년 대비 52.3%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 손실은 1796억 원에서 2472억 원으로 늘었다. 무료 송금 수수료 정책 탓에 결제수수료 비용이 늘고 인건비 등이 증가하면서, 영업비용이 2021년 대비 49.5% 오른 1조 4360억 원을 기록했다.
지급결제 외에 대출, 보험, 자산관리까지 영역을 확장 중인 카카오페이도 지난해 적자폭이 커졌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매출은 5217억 원으로 4586억 원이었던 2021년보다 13.7%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2021년 272억 원에서 455억 원으로 67% 증가했다. 지급수수료가 늘고 인건비도 증가하면서 영업비용이 2021년 4859억 원에서 지난해 5672억 원으로 16.7% 뛰었다. 주요 종속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손실(총포괄손익 기준)도 2021년 대비 각각 181%, 322% 늘었다.
대출상품 비교와 자산관리를 기반으로 금융플랫폼을 지향해온 핀테크 기업 역시 적자를 기록하는 곳이 적지 않다. 뱅크샐러드 매출은 2021년 34억 원에서 지난해 44억 원으로 29%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실도 420억 원에서 461억 원으로 9.7% 증가했다. 영업비용이 454억 원에서 504억 원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급여와 상여금,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는 423억 원으로 영업비용의 84%를 차지한다. 특히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으로 지급수수료가 108억 원에서 159억 원으로 47%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핀크도 적자 상태다. 핀크는 2021년에는 123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13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마이데이터 사업과 대출상품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깃플도 2020년과 2021년 각각 24억 원, 42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다도 지난해 19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급결제 분야는 카드사, 온라인 PG사(전자결제대행업체) 등 강력한 플레이어가 시장에 많이 진출한 상태라 중소 핀테크 업체들의 사업 모델은 주로 금융상품 비교, 추천이 많다. 다만 아직은 대출상품 비교 서비스만 활성화돼 있고, 다른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는 막혀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도 시행 초기 단계라 아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행법상 핀테크 업체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할 수 있는 상품은 대출 상품뿐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출상품을 판매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라 대출성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등록하면 된다. 다만 예‧적금이나 보험 등의 온라인 판매중개업에 대한 별도의 등록 요건은 금소법이나 은행법, 보험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금융당국은 예‧적금 중개 서비스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업들은 예‧적금 중개 서비스는 올해 6월부터,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이르면 연말부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와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 서비스 등에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은 2년 이내이며 1회에 한해 최대 2년까지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규제개선 요청이 있으면 최대 1년 6개월까지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온라인 예‧적금 서비스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되면 핀테크 업체들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5월부터는 대출 비교 플랫폼 내에서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대출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규제 더 완화해야” vs “소비자 니즈 미충족”
그럼에도 핀테크 업계에서는 여전히 규제 완화 요구 목소리가 높다. 혁신금융서비스는 한시적인 사업이다 보니 중소 핀테크 업체들의 경우 사업을 영위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적금과 보험 온라인 중개에 대한 등록요건을 관련된 법에 아예 추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는 향후 사업화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어서 핀테크 업체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지원 육성법 등 아예 핀테크 업계만 겨냥한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의 핀테크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규제 샌드박스로 잠깐 열어주거나 기존 법의 잣대를 들이민다. ‘동일기능 동일규제’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핀테크 기업만을 위한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 핀테크 업체와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를 차등 규제할지를 두고도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는 상황이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종합지급결제업 규제 완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지만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금융당국은 비은행권 사업자도 은행 제휴 없이 이용자의 계좌를 직접 보유하면서 결제와 송금, 보험료 납부 등 전자금융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핀테크 업계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논의가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고 토로한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TF(태스크포스)팀에서 논의 중인 상황으로 6월 말에 종합적인 결론이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의 문제보다는 핀테크 업체들이 고객 요구를 충족하는 앱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많은 핀테크 업체가 대출비교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금융사와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들이 상품을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들은 자사의 상품이 다른 회사의 상품과 한눈에 비교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한 대출비교 플랫폼을 살펴보면 저축은행 상품은 많지만 5대 은행 상품은 없는 상황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핀테크 업체들이 적자를 지속하는 것은 고객 경험을 살리지 못한 문제도 있다. 금융자산을 관리해주는 앱이라고 홍보했는데 실상은 금융상품을 사게 만드는 플랫폼이 되는 식”이라면서 “토스, 카카오 등 큰 업체를 포함해 중소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 기반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수익은 주로 금융회사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탈자는 있겠지만 앱 유료 구독 등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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