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4일 지바현 연안에서 정어리 200만 톤이 떼죽음 당한 모습. |
산갈치, 주름상어, 앨퉁이, 혹등고래…. 이름조차 생소한 이 물고기들은 수심 200~500m 아래 빛이 전혀 없는 깊은 바다에서 사는 심해어다. 평소 백과사전에서나 찾아볼 법한 이런 물고기들이 지난해 말부터 부쩍 일본 해안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죽은 채다.
▲ 초속 50m를 넘는 회오리. |
▲ 해안에서 발견된 고래. |
심해어가 나타나자 일각에서는 “계절풍으로 해수가 순환해 심해어가 해안가에 온 것일 뿐”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지진 전조 현상으로 보는 설이 더 유력하다. 시즈오카현과 그 앞바다는 일본의 수도권 대지진 시 진원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심해에 사는 물고기가 평상시와 다른 자연의 변화를 재빨리 감지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해와 마주한 일본 서해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 2월 시마네현의 한 바닷가. 길이가 2~5㎝에 불과한 소형 심해어 앨퉁이 수백만 마리가 해안선을 따라 5㎞가량 죽은 채 떠오른 괴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앨퉁이 무리가 보이기 1주일 전 근처에서는 멸종위기에 놓인 혹등고래가 발견됐다. 길이 1.3m의 아기 혹등고래가 바닷가 바위 근처에 죽어가던 중이었다. 혹등고래는 일본의 해양생물학자들이 지진을 예고하는 대표적인 바다생물로 꼽는다. 지난 2004년 10월 진도 6.8의 니가타 지진이 일어났을 때 인근 해안에서 8개월 전 혹등고래 사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올 1월 도쿄만 인근에서도 고래 사체가 연이어 나타났다. 도쿄만 남쪽 해안에서는 길이 6.3m의 죽은 혹등고래가 쓸려왔고, 도쿄만 컨테이너가 산적한 부둣가에서는 길이 10m의 고래가 숨진 채로 표류했다.
▲ 도심에 출몰하는 습지 생물 코우가이빌. |
현재 가장 가까운 시일 내 일어날 것으로 손꼽히는 일본의 지진은 수도권 지진.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발생 확률은 30년 이내 88%다. 그러나 대다수 지진 전문가들은 견해가 다르다. 올 1월 도쿄대학 지진연구소는 일본 수도권에서 진도 7을 넘는 대지진이 4년 이내 일어날 확률이 70%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쿄만 등 바다가 인접해 있고 인구가 밀집된 일본의 수도권에서 만일 거대 해일을 동반한 지진이 일어날 경우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민간 기상회사에서는 해일의 수위가 30m에 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는 도쿄 평야 지대가 대부분 수몰할 것이란 시뮬레이션도 내놨다. 참고로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 시 해일의 평균 수위는 10m였다.
이런 예측에 일본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 놀랄 만한 점은 단지 도쿄 및 수도권 지역만이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부 지진학자들은 올 5, 6월 발생한 지진 사례를 들어 “수도권 위 북쪽 지역에서도 진도 8이 넘는 매우 위험한 지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및 인접 이바라키현 부근이다. 그 전조현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올해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서 발생한 회오리다. 5월 초 쓰쿠바 일대에서는 돌연 초속 50~69m의 강한 돌풍이 일어나 1명의 사망자와 40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 거대 회오리로 날아간 집. |
요즘 일본에서는 지진과 이상한 자연 현상과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소위 ‘광관 자연현상 연구’다. 넓은 범위에서 발견되는 이상 현상이란 뜻인데 동물의 이상 출몰, 이상 행동뿐만 아니라 해수 수위 및 대기 변화 등 지진 전후에 일어난 현상을 두루 살피고 데이터로 기록해 지진을 예측하려는 시도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태평양 연안에서 썰물이 보통 때보다 더 많이 빠져나가는 현상도 지진 전조 현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미에현의 해안 관광 명소인 ‘부부 바위’ 근처는 평소보다 썰물이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다에 잠겼던 바위 아래가 훤히 드러날 정도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