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과 함께 응원…팬클럽 모범 보이겠다”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FC 서울과 맞붙은 26일 강원 FC의 홈경기, 본부석측 관중석에는 푸른색 옷을 맞춰 입은 무리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다름아닌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의 회원들이었다.
임영웅은 지난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대구 FC의 경기 시축에 나섰다. 하프타임에는 공연까지 펼쳐 팬들을 즐겁게 했다.
평소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게 보여왔던 임영웅이다. 시축 또한 서울 주축 기성용, 황의조와의 친분에 먼저 나설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기에는 영웅시대 회원들이 대거 몰려 45007명의 많은 관중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시대 이후 프로스포츠 최다관중 기록이었다.
영웅시대 회원들은 장소를 옮겨 경기장 방문을 이어갔다. 이날 춘천을 찾은 이들은 강원 영서지방의 영웅시대 회원들이었다. '강원 영웅시대 방장'으로 본인을 소개한 이미애 씨는 "오늘 오신분들 대부분 지난번에 서울까지 갔다오신 분들이다"라며 "오늘 오신 분들은 춘천, 화천 등 영서지방에 사시는 분들이다. 우리는 연고지가 강원도 아닌가. 연고지 구단도 당연히 응원해야한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서울월드컵경기장 방문에서는 FC 서울을 향해 응원을 보냈던 영웅시대다. 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이미애 씨는 "FC 서울 팬들에게 '미안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이어 "서울 지역에 계신 영웅시대 분들은 앞으로도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경기장에 가신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손에는 영웅시대에서 자체 제작해 'K-League Fighting(K리그 화이팅)'이라는 문구가 적힌 응원도구와 강원 구단에서 배분한 응원도구가 같이 쥐어져 있었다. 푸른색 단체복을 빼놓지 않고 입은 이들은 강원의 상징색인 주황색 리본을 단체로 머리나 목에 두르기도 했다. 이미애 씨는 "우리가 주황색 물건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는데 오늘 오신 회원 한 분이 이걸 챙겨오셔서 나눠 두르고 있다"며 웃었다.
영웅시대는 성숙한 관전 문화로도 찬사를 받았다. 생소할 수 있는 축구장 문화에 적응하려 노력했고 경기를 마치고 관중석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씨는 "우리끼리는 '영웅시대 옷을 입는 순간 무단횡단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오늘도 질서있게 지내다 돌아가겠다"고 했다.
경기는 홈팀 강원이 3-2 승리를 거뒀다. 후반 초반까지 2-0으로 앞서 갔으나 2골을 내주며 따라잡혔다. 후반 막판에야 수비수 이웅희가 결승골을 넣으며 올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영웅시대 회원 40여명은 결정적인 장면마다 자리에서 들썩이며 경기에 몰입했다. 어색함을 거둘 순 없었지만 응원 유도에 적극 호응했다. 경기를 마치고 자리를 뜨는 김병지 구단 대표이사를 바라보며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90분 내내 열정적으로 응원을 주도한 이미애 씨는 "우리는 (임)영웅이와 함께 응원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응원해서 강원 팀이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너무 즐거웠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한 "임영웅이란 가수를 응원하다 이런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됐다. 너무 즐겁다. 앞으로도 한국축구, K리그 모두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춘천=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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