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기념해 발행 후 1년간 로드맵조차 없고 갑작스런 수익금 기부 후 또 방치…건설사 측 “운영방안 검토 중”
지난 4월 18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글을 올린 정 아무개 씨의 말이다. A 씨가 이 같은 청원을 올린 배경은 지난해 5월 25일 현대건설이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NFT를 민팅(발행)하면서다. 현대건설 NFT 투자자들은 현대건설이 NFT 발행 이후 약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조치나 대응 없이 방치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면서 폭발하게 됐다.
지난해 5월 현대건설은 “창립 75주년 기념 한정판 NFT를 발행한다”면서 “도전과 혁신의 가치를 지닌 100년 건설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NFT 750개를 발행했다. NFT에는 ‘현대건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입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발표했다.
현대건설 NFT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의 NFT 프로젝트 ‘메타토이드래곤즈’와 콜라보로 탄생했다. NFT 모양이 용 모양 장난감을 하고 있는 이유도 메타토이드래곤즈와 협업으로 만들어지면서다. NFT는 골드, 실버, 브론즈 등 3개 희귀도로 나눠 발행하고, 희귀도에 따라 혜택이 부여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25일 출시된 현대건설 NFT는 3차례 걸쳐 판매됐는데 단 1초 만에 모두 완판됐다. NFT 1개는 27만 원 정도인 약 450 KLAY(클레이)에 팔렸다. 당시 현대건설은 “이번 민팅을 통해 총 31만 2971KLAY(당시 약 2억 원 가치)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번 NFT 발행을 통한 수익금은 유관 기관과 협의를 통해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 B 씨는 “수익금은 기부하되 자체 운영 자금으로 NFT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NFT 민팅 이후 현대건설은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NFT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로드맵조차 없었다고 한다. B 씨는 “1년 동안 통곡의 벽이었다. 현대건설 NFT 디스코드(채팅방)에서 어떤 얘기를 해도 운영자가 대응하지 않았다”고 울화통을 터트렸다. B 씨는 “현대건설이 메타버스 유행 타고 만들었다가, 유행이 지나가니까 책임감 없이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발행 직후 “당시 예상보다 큰 흥행을 거둠에 따라 홀더분들에게 최대한 혜택을 드리려고 논의 중이며 상반기 중 로드맵을 구체화해 말씀드릴 예정이며, 이번 흥행으로 추가 NFT 발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드맵 발표도 없었고, 그에 따라 혜택도 없었고, 추가 NFT 발행도 없었다. 말 그대로 방치된 채 약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현대건설이 NFT 관련해 반응이 있었던 건 단 2번뿐이다. 첫 번째는 지난 2월 ‘딜사이트’에서 ‘현대건설 NFT가 예정됐던 기부도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3월 13일 현대건설은 ‘NFT 수익금 31만 3000KLAY 전액을 서강대학교 메타버스 전문대학원에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서강대학교 메타버스전문대학원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가상융합공간 비즈니스 모델 도출 및 파일럿 프로젝트 실행에 착수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각적 방안을 모색하는 등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발표로 투자자들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물론 최초 수익금을 기부한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10개월 가까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수익금을 모두 기부해 버리자 ‘이제 아예 손절하고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또 다른 투자자 C 씨는 “기부는 보도자료에만 있었을 뿐 공식 발표한 건 아니었다. 로드맵이나 공식 발표로 세부 계획을 확정 짓고 기부했어야 하지 않나”라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B 씨는 “수익금을 보유하고 있을 때도 로드맵은커녕 채팅방 관리조차 안 했는데, 아예 연결고리마저 사라질까 두렵다. 현대건설 NFT가 창립 75주년 디지털 기념주화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렇게 되자 투자자 사이에서는 ‘75주년을 기념하려면 회사 내부에서 하면 되지, NFT를 괜히 만들어서 피해자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부 소식 이후 또다시 한 달 넘게 현대건설이 아무런 조치가 없자 투자자가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나서게 됐다. 4월 18일 올라온 청원 제목은 ‘현대건설이 NFT를 발행하고 1년째 잠수 탔습니다”였다. 청원을 올린 정 씨는 “1년 가까이 잠수 탄 것도 괘씸하지만 언론 보도가 나오자, 기부한 다음 또 잠적을 한 건 더 괘씸하다. 기부하고 아무런 운영도 하지 않는다. 왜 남의 돈으로 기부하고 생색은 자기가 내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현대건설의 두 번째 대응은 국회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 나타났다. 근 1년 만에 관리자가 채팅방에 나타난 것이다. 투자자 B 씨는 “홀더들이 1년째 아우성쳐도 관심도 안 두다가 국회청원 하니 무마하려고 나온 게 너무 속보인다”고 꼬집었다.
4월 20일 현대건설 NFT 채팅방에 관리자는 “민원 주신 내용이나 국민청원 내용을 확인했다. 당사는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홀더분들 심정을 적극 공감하는 바이며 즉각적 대응하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현재 건설경기를 포함해 대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조건적인 진행보다는 시장 상황에 발맞춰 진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 위와 같은 관리자 글에 우려를 표시하는 이모지를 써서 감정을 표현했다. NFT 관련 투자자 불만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NFT 사안은 현재 세부 운영방안을 검토 중으로, 확정되는 대로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았다. 확정시 공유해 드릴 계획이기 때문에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답변했다.
가상자산 관련 인플루언서 변창호 씨는 여러모로 이해되지 않는 NFT 발행이었다고 회상했다. 변 씨는 “현대건설이면 이름값도 높고 오래된 업종이다 보니, 일반적인 IT회사가 NFT 사업에 진출한 것과 다르게 더 의미 있게 봤다. 그런데 보수적인 건설사에서 사실상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NFT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유일한 해법은 사업을 유의미하게 지속하는 방법이다. 다만 앞으로 기대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방치했기 때문에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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